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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은채 Mar 11. 2023

인터넷 세상에서의 인간관계

당신과 나를 이어지게 하는 sns의 순기능

며칠 전에 인터넷이 보급되며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되었지만, 역설적으로 sns를 탈퇴하면 끊어질 인연도 많아졌다는 글을 읽었다. 그 글을 읽고 생각해봤다. 내가 인스타와 블로그를 지워도 계속될 인연이 몇이나 될까? 세어 보니 정말 몇 안 될 것 같더라. 지난 한 주간 감기를 핑계로 거의 집에만 있으며 인터넷상에서만 친구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사람들과 연락만 주고받으니 이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없네-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와중 보게 된 글이라 이 주제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있어 내/외향의 구분은 어떤 환경에 오래 놓이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다. 사람을 만나지 않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시기엔 그게 너무나 편하고, 또 사람들과 자주 부대껴야 하는 주간이 오면 그 나름대로 신나고. 아무래도 고민과 고통을 덜 수반하는 것은 전자라, 내 일상에 집중하며 마음 편히 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사람들만 가끔씩 만나며 남은 대다수의 인간관계는 온라인으로 해결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최근에 자주 했다. 그런데 정말 sns가 없었다면 이런 발상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고, 내 인간관계가 정말 현격히 좁아질 것 같더라. 이걸 옳고 그름의 문제로 접근할 건 아닌 것 같아서, 나의 sns 활용도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 보았다.


이 생각을 본격적으로 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것과 비슷한 생각은 과거에도 종종 해왔다. 인간관계 풀 속의 모든 사람을 주기적으로 다 만나며 사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온라인으로만 대체해야 하는 관계가 있다는 것. 그래서 다행인 부분도, 아쉬운 부분도 있다는 것. 자주 보기 어려운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존재한다면, 직접 만나는 횟수가 적은 관계들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는 무엇인가와 같은 것들 말이다. 개인적으로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강한 편이라는 생각을 하고, 낯선 누군가와 확 친해져서 정말 가까이 지내는 시기가 있는가 하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또 멀어지는 일들이 자주 있어서(사이가 나빠진다는 게 아니라 비교적 소홀해진다는 점에서) 내가 진심으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소수의 사람을 제외한 관계들에 있어 적절한 선을 지키며 그 인연을 유지하는 게 평생의 과제였다.


인간관계에서 편의를 따지는 것부터가 잘못이며 단순히 편의를 위해 자주 보지 않게 되는 인연들을 완전히 끊어내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내가 모두에게서 잊히지 않고 싶다는 욕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sns를 하지 않는 것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결국에는 타인에게 잊히고 싶지 않은 마음이 내가 sns를 활발히 하는 동력인 것 같았다. 한 명 한 명 연락을 주고받으며 내 일상을 보고하고 그들의 일상을 되물을 수는 없지만, 잊히지 않기 위해 매일같이 스토리를 열심히 올리고, 재밌었던 일이 있거나 좋은 장소에 가면 그걸 또 찍어서 공유하고. 의무감에서 비롯된 것은 절대 아니지만 내 존재를 계속해서 상기시키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연락들, 예컨대 스토리 답장과 같은 것을 이어가는 것이 소소한 관계들을 유지하는 데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이것이 n년간의 인스타 활동을 통한 경험으로부터 도출한 나름의 결론이다.


글의 서두에 인용한 글을 읽고 처음에는 좀 씁쓸했다면, 생각이 여기까지 다다른 지금은 인터넷이 그냥도 아니고 고도로 발달한 시대에 이러한 현상은 어쩔 수 없는 일이며 이것이 오히려 sns의 순기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sns가 없었더라면 서로의 존재를 잊고 살았을 사람들이 앱 하나만으로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가고 서로의 기억 속에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지 않은가. 그것이 가끔은 피로감으로 이어질 때도 있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아직 좋은 점이 더 많은 것 같다.


내 계정으로 굴리는 sns 채널이 하나씩 늘어갈 때마다 각 sns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인스타그램에는 사소한 일상을, 블로그에는 그 일상들 뒤에 숨어있는 비하인드를, 브런치에는 블로그에 쏟아낸 푸념들을 한 차례 정돈해 빚어낸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우선의 계획이다. 각 채널에 공유하는 이야기의 결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런 와중에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바람은, 어떤 창구를 통해서든 나를 만나게 될 인터넷 세상 속 인연들이 나의 이야기를 좋아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욕심. 내가 공유하고자 하는 사진과 글에 공감하며 이 이야기들을 즐겼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인터넷을 타고 그렇게 계속되는 타인과의 소통을 꿈꾸며 오늘도 한 자 한 자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 본다.




추신: 잊고 살다시피 하다가 문득 그리워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있다. 자주 만나서 이런 이야기들을 쏟아낼 수 있는 사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sns를 통해서나마 끊어지지 않고 붙들 수 있는 인연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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