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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셋진 Sep 07. 2023

뜻하지 않은 감사함

7시 반 아침 출근 길이었다.

지하 2층에 얌전하게 주차되어 있던 내 차 앞으로 이중 주차가 도미노처럼 즐비해있었다.

내 차가 나가려면 앞에 차들을 밀어 나갈 수 있게 통로를 만들어야 했다.

끙끙대며 한 차를 밀고 있는데 밀고 있는 차 뒤로 다른 차 하나가 저절로 움직인다.

내가 고개를 빼꼼하고 옆을 보니 어떤 아주머니가 말없이 함께 밀어주셨다.

출근길 이중주차의 당황스러움은 이웃의 따뜻한 놀래킴으로 행복해졌다.


오늘 아침 감사합니다.


어제부터 하루종일 나의 연구에 관련된 논문을 샅샅히 검색하고 뒤졌다.

논문 점수가 높은 것 위주로 찾았고 한 주제를 전문적으로 파악하고 결과를 중시하는 미팅 자료를 작성했다.

시간을 들여 한 일이라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다.

교수님과 미팅을 진행했고 묻는 질문에 대답을 잘 못하는 내 모습이 보였다.

헛된 시간을 보냈던 걸까 나 스스로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교수님이 논문 발표를 전체적으로 보시면서 연구 목적과 연구자의 의도 및 방법에 대하여 흐름을 보라고 하셨다.

그때 깨달았다. 편협한 시각이 아닌 넓은 시각으로 상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것을.

혼자서 방향 감각을 찾아 헤매던 숲에서 시원한 물 한모금과 정표를 심어 주셨다.


오늘 미팅 감사합니다.


내일 친구 신혼 집 집들이를 가기로 하였다.

어떤 집들이 선물을 해주면 좋을까 퇴근 전부터 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찻잔, 러그, 도마나 칼, 식기, 커플 잠옷 등 어떤 것이 친구가 가장 행복해 할지 답을 내리지 못한 채 그대로 퇴근했다.

퇴근 후 홈플러스에 들려 주방 및 인테리어 용품 코너에서 이것저것 보며 계속 서성였다.

바라만 볼뿐 쉽게 고르지 못했다.

온 김에 내가 필요한 용품도 사고 가자 싶어서 다른 코너를 돌고 다시 이쪽으로 되돌아 왔다.

우연히 선 곳에 아기자기한 계량컵 세트가 보였다.

왜 이곳에 이런게 있지라는 마음으로 특별해 보였고 아무도 주지 않았을 것 같아 각별함이 느껴졌다.

친구가 안그래도 요즘 집밥 요리 하고 있다고 했었는데 집들이 용으로 딱이라고 생각했다.

생각지도 못한 집들이 선물의 선택성이 친구에게 어떤 감정을 선물하게 될지 기대되는 바이다.


오늘 특별한 우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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