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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deal Jul 14. 2024

우동

나는 아버지의 사업 덕에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시절의 친구들 가운데 가장 넓은 집에서 살았다. 일반 가정집임에도 서재와 옷방이 따로 있었고, 베란다가 두 개나 있었으니 가장 넓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이 집에서 풍기던 간장 냄새를 잊지 못한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다. 회사를 같이 운영하셨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사실 회사를 다니면서 집안일까지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부모님은 결국 형과 나를 돌보고, 넓은 집을 관리할 가정부를 고용했다. 당시 가정부로 취직을 희망하는 조선족은 상당히 많았다. 식당에서 일하거나, 공장에서 일하거나. 선택지가 많이 없었던 그들의 구직 활동에 ‘가정부’라는 직업은 꽤나 인기 있었다. 기본 급여도 굉장히 높았고, 엄마는 종종 보너스라며 도톰한 돈 봉투를 건넸다. 돈 봉투를 가슴에 안으며 몇 번이고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하던 사람. 성씨는 알지 못할 아줌마. 그녀의 이름은 봉연이었다.

 

형과 나는 온순했다. 책을 읽거나, 둘이 장난치며 놀았다. 큰 사고를 치지도 않았다(아마도). 아줌마께서는 우리를 돌보는 것에 큰 어려움을 느끼시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주 가끔, 형과 내가 말썽을 피우면 우리를 얌전하게 만드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간장우동이라 부르던 간장향 우동이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순간, 지금에서야 깨달은 행동 -

아줌마는 냉동실에서 우동을 꺼내 주방으로 들어갔다. 혹여나 우리가 주방에 들어가 다치지는 않을까, 더운 날에 굳게 닫힌 문. 끓어오르는 열기에 통유리로 된 주방 문은 서리가 낀다. 서서히 풍겨오는 간장 냄새에 형과 나는 식탁 앞에 앉는다. 그리고 투박하고 거친 손에 들려오는 우동 두 그릇.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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