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후
때는 바야흐로 2004년. 2024년을 상상하고 토론하며, 미래의 모습을 글로 표현하기도 하고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하는 대회가 있었다. 토론 중에는 정말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높은 빌딩이 에워싼 첨단 도시, 모든 생활 속에 로봇과 공존하는 세상 등. 조금은 허무맹랑한 소리라 생각되면서도, 20년 후의 모습은 알 수 없으니 누구도 틀렸다고 이야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일관되게 주창한 공통된 모습은 밝았다. 우리가 상상한 미래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행복한 얼굴이었다.
그로부터 20년 후의 지금, 우리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괴리감이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꽤 근접한 모양새를 갖췄다. 어느 친구가 글을 썼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 이야기는 일류 기업들이 상용화하기 위해 연구에 몰두하여 현실로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다. 또 은상을 받았던 그림은 현재 상하이의 모습과 얼추 닮았다. 아직은 부족해 보이지만 로봇은 이제 커피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 주거나, 청소와 서빙을 도와주며 우리의 생활 깊숙이 들어왔다. 20년 전 꿈꿨던 미래와는 다를지 몰라도 어느 정도 형태는 갖췄지만, 하나 우리의 예상과 틀린 점이 있다. 웃음이 없다. 행복하지 않다. 서로 배척하고 미워한다.
2024년 오늘, 모임에서 20년 후라는 주제를 선정했다. 누군가 선뜻 나서서 이야기하기 꺼려는 눈치다. 우리가 상상하는 2044년의 모습은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 20년 후를 예측하는 모든 지표가 한결같이 부정적인 방향을 가리키고 있고, 그 지표를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막연한 긍정은 독이 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절대적인 부정도 좋은 변화는 가져올 수 없다. 이제 우리가 상상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하여 생각해보고 점검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