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리카는 누가 뭐래도 헤비메탈의 거함이다. 그들의 대표적인 명반 Master of Puppets (1986)는 80년대 헤비메탈씬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작품임에 틀림없고, 90년대에 들어 발표한 Metallica (1991)는 헤비메탈 역사상 가장 큰 성공과 앨범 세일즈를 기록한 작품이다. 90년대 셀프타이틀 앨범의 거대한 성공 이후 그들이 발표한 Load (1996), Reload (1997)와 같은 작품들은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얼터너티브 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변화된 음악성으로 인해 메탈헤드들은 메탈리카에서 메탈을 뺀 얼터리카라는 멸칭까지 만들어 내가며 과연 이들이 헤비메탈 밴드가 맞느냐는 논쟁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하지만 새천년 2000년대가 밝아오고 그들은 90년대의 논란을 재검토하게 만들 정도의 문제작을 2003년 발표하게 되는데, 그 작품이 바로 St. Anger (2003)이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전체적인 제작 프로덕션과 밴드의 상황 자체에 문제가 많았다. 우선 밴드의 베이시스트 제이슨 뉴스테드가 밴드를 탈퇴한다. 10년을 동행해 온 베이시스트가 사라지자 밴드는 새로운 베이시스트를 구해야만 했고, 어찌어찌 오지 오스본 밴드에서 훌륭한 연주를 선보이던 로버트 트루히요를 영입할 수 있었고 훌륭한 영입으로 평가받지만, 그의 연주는 이 앨범에서는 들을 수 없다. 앨범작업이 마무리된 이후 영입되었기 때문이다. St. Anger 앨범제작시기에는 밴드에 공식적으로 베이시스트가 없는 상태에서 앨범을 만들어야 했다. 앨범은 프로듀서 밥 록이 대신 베이스를 연주해야 만 했다.
밴드의 목소리 제임스 헷필드 역시 상태가 안 좋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알코올과 약물의존이 점점 심해졌다. 특히 알코올 의존증이 심각했으며, 그로 인해 감정기복과 컨디션 난조, 비만 및 성인병 등을 달고 사는 지경이었다. 감정기복으로 인해 멤버들끼리의 불화에는 항상 그가 끼어 있었고 밴드는 바람 잦을 날이 없었다. 밴드의 리더 라스 울리히는 실험정신과 음악적 과욕의 시기였다. 앨범 대부분의 방향성은 라스의 머리에서 나왔다. 그가 제시한 것은 2001년 벌어진 911 테러와 분노의 시대상을 음악에 담자는 것과 그러기 위해 펑크 록의 직선적인 스타일과 개러지 록의 날 것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좋았지만 개러지 한 소리를 내기 위하여 라스 울리히는 자신의 드럼소리를 필요이상으로 변화시키는 최악의 악수를 두고 만다. 스네어 드럼의 드럼헤드를 잡아주는 스네어 와이어를 아예 제거해 버린 드럼에서는 흡사 깡통을 때리는 듯한 공허한 소리가 났다. 이 드럼소리는 이 앨범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받는다. 또한 라스가 둔 또 하나의 악수는 전술한 직선적인 공격성과 날 것의 에너지를 위한 헤비메탈과 펑크와 개러지 록의 접목을 위해 전면적으로 기타 솔로파트를 제거하는 결정을 내린다. 이는 당연히 밴드의 리드 기타리스트 커크 해밋의 반감을 불러왔다. 결론적으로 St. Anger는 밴드는 베이시스트가 없는 상태에서 메인 보컬은 알코올 의존증, 드러머는 혼자만 의욕이 넘치는 폭주기관차 상태, 리드 기타리스트는 갑작스러운 밴드의 방향성 전환에 큰 반감을 가진 상태로 제작된 앨범이다. 거기다 사운드적 방향성 또한 문제가 큰 상태였기에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올래야 나올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글의 제목처럼 나는 이 앨범을 위한 변명을 해주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이 앨범을 그들의 80년대 앨범만큼 좋아하느냐 하면 그건 절대로 아니지만 꽤나 좋아한다. 너무 길어질 듯하니 앨범에 대한 개요를 끝냈으니 개인적인 추억과 기억에 근거한 이 앨범을 위한 변명은 다음 글에서...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