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과된 천재 브라이언 존스 Tribute 2
1966년 발표된 걸작 Aftermath 이후 브라이언 존스의 밴드 내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며 밴드 내에서 고립되기 시작했다. 완전히 재거 - 리차즈 작곡 파트너에 의한 자작곡의 시대로 넘어간 스톤즈는 블루스와 R&B를 넘어서 이번엔 시대에 발맞추어 사이키델릭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1967년 1월 새해 벽두에 스톤즈의 사이키델릭 실험작 Between The Buttons가 발표되었다. 이 작품 역시 Aftermath의 기조를 이어받아 전곡이 재거 - 리차즈 콤비의 곡들로 채워졌다. 하지만 앨범은 블루스와 R&B와 같은 블랙뮤직의 성향이 강했던 Aftermath 앨범과는 다르게 당대의 사이키델릭 무드를 흡수하여 몽롱한 사이키델릭 팝 앨범으로 완성되었다.
이러한 브라이언의 입지가 약해진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브라이언 존스의 음악적 최대 전성기를 여는 결과를 낳는다. 분명 이미 주도권을 잡은 믹 재거와 키스 리차즈의 방침으로 스톤즈는 사이키델릭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스톤즈의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완성시킨 건 다름 아닌 브라이언 존스였다. 그는 음악제작과 밴드의 방향성에 대한 기여가 현저히 줄어든 대신 남은 시간을 사운드 메이킹과 연주에 온전히 몰입하게 된다. 그 결과 당대의 라이벌인 비틀즈, 도어즈, 제퍼슨 에어플레인 같은 사이키델릭 사운드와도 확연히 차별화되는 독특한 사운드를 만들어 낸다. 앨범에는 브라이언의 리코더 연주가 아름다운 발라드 Ruby Tuesday와 스톤즈 록의 정석 Let's Spend The Night Together가 히트하며 이번에도 싱글과 앨범 양쪽에서 찬사를 받는다. 브라이언의 실험적인 사이키델릭 사운드는 다음작이자 스톤즈 사이키델릭의 절정, Their Satanic Majesties Request (1967)에서 절정에 이른다.
커버아트부터 사이키델릭함을 강하게 어필하는 이 작품은 스톤즈가 잘 시도하지 않던 긴 사이키델릭 잼을 포함하며 상당히 실험적이고 사운드 레이어가 복잡한 앨범이다. 재거 - 리처즈 콤비가 송라이팅에 집중하여 만들어낸 곡에 브라이언이 여러 악기연주와 기발한 편곡의 재능을 동원하여 매우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사이키델릭 록 사운드를 만들어 냈다. 인도의 시타르와 타블라, 각종 클래시컬 악기, 멜로트론을 통한 오케스트라 사운드, 심지어는 일본의 전통 현악기 코토까지 연주해 내며 유니크한 사운드를 만들었다. 마치 비틀즈를 연상하게 하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수 놓인 사이키델릭 팝 She's A Rainbow가 싱글로서 큰 사랑을 받았고, 우주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는 2000 Light Years From Home은 스톤즈 사이키델릭의 명곡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앨범은 훌륭한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내외적인 논쟁을 낳았다. 앨범의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스톤즈가 안 어울리는 옷을 입고 있다는 논쟁이었다. 그들은 그 어느 밴드보다도 블루스와 초기 로큰롤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는 밴드였다. 시대적 조류에 발맞춘 사이키델릭 록도 좋지만 대중들에게나 멤버들에게나 이 앨범은 이제 실험은 끝내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때라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었다. 그들의 실험의 끝과 위대한 명반들의 릴레이가 시작되는 전성기를 알리는 신호탄이자 브라이언 존스의 슬픈 최후의 전조를 알리는 명곡을 발표하며 스톤즈는 다시금 자신들의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나타났다. 그 곡은 바로 Jumpin' Jack Flash였다.
(3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