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
날짜만 확인하고 다음 모임 참석을 신청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후에 주제가 이미 정해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결’. 틈틈이 물결에 대해 묵상해 봤으나 어느 갈래로도 뻗어나가질 못하는 나의 얕은 표현력에 좌절했다. 이런 사정을 이야기하고 취소할까도 생각했다. 갈팡질팡하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간은 부지런히 움직인다. 조급함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생각해 보자 마음먹었다. 중랑천이 떠올랐다.
나는 중랑천을 건너는 일이 있을 때면 가끔 중간에 멈춰 흐르는 물결을 바라보곤 한다. 그때마다 물결은 내게 일관성을 보여준다.
그의 모습에는 조급함이 없다. 느긋함도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자신이 왔던 길을 후회하며 거스르는 일도 없다. 묵묵하게 갈 길을 갈 뿐이다. 넋 놓고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물결에 비친 나를 발견했다. 물결에 비친 나는 요동치고 있었다.
나는 조급하다. 또 한없이 여유를 부리기도 한다. 어렵사리 걸어온 길을 후회하며 되돌아간다. 묵묵하게 갈 길을 가지 못하고 뒤돌아본다. 후회하지는 않을까 불안해한다.
물결과 비교되는 내 모습에 실망한다. 삐뚤어진 모습이 보기 싫어 자리를 뜨려는데 물결이 말을 건넨다. 너만 요동치는 게 아니라고. 나도 요동친다고. 후회한다고. 지금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는지 항상 불안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