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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어 Oct 24. 2024

모기와 인간은 진화한다

늦여름 해가 질 무렵, 마당에 잠깐 나갔다가 모기에 3방이나 물렸다.   

반바지를 입고 있어서 주로 무릎 아래, 발목 부근을 물렸다. 특히 발뒤꿈치는 며칠이 지나도 가렵고 부어있다.   

어떤 날은 밖에 있다가 거실로 들어왔는데 피를 빨고 있는 모기가 몸에 붙어 같이 들어온 적도 있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이런 경우 보자마자 손바닥이 날아간다.   

손바닥에 피가 흥건하면 죽였다는 통쾌함과 동시에 ‘이 정도로 빨아먹었다고?‘ 놀라기도 한다. ‘이게 다 내 피일까?’ 의심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 가렵고 따가워지면서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모기는 왜 하필 사람의 피를 빨아먹을까?


모기 입장에서만 보면 번식을 위해 필요한 혈액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이나 동물의 피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모기는 평소 과일이나 동물의 피를 먹고사는데 암컷모기가 임신을 하면 더 많은 영양소를 필요로 하게 된다. 이때 포도당이 풍부한 사람의 피가 타깃이 된다.


하지만 피를 빨기 위해 촉수를 꽂는 순간 자신의 위치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따끔하기 때문이다.  

전쟁 중 스나이퍼는 몸을 숨기고 먼 거리에서 적을 저격한다. 하지만 총을 쏘는 순간 자신의 위치가 드러나기 때문에 위험에 노출된다. 모기 역시 침을 꽂는 순간 인간은 그 느낌을 인지하고 손바닥으로 가려운 곳을 쳐 모기를 죽이거나 쫓아낸다. 모기나 스나이퍼나 목숨을 건다.


그런데 어떤 모기는 물리면 유난히 가렵고 따갑다. 그리고 더 크게 부어오르는 경우가 있다.


모기가 피를 빨기 위해 침을 꽂을 때 ‘하루딘‘이라는 물질을 같이 주입한다. 하루딘은 피가 응고하는 걸 막는다. 인체는 상처가 나면 피를 응고시켜서 상처 부분을 외부로부터 보호하는데, 모기 입장에서는 응고되면 피를 빨 수 없거나 침이 꽂혀서 빠지지 않기 때문에 하루딘이라는 물질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 하루딘이라는 물질은 인간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정확하게는 외부의 이물질을 감지해 인체는 히스타민을 분비하고 가려움을 느끼게 된다.   

흔히 피부병에 걸리거나 아토피가 있는 사람들이 피부과에 가면 처방받는 것이 항히스타민제인데, 면역계에 이상이 생겨 히스타민이 계속 분비되면 특별한 이유 없이 가렵기 때문에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한다.


모기도 집모기와 산모기가 가려움의 정도가 다르다. 흔히 타이거모기라고 불리는 산모기에 물리면 정말 따갑고 많이 부풀어 오른다. 이는 집모기의 경우 인간이 따가움을 덜 느낄 수 있게 하루딘을 적게 분비하는 모기만 살아남아 진화한 결과이고 산모기는 인간보다 동물들의 피를 빨기 때문에 하루딘을 더 많이 분비하게 진화했다.



진화란 다른 말로 살아남았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집에도 처음에는 집모기, 산모기의 구분이 없이 다양한 종류의 모기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인간에게 산모기의 특성을 가진 모기들은 죽임을 당하고 집모기는 생존확률이 높아졌을 것이다. 그렇게 하루딘이 적은 모기들이 대를 이어 살아남아 지금의 집모기 성향을 띠게 되었다.


인간은 어떤 유형이 살아남을까?   

유전자를 조작해 이쁘고 잘생기고 키 크고 머리 좋은 인간들이 계속 만들어진다 해도 성격까지 조작할 순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로봇과 인간이 다르지 않게 된다)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더라도 인간은 다 다른 행동을 보인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볼 때 도와주는 사람이 있고 모른 척하는 사람이 있다. ‘의’로움의 관점에서 보면 도와주는 사람이 선이지만 ‘생존‘의 관점에서만 보면 모른 척하는 사람이 살 확률이 올라간다.   

그래서 세상은 더 이기적이고 팍팍해져 간다.


인간은 이기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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