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일단 하는게 맞는데 일단 기다려봐요

by 글멋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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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깊이 공감한다. 그리고 깊은 마음 듬뿍 덜어 응원의 꽃 또한 뿌린다. 영어 공부를 시작하신다면 말이다. 이토록 즐겁고 신기한 세상에 뛰어드는 또 한 명의 동지가 생긴다는데 어찌 거부할까.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할 시간에 행동하라’라던가 ‘시작이 반이다’ 따위의 격언에는 거부 의사를 밝히는 바이다. 믿으셔야 한다. 무작정 시작해서 안정 궤도에 올라타 숯불처럼 꾸준히 타오를 동력을 얻은 학습자를 목격한 기억이 적어도 내 십수 년의 경력에서는 기록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인가’ 같은 철학적 명제나 ‘나는 왜 사는가’의 답을 향한 극심한 갈증이 엄습해 무작정 길을 떠나는 것과, 무작정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것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그 둘 사이의 공간은 태평양보다도 넓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혹시라도 이 주장 때문에 혼란과 의문을 떠올릴 분들을 위해 차근차근 사고 단계를 밟아보고자 한다. 첫 번째 질문은 다음과 같다.


영어 공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주 쉬운 질문이다. 아마 어떤 분은 실소를 내뱉거나 코웃음을 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어떨까.


영어 공부를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여기서 잠깐.(일상적인 자리였다면 밑장 빼지 말라는 대사를 애드리브로 던졌을 텐데.) 영어 공부를 한 번쯤 말아먹은 분들의 특징은, 장담하건대 두 질문을 같은 것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미리 예고하건대 영어 공부 망할 확률이 매우 높으니 생각을 다시 하시라 추천드린다.


첫 번째 질문을 조금 더 명확하게 정리하자면 ‘이유’를 ‘목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러면 두 질문은 다음처럼 비교할 수 있다.


영어 공부를 하는 목적 vs. 영어 공부를 하는 목표


떠오른다. 무수히 많이 떠오른다. ‘영어 공부는 왜 하려고 하세요?’ 라 물었을 때 돌아온 그들의 답변이 떠오른다. 여러분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과 큰 차이 없을 것이다. 여행 가서 현지인과 의사소통을 하고 싶어서 혹은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 자막 없이 영화나 드라마를 이해하고 싶어서, 원어민과 교류하고 싶어서, 혹은 직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전혀 그렇지 않으니 안심하셔도 된다. 다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니 집중하시기 바란다. 각각의 영어 공부를 하려는 이유에 영어강사로서 꼭 던지는 질문을 소개할 테니 스스로 답을 내려보시길 강력하게 권한다.


영어 공부를 하는 목적(이유)을 위해서 어떻게 (영어 공부를) 할 생각이셨어요?


영어 공부를 독학하는 분들은 특히 유념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이 질문에 자신만의 답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 내 경험이고 내가 목격하는 현실이다. 의아해하거나 화내지 마시길. ‘그걸 알려고 댁한테 상담받는 거죠.’ 같은 답이 머릿속에 떠올랐음을 ‘댁’의 자리에 서 있는 나 또한 모르지 않다.


우선, 학원이나 일대일 과외를 선택했지만 결국 영어 공부를 망한 사람들을 살펴보겠다. 전술한 방식을 택했다는 것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에 대한 답을 그쪽에서 찾으려고 했다는 의미가 된다. 여기서 절대다수가 간과하거나 심지어 외면하는 것은 학원이나 과외는 유일한 절대 반지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아주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러면서 강사가 시키는 것조차 제대로 안 하던데.) 학습지, 영어 모임, 유튜브 영상 등으로 독학하는 방식을 선택했으나 또한 영어 공부를 망한 사람들은 어떨까. ‘그런 것들로 어떻게 공부하세요?’라고 질문을 하면 ‘그냥 이걸로 이렇게 그냥 하는 거죠’ 등의 ‘그냥 파티’가 벌어진다.


‘절대 동의할 수 없어.’ 그럴 수 있다고 충분히 이해한다. 사람은 이성이 너무 발달한 나머지 자신이 고수하는 가치를 부정하는 주장에 일단 반대하는 감정부터 떠오르기 마련이니까. 발달한 이성을 잘 움켜쥐고 조금 더 들어보시라. 지금까지의 뼈 때리는 말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앞서 소개한 두 키워드인 ‘목표’와 ‘목적’을 구분하지 못하면 영어 공부는 분명히 망한다. 그리고 대다수 영어 공부를 무작정 시작하는 학습자는 ‘목적’은 충분히 갖추고 있지만 ‘목표’에 대한 생각은 전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일단 시작부터 했기 때문이다.


‘여행 가서 현지인들과 편하게 의사소통을 하고 싶다’를 예로 들어보자. 목적으로는 충분하다. 동기부여 또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영어 공부 시작 전에 확립해야 할 목표는 무엇이 될까. 몇 가지 체크리스트를 확인하면 좋겠다.


1. 현지인들과 편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것에서, ‘편하게’의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2. 현지인은 정확히 누구인지? 영어가 국어인 나라를 말함인지? 어느 정도로 영어가 사용되는 국가를 의미하는 것인지?

3. 현지인들과의 편한 의사소통은 일상 회화를 가리킬 텐데, 그러면 관광객으로서 일상 회화의 범위는 어떻게 되는지?

4. 다 떠나서, 의사소통의 범위는 어떻게 되는지?


말줄임표를 여럿 붙이고 싶다. 침묵에 잠겨야 하고 침음이 새어 나와야 한다. 관습적으로 쉽게 입에 올리는 ‘목적’의 깊이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보다 훨씬 더 깊다. 다른 목적도 안타깝지만 마찬가지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가볍게 생각한 ‘목적’은 목적 달성을 위한 ‘목표’를 생각하는 순간부터 무겁게 느껴야 한다.


이쯤 되면 ‘도대체 어쩌라는 것인지’ 같은 불덩이가 속에서 솟구쳐 오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한다. ‘안 된다, 틀렸다, 망한다고만 하지 말고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 도대체 그 목표가 무엇인지도 설명해달라’ 같은 생각이 떠오르고 있음도 알고 있다. 그것이 영어강사 Damon이 이 책을 쓰는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