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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ORY SOCIETY Jul 03. 2024

브랜딩은 어떻게 공동체에 기여하는가

LMNT 최장순 대표와의 대화


아주 오랜만에 엘레멘트 컴퍼니LMNT 최장순 대표님을 만났다.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눈 것이 6년 전? 7년 전?이었을까. 시간이 이리도 빠르게 흘러가다니. 오늘의 대화는 그 사이의 시간을 메워주는 대화였다. 영감 가득한 대화를 잊지 않기 위해 생생한 마음이 그대로 남아있을 때 기록해 본다.


결국에 우리가 만드는 Story라는 것이 어디에 기여하는가? 이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말하는 브랜딩이 공동체 기여해야 한다는 것은 결국 2가지 관점이 있어요. 첫 번째는 고용 창출이고 두 번째는 브랜드의 신용도Credibility가 올라가면 이자율이 낮아지죠. 우리는 이 두 가지 결과를 브랜드에게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보다 이자를 낮게 낸다는 혜택이 있으니 당연히 이 혜택을 시민들에게 돌려주어야죠. 시민을 위한 좋은 제품으로 혹은 좋은 경험으로. 그게 제가 말하는 브랜딩이 공동체에 기여하는 방식이에요. 브랜딩이 결국 기업의 Finance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치를 증명해야 해요.

최장순 대표님의 말


아직 나의 관점이 'Stroy'와 'Narrative'를 어떻게 비즈니스 씬에 녹일 것인가에 머물러 있었다면 최장순 대표님은 이에 한 발 더 앞서 브랜딩이 기업 혹은 공동체에 어떤 영향력을 끼쳐야 하는가, 공동체에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가, 그리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론까지 발전해 있었다.


나를 넘어 공동체를 생각할 수 있는 마음. 나는 이것이 지금, 우리 시대에 필요한 중요 가치라고 생각한다. 나에겐 저널리즘적 관점에서 파생된 생각이자 좋은 말하기는 공동체에 기여한다는 <말가짐> 속 이런 문장과도 일맥상통하는 가치관이다.


나다운 말하기는 결국
나에서 공동체로 나아가는 과정



스토리 소사이어티에서는 명확하게 말하기 언어Verbal의 관점으로 브랜딩을 풀어낸다. 내 첫 커리어의 시작점이기도 하고 지난 10여 년 동안 기업에서 무언가를 선택받고 팔기 위한 말하기를 전략적으로 해왔기 때문이다. 기존의 브랜딩에 만연한 개념어와 관념어 중심의 명문화된 브랜딩이 아닌, 진정으로 우리의 입에서 입으로 오고 가는 의미 있는 언어를 발견하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체성Identity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말하기와 브랜딩의 공통된 분모이기도 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내가 이 사회 혹은 이 조직 속에서 어떤 역할인지 알고, 그 역할을 내가 좋아하는 언어로 타인에게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은 끝난다. 이걸 아는 사람은 말을 잘할 수밖에 없다. 이는 내가 무엇을 가장 잘하는 사람인지 나는 어디로 나아가고 싶은 사람인지 이해함과 동시에 나를 둘러싸고 있는 맥락Context를 정확히 이해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정체성을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언어로 발견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말을 듣고 최장순 대표님은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맞아요. 그런데 우리가 찾는 그 언어가 창업자 혹은 C레벨의 사람들의 마음을 정성적으로 감동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돈이 되어야 해요. 이걸 ‘단어 수익률’이라고 하는데요, 그 단어가 소비자들에게도 선택할 수 있는 Key buying factor를 줘야 한다는 거죠. 브랜딩은 결국 단어의 수익성까지 고려했을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합니다.

최장순 대표님의 말


맞다. 내가 그동안 몸 담았던 입찰 전략 씬은 오히려 단어의 감성적, 정성적 힘보다도 단어의 수익률에 너무 초점을 맞춰온 씬이었다. 감각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 훈련이 되어있었던 터라 오히려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쏙 빼고 인문학적 이야기만 강조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얼마 전 있었던 경기도청 워크숍 <리더의 말가짐>에서도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저희가 지금 작성하고 있는 보고서나 제안서를 보면 이성은 완벽해요. 숫자부터 데이터를 통한 증명까지 누구보다 이성적 논리로 설득하는 건 잘하시잖아요. 그런데 거기에 감성이 없어요.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감성과 이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한 가지(이성적 논리)에 너무 집중되어 있는 거죠. 저는 그 보고서나 제안서에 인간의 본성이 좋아하는 '스토리의 힘'과 결국 비즈니스 씬을 만들어 가는 '사람'에 초점을 맞추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죠.


이쯤 되니 대화가 점점 재미있어진다. 우리는 Story를 넘어선 Narrative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국 요즘 시대에 사람들이 말하는 story라는 것이 결국은 'Episode'라고 생각해요. 그런 가벼운 에피소드는 결국 유행이 지나고 시기가 지나면 사라지죠. 하지만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건 서사예요. 서사에는 아우라가 있어요. Chat gpt에는 아우라가 없죠. GPT는 고통을 느끼지 못해요. GPT가 만드는 건 서사가 아니라 에피소드죠. 아우라는 기본적으로 거리감이 있을 때 만들어져요.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은 거리감인데, GPT는 무간격성을 띄기 때문에 아우라가 생길 수 없어요.

최장순 대표님의 말


스토리 소사이어티라는 회사를 만들기 전 깨달았던 사실은 내가 집중하고자 했던 것이 결국 하나의 Story가 아니라 Narrative였다는 것이었다. 나는 스토리젠터Storysenter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스토리 소사이어티는 이보다 한 단계 확장된 개념을 이야기하는 조직이고자 했다. 그래서 처음 진행한 오리지널 툴킷 개발 프로젝트의 이름 역시 <Brand Narrative Toolkit>이다.


진정한 서사Narrative가 작동하려면 꼭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시간의 축적'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시간의 축으로 볼 때, 서사는 발현된다. 시작이 있고 끝이 있는 것. 이야기는 명확하게 시작과 끝이 존재한다. 그래서 스토리 소사이어티에서는 브랜딩을 할 때, 브랜드의 시작점을 주의 깊게 살펴본다. 그 시작점에 많은 힌트와 정답이 담겨있다.


그 외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 평소에 쓰는 언어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언어가 곧 존재이다"라는 말은 비유나 메타포가 아니라 진짜 그 사람이 쓰는 말이 결국에는 존재 그 자체라는 의미는 이야기를 했다. 대표님은 나에게 수사학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책을 추천해 주셨는데 스피노자의 <에티카>이다.



좋은 말은 좋은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수사학적 개념이 결국에는 스피노자의 철학과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설렘을 가지고 책을 읽어봐야겠다.


좋은 어른, 좋은 사람을 만나면 생각의 전환과 관점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오늘의 대화는 명백하게 그런 대화였다. 앞으로 내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힌트를 얻을 수 있는 대화였다. 인문학도로서, 이야기의 가치를 전하는 회사를 만들어 가고 싶은 사람으로서, 작은 단위의 실무뿐만 아니라 우리 조직의 큰 방향성이 넥스트 단계로 넘어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를 알 수 있는 대화였다.






2024년 7월 3일

스토리 소사이어티 채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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