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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연 Aug 27. 2024

00. 난 절대 결혼같은 거 안한다니까?

그래도 결국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새댁입니다.


 사실 저는 비혼주의자였어요.

열 다섯 살 쯤인가, 사춘기 여자 아이들이 종종 하는 말처럼 '나는 독신으로 살 거야! 결혼 절대 안해!'라며 독신을 선언했죠. 그 때마다 어른들은 "너~ 그러다가 제일 먼저 시집간다?"라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놀리시곤 했어요. 하지만 그후로부터 쭉 제 선언을 잘 지켜왔습니다. 연애경험이라곤 대학교 때 2개월 채 되지 않는 기간동안 만나봤던 게 전부였어요. 이 마저도 연애다운 연애가 아니었기에 '우리 사귀는 게 맞긴 하니?'라는 말을 듣고 헤어졌다죠.


 그렇게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솔로의 삶을 영위하던 애가 돌연 연애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8년이란 시간을 혼자 지내왔는데 얼마나 우당탕탕이었을까요. 지금 다시 그 때를 떠올리면 요동치는 온갖 감정들을 다 겪었던 것 같아요. 설렜다가, 서운했다가, 기대했다가, 실망했다가, 좋았다가, 불안했다가, 벅차오르다가, 분했다가······. 누구든지 연애를 하면 다 겪을 수 있는 감정들이라는 걸 지금은 알게 됐지만, 그 당시에는 주변이 보이지 않더라고요. 남의 연애는 다 행복해보이는데 내 연애만 불행한 것 같아, 내내 불안하기만 했습니다. 특히 갈등을 겪을 때는 더욱 그랬어요.


 그래서 한 때는 포기할까 생각하기도 했었습니다. '거 봐, 역시 연애는 힘들잖아. 그냥 혼자 사는 게 속 편하다니까? 뭐하러 굳이 안겪어도 될 감정 소모를 계속 하려는 거야?' 라고 제 자신에게 핀잔을 주기도 했었죠. 하지만 마음 속에선 알고 있었습니다.


 '사실은 이런 갈등이 무서워서 피하는 거지?'


 우리가 갈등을 겪고 싸우는 근본적인 이유가 누군가의 일방적인 잘못 때문이 아니라는 걸 무의식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해보지 않은 채로 포기하기엔 성급하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거에요. 이 내면의 목소리가 어찌나 따갑던지, 이내 저는 마음을 바꿉니다. '그렇다면 극복하려는 노력이라도 해보자!'


 '······ 그런데 어떻게?'


 포기하지 않고 극복해보자는 마음을 먹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더 큰 문제를 만나고 말았어요.

'갈등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 아는 게 없는 거예요. 동생이랑 다투고 화해하는 정도는 해봤지만, 평소 손절이 빠른 사람인 저는 다른 사람들과 갈등을 극복해본 경험이 없었던 거죠. 정말 막막함 그 자체였어요. 포기는 안하겠다고 자신과 약속은 했는데, 막상 마주하니 생각보다 문제가 더 큰 거에요. 다시 떠올려 보면 제 스스로도 너무 황당해서 헛웃음이 났었어요.


 해서, 연애와 소통관계에 대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남녀의 연애 감정을 다루는 법, 소통 방식의 다른 점, 커플 싸움의 법칙, 왜 우린 솔직해지는 게 어려운지 등등 영상으로 나온 강의와 책들을 취미처럼 매일 보며 배워나갔어요. 처음엔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시작했던 공부였지만 막상 하다보니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우리의 관계도 점점 더 성숙하고 건강해지는 걸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저는 한 가지 명제를 얻었습니다.

'사랑도 연습이 필요하구나. 그리고 이 연습은 끊임없이 해나가는 거구나.'


 예전에는 사랑을 두고 완벽하게 행복한 상태 따위로 여겼는데, 지금은 끊임없는 연습과 훈련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너무 다행이지 않나요? 연습은 완벽한 게 아니라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잖아요.

 저는 이렇게 제가 배운 것들을 세상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글을 쓰기로 하였습니다. 이미 밝힌 것처럼 전 연애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남자/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술 같은 건 모릅니다. 대신에 내 감정을 들여다보고, 내 욕구를 찾고, 성숙하게 전달하고, 수용하고, 맞춰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전할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저처럼 연애가 어렵고 힘든 분들도 잘 극복해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해내고 있으니, 다른 분들도 분명히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나씩 공부한 것들을 적용해나가며, 저는 제 자신을 조금 더 적나라하게 알게 됐고 연애 전보다 훨씬 더 많이 사랑하고 아끼게 되었어요. 이건 남편이 저를 사랑해주기 이전에, 제가 제 자신을 알아주고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알게 됐기 때문이에요. 남녀 불문하고 이렇게 건강한 소통방식을 더 많은 사람들이 연습한다면 훨씬 더 진정성있고 여유있는 관계 속에서 나답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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