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설렘과 확실한 행복 그 중간 사이 어디쯔음 위치해있는 익숙하면서도 늘 낯선 새로운 감정이다.
살면서 기다려온 순간은 언제나 있고 늘 우리 곁에 존재한다.
나의 기다림은 내 마음에서 피어난 소소한 행복에서부터 시작한다.
기다림의 결과가 가져다 주는 것은 거대하고 컵에 담아놓은 물처럼 내가 보고 담을 수 있는 물질적인 것은 아니지만
햇빛이 바닷물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나는 것처럼 마음 한 켠 일렁이는 잔잔한 추억과 빛나는 순간들을 선사한다.
금요일 5시 30분, 퇴근 후 한적한 2층 카페에서 좋아하는 책을 읽는 것.
각박한 일상 속 아무 생각없이 책의 주인공의 삶으로 들어갈 수 있으며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었을 때 통창 너머로 보이는 바깥 풍경에 한번 더 넋을 잃고 보게 된다.
어느 여름 날, 초록색 가득한 나무들의 잎사귀가 흩날리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하늘을 나와 함께 바라보고 있다.
책 한 구절 그리고 푸르름 한 스푼.
마음 훌훌 털고 온전히 나의 감각에 집중해보는 시간, 여행.
여행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은 나 혼자 느끼는 것이 아닌 동행자들과의 따뜻한 온기를 다 같이 나눔에 있다.
구경하는 즐거움, 맛보는 즐거움, 해보는 즐거움.
그렇게 오감을 두드리면 싱그러운 감각이 되살아난다.
10년된 친구와 청량한 오후 햇살과 주말을 만끽하는 순간.
점심 거하게 먹은 배부름을 안고 다시 수플레로 시작하는 카페에서의 우리의 식사.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우드향 가득 배인 차량용 방향제.
금방 갓 구워낸 수플레의 따끈한 빵과 따스한 햇살같은 친구의 마음이 담긴 향기 선물.
이보다 더할 나위 없는 하루들, 기다려온 순간들이 여름안에서 흘러간다.
1600여개의 초와 함께한 여름밤 더 캔들 클래식 콘서트.
동공에 비쳐 흔들리는 초들의 향연은 다소 차가워져 있던 마음을 녹이고 바이올린의 선율은 얽혀있던 실타래를 풀어주는 것처럼 고단함을 씻어주었다.
평소에 좋아하던 Coldplay & Disney 곡들로 귀 호강하며 벅차오르던 감동을 느낀 하루.
기다려온 순간이 감동의 순간으로 교차됐던 하루.
주말 아침, 여유롭게 기지개를 켠다.
전 날 사온 싱싱한 재료들로 먹을 브런치를 만들고 내 방을 좋아하는 나로써 둥근 원형테이블에 앉아 홈카페를 만든다.
평일에는 만끽할 수 없는 아침 늦잠과 여유로움, 내가 기다려온 순간.
기다려온 순간이 지나가면 그 순간 느꼈던 공기 그리고 향기, 그리고 그 속에 머무르던 사람들까지 모조리 기억하는 순간으로 바뀐다.
나에게 기다려온 순간이란 한번도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기대감이 아닌 늘 하던 것에 대한 익숙한 기대감이다.
오늘도 기다려온 순간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