저는 파리 한국어 교사입니다_문화
3학년 토론 수업에서 언어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많은 학생들이 퀘벡 불어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이번 캐나다 여행, 특히 퀘벡 여행이 더 기대가 되었다. 과연 얼마나 다르고, 얼마나 비슷할까 하고 (흔한 언어교사의 호기심).
호스텔에 도착하고 나눴던 퀘벡에서의 첫 대화. 특이한 억양과 처음 듣는 단어들! 익숙하진 않았지만 프랑스 남부에 갔을 때 들었던 불어처럼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호스텔 방에서 만난 폴린은 몬트리올로 교환학생을 온 프랑스 사람. 그에게 물었다. 퀘벡 불어는 못 알아들을 정도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괜찮던데… 너는 어때?
폴린은 내 말에 동감하며 퀘벡 불어에 대한 (일부) 프랑스인들의 의견은 언어적인 문제라기 보단 ‘진짜’ 프랑스어에 대한 생각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프랑스 본토에서 사용되는 프랑스어만이 기준이 되는 프랑스어고, 이외의 국가에서 사용되는 프랑스어에 대한 우월감과 배척감이 만들어 낸 생각.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한국 선주민들이 중국 동포나 북한에서 온 친구들이 사용하는 한국어를 바라보는 시각과 비슷한 걸까. 예전에 탈북 학생들이 내게 털어놓은 가장 많이 겪는 ‘한국어’ 문제 중 하나는 실제로 의사소통이 되냐 안 되냐의 언어적인 차원이 아니라 한국에서 사용되지 않는 억양과 어휘가 들릴 때마다 쏟아지는 시선들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프랑스에서 가르치는 ‘한국어’는 어떤 한국어일까.
2주 방학이 끝나고 첫 고등학교 수업. 퀘벡에 갔다 왔다고 하니 프랑스어를 잘 알아들었냐고, 너무 다르다 들었다고 눈이 동그래진다 (귀여워). 그래서 3학년 토론수업부터 폴린과 나눈 대화까지 모든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리고 탈북 친구들의 한국어, 작년 한국 현장연구에서 만났던 조선족 학생들의 한국어,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에서 들었던 고려인들의 한국어까지 모두 다르긴 하지만 ‘의사소통’의 기능을 모두 훌륭히 해내고 있는 한국어라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지금 이 교실에서 배우고 있는 한국어는 (대)한(민)국어이지만, 세계 곳곳에서 쓰이고 있는 한국어들이 모두 한국어라고. 퀘벡에서, 몬트리올에서, 알제리에서, 부르키나파소에서, 뉴칼레도니아에서 사용되는 불어가 모두 불어인 것처럼!
"이렇게 다양한 버전(?)의 불어와 한국어가 존재하는 것은 재미있고 좋은 일이니까, 나중에 퀘벡 사람 만나면 못 알아듣겠다고 얼굴을 찌푸리기보단 재미있게 들어보자! 알겠지?"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