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을 깨는 조율음은 하나의 소리다.
하나의 소리는 태초의 말씀과 같다.
그 소리를 따라가니 큰 별도 작은 별도 보인다.
북 채를 잡고 있는 작은 별 하나는 내 딸이다.
북 채는 아직 소리를 내지 않고 있지만
마치 우주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것 같다.
우주가 신의 독단적 계획 속에서 태어났다면,
우주의 중심은 지휘자였어야 한다.
큰 별들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작은 별은 사소한 역할을 맡을 것이다.
하지만 신은 인간에게 자유를 주었다.
우주의 가운데 설 자유도 모두에게 주었다.
먹먹한 드럼소리가 울리면
우주는 돌고 돌면서 다 같이 빛을 뿜는다.
아이의 진지한 눈, 꼭 붙잡은 채, 앙 다문 입.
그것이 자유를 누릴 자격이다.
촤르륵 드럼소리를 따라서
바이올린, 첼로, 트롬본, 오보에 모두가 춤을 춘다.
지휘봉도 춤을 춘다.
객석의 근심걱정은 여기로 가져오지 말자.
오늘 누구에게 상처받았던가는 이 우주의 얘기가 아니다.
오늘 얼마를 벌었던가는 이 우주의 사정이 아니다.
사실은 지금 느끼는 안정감이 세계의 진실일 수도 있다.
사실은 지금 충만한 믿음이 이 아이의 필연일 수도 있다.
모두가 스스로의 우주를 창조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는 비워져도
우주는 각자의 마음으로 가져갈 수 있다.
그 기억이 인간의 자유며 신의 사랑이다.
아, 나는 나의 우주를 얼마나 누리고 있었던가?
스스로 창조한 우주에서 이제라도 가운데 서 볼 수 있을까?
무대 위 작은 별이었던 소녀를 얼싸안고
나도 별이 되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