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기안84와 유태오, 빠니보틀이 나오는 태계일주(태어난김에 세계일주) 시즌3를 같이 봤다. 음악일주 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미국 뉴욕여행을 하는 세사람 이야기 중에 브루클린 얘기는 배꼽빠지게 웃었고, 유태오와 빠니보틀이 합류하면서 로키산맥을 경기미 쌀포대를 썰매타며 즐기는 말도안되는데 나도 해보고 싶은 액티비티들이 난무하는 걸 보니 풍경에 눈을 뗄 수가 없다.
제작진은 확실히 기안84 김희민을 엄청 잘 활용하는 느낌이 든다. 섭외하는 능력도 대단하지만, 그 캐릭터를 잘 살려주고, 자막을 또 잘 쓰는 듯.
한편을 다 보고나서,
복구와 밤산책을 떠나서 걸으면서 생각했다.그리고 남편에게 물었다.
"우리 베트남 갔다왔을 때 5시간 견딜만 했음?" "ㅇㅇ. 딱 힘들어지려고 할 때 도착했으니까." "그럼 나중에 여행가는 거 미국쪽은 어떨 것 같아? 하와이?"
"글쎄.. 시간 되면 가보긴 하고 싶은데, 비행기 타는 시간은 좀 걱정된다. 결혼식 할 때는 나 처음 해외가는거라 술진탕 먹고 기억없이 도착해있었잖아."
우리는 신혼여행으로 하와이를 갔다왔다. 친구 한명이 모두투어 하와이 상품기획팀에 있을 때라 모두투어 다니는 친구들 덕을 톡톡히 봤다. 남편한테는 첫 해외여행이었던 하와이. 온통 낚시와 먹부림 뿐이었지만, 남편이 "국내도 좋은 데 많은데 굳이 왜 외국을 다녀?" 라고 말했던 여행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깨부신 데 대해 아주 만족한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일본 후쿠오카, 베트남 호치민, 베트남 호이안과 다낭을 같이 다녀왔다.
나는 25살 완전 배낭여행으로 친한 언니와 34박짜리 유럽여행을 다녀왔었다. 한국에 귀국한 날 베가레이서 폰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아무 사진도 남기지 못했지만, 짧게 짧게 올려놓은 sns사진으로 겨우 몇장만을 건졌지만, 13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영국,프랑스,스위스,벨기에,이탈리아의 기억은 꽤 오래 선연하게 남아있고, 지금부터 20년 안에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순간 바로 유럽여행을 다시 가볼 생각이다.
영국 브라이튼과 프랑스 몽생미셸 풍경
스위스로 넘어가는 기차 차창밖풍경과 베네치아 부라노의 저녁
그 때에 이 남자와 같이 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기 위해 짧은 질문을 해 본 것이었다.
남편에게는 효율성과 맛있는 밥, 편안한 침대가 있는 여행이 아니면 얼마나 지옥을 경험하게 될 지 상상을 할 수 있다. 그간 9년간 살아온 모습들로만 봐도 우리가 캠핑을 5년이나 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으니.
지지난 주 군산으로 홀로 낚시여행을 다녀온 남편을 우쭈쭈해줬다.
아이없이 혼자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는데도 더 필요하다는데 안 줄 이유가 없다.
내가 전전긍긍하며 저 남자에게 매달리기에,
나는 아직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굳이 지금 억지로 관심과 사랑을 강아지처럼 갈구하고 싶지 않다.
매달리고 싶은데 참는 거 말고,
매달릴 이유를 없애버리는 데 집중하다 보니,
나도 부쩍 남편이 없는 시간이 귀하고 소중하다.
아마 여행도,
우리가 모든 공간을 같이 누비지는 않을 것 같다.
당장 다음달 내 친구의 제주 결혼식에도 숙소를 따로 잡을까 했었다.
남편이 한치와 무늬낚시를 하겠다고 하면,
나는 지난번처럼 광어무덤이나 이런 곳을 따라다닐 생각이 1도 없다.
그냥 혼자 좋아하는 공원에 가고, 시장에 가고, 맛집을 갈 생각이다.
아니면 그냥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하고 제주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고만 있어도.
그냥 너무 행복할 것만 같다.
그럼에도 일말의 감정이 아직 부드럽게 남아서인지.(정많은 멍청이!)
이 남자와 환갑여행으로 온천여행을 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거기까지의 생각.
몇 년 뒤에 여유가 생기면, 그리고 비행기 타는 게 힘들었다는 경험치가 삭제되어 다시 그 힘듦에 기꺼이 우리의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갈아넣을 용의가 생긴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