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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셋진 Nov 26. 2023

우당탕탕 즉흥적인 부산 알짜배기 여행 떠나기-2편

12시 8분에 도착하는 기차를 타고 1편에서 함께했던 버섯마을 멤버들 4명이서 오순도순 부산을 도착했다.

부산에 오기 전 날씨를 확인했을 때 주말 이틀 동안 비가 오지 않는다고 되어 있어서 날씨요정이 누구냐며 서로를 칭찬했던 기억이 난다.

내렸을 때의 날씨는 우리 예상에 빗나가지 않았고 다행히도 비가 오지 않았다. 예상대로 아무도 우산을 가져오지도 않았는 걸 보니 쿵짝이 아주 잘 맞는다.

1박 2일의 여행인지라 짐을 그렇게 많이 가져가진 않았다. 2박 3일이었다면 아마 여분의 옷 한 벌, 여러 가지 부가적으로 챙길 것들 해서 이틀간의 짐보단 훨씬 많을지도 모른다.

캐리어는 조금 과장된 것 같아서 한 가져오지 않았으며 짐을 챙기는 누구든 다르겠지만 나는 거추장스러운 것도 싫어하고 손에 짐이 많은 것도 싫어하는 타입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내 짐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큰 가방 하나에 모든 걸 다 때려 넣는 타입인데 그에 딱 맞는 나만의 데일리 백이 있다.

짐 예쁘게 챙기고 나한텐 그런 건 없다.

오직 여행에서 편리함과 실용성을 먼저 추구하는 나였다. 물론 겉으로 보여지는 데일리룩 빼고.

약간 쑥스럽지만 내 데일리백을 소개해본다.

사각지게 생겼는데 이래 봬도 저기 안에 내 잠옷, 화장품, 세안용품, 양말 등 테트리스처럼 차곡차곡 쌓아 넣으면 웬만한 수납은 다 가능한 요긴한 가방이다.

더군다나 또 튼튼하고 건강하기까지 해서 찢어지거나 비에 젖거나 해도 끄떡없는 아이다. (아래 사진은 아직 본격적으로 챙기기 전이다)



나는 이렇게 챙겨 왔고 나머지 버섯 셋은 물론 종이가방도 들고 와서 작은 가방을 들고 다니자는 주의였고 난 그 또한 존중한다.

여행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짐 챙기기인데 소박하게 잠깐 얘기해 보았고 본론으로 돌아와서 다시 부산스토리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그렇게 무궁화호로 칙칙폭폭 달린 뒤 다 냄새가 코 끝을 스치는 부산역에 도착했다.


부산역에 도착하면 항상 좋았던 게 대구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부산만의 느낌과 바닷물의 청량함이 가장 먼저 머릿속에 잔잔하게 떠오르는 것이다.

바닷물을 생각하면 자동으로 바다의 짠 내와 바닷바람이 발가락 사이사이로 통과하는 느낌이 걸음마다 따라온다.

바다 옆을 거니는 듯한 나의 발걸음은 밝게 비추는 광활한 부산역 광장 출구로 빠르게 향했다.

이어져 있는 계단과 벽들로 막혀서 보이지 않았던 역 안을 지나서 내려가서 아스팔트 바닥을 딛는 순간 눈앞에는 나 부산이야 하는 상가들이 즐비해있다.

물론 대구에서 보던 투썸플레이스도 있고 올리브영 등 익숙한 간판들도 문득 보이지만 부산이라 그런가 또 다르게 보인다.

부산역에 도착했다고 크게 써져 있는 부 산 역 을 인증샷으로 남기고는 수많은 차들과 사람들을 지나쳐 버스를 타러 갔다.


원래 계획표상 넷이서 부산에서 려서 이재모 피자 본점을 가서 점심을 먹으려는 게 첫 계획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부산에 내리기 전 캐치테이블 앱으로 이재모 피자의 대기 수를 살펴보았는데 거의 2시간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우리가 내리는 시간은 12시가 넘어가는 시각이고 그렇다면 오후 2시에나 되어야 먹을 수 있다는 얘기인데 기다리는 시간을 포함해서 시간 낭비이기도 하고 꼬르륵 합주가 펼쳐질게 뻔했다.


'캐치테이블'은 음식점 대기 예약을 도와주는 서비스인데 직접 방문해서 예약하는 방법도 되고 앱을 깔아서 대기를 걸어놓는 방법도 있다.

맛있고 유명한 맛집이라면 보통 캐치테이블을 많이 이용하게 되는데 정해진 오픈 시간이 되면 캐치테이블에서 대기 예약을 걸 수 있도록 바뀌고 걸어놓고 웨이팅이 가능하다.

대기하는 팀이 몇 명 남았는지, 대기팀이 10명 정도 남짓 남았을 때는 카카오톡으로 알림까지 뜨니 아주 편리한 서비스다.


의논한 결과, 이재모 피자는 안되겠다고 론을 내린 후 부산을 현지인처럼 잘 알고 있는 송로버섯이 다른 맛집을 안내했다.

송로버섯은 참고로 1편에서 소개했다시피 섯마을 멤버들 4명 중 한 멤버의 닉네임이라 생각하면 편하겠다.

앞으로 이 부산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버섯으로 부르기로 겠다.


우리가 가게 된 첫 점심 맛집은 '18번 완당'이었다.


01. 서부산 남포동 필수 맛집 : 18번 완당집


우리는 이 18번 완당집을 처음 부산에 도착해서 먹은 첫 점심식사였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이한 음식이기도 하고 간이 삼삼한 편이라 자극적이지도 않고 속에 부담도 많이 없다.

'완당'이라고 하면 이게 뭘까?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하다.

나도 완당이라는 건 난생처음 들어봤고 소개해 준 송로버섯이 만두 같은 것이라고 해서 어림짐작만 하고 있을 터였다.


74년 전통의 부용동 원조 18번 완당집.


완당은 1대 사장이 중국의 훈뚠과 일본의 완탕을 부산식으로 재해석한 음식으로 아주 얇은 만두피에 손톱만큼의 돼지고기 소를 넣어 빚고 무, 다시마, 멸치, 닭발 등으로 끓여 낸 맑은 육수로 완성한다고 한다.

피가 아주 얇고 부드러웠으며 맑은 국물에 스며들어 있는 속 안은 입 안을 따뜻하게 감싸주어 부족하지 않은 맛이다.


우리가 갔을 때 즈음은 한창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남포동 비프광장 골목 지하에 위치해 있는 작지도 넓지도 않은 가게의 계단에서 15분 정도 대기를 하고 들어갔다.

입장하자마자 장시간 끓여낸 육수 덕분인지 가게 내부는 춥지 않았고 신기하게도 온기가 몸으로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음식을 맛보는 사람들을 천천히 살펴보니 우리처럼 여행 온 사람들도 보이지만 원래 부산 토박이인 것 같은 사람들도 언뜻 보였고 자연스럽게 혼자 앉아 먹는 사람도 보였다.

그 사이를 비집고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주러 다니는 직원들의 모습은 더욱 따스하게 느껴졌고 멀리서 온 우리를 아는 건지 따스하게 맞이해 주셨다.


그리고 18번 완당집에서 인상 깊었던 것 중에 하나가 카운터 옆에 완당을 만드는 직원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다 보인다는 것이었다.

보통 이렇게 주방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하는 모습을 손님들이 직접적으로 마주하기는 어려운 게 음식점인데 작은 다락방 같은 공간에서 비춰지는 빛 사이로 완당을 빚는 직원분들의 모습이 보였다.

위생적으로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하고 똑같은 하얀 셔츠에 밀가루가 살짝 묻어있는 앞치마까지 하고 계신 직원 두 분이 나란히 마주 앉아 있었고 얇게 만두피를 빚어 안에 속을 채워 넣고 계셨다.


이걸 보면서 2가지 느낀 것이 있다.

첫 번째는 우리는 이만큼 공개적으로 손님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만큼의 깨끗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

두 번째는 손님들께 나가는 음식은 한 손한손 정성 들여 빚어 나가니 우리와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하고 있습니다 라는 것.


메뉴판을 살펴보니 완당 단품으로만 팔기도 하고 완당에 우동 사리를 넣은 완당우동, 완당과 함께 트로 즐길 수 있는 완당+유부초밥+김초밥으로 구성되어 있는 세트 메뉴도 준비되어 있었다.

또한 그 외에도 김치김밥, 소고기덮밥, 비빔모밀, 쟁반모밀 등 김밥과 모밀도 전문적으로 같이 하는 것 같았다.

메뉴는 생각보다 다양했고 밥과 면 중 먹고 싶은 것으로 선택해서 맛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가격은 완당이 9천원, 세트메뉴는 1만원대로 심히 부담스럽지는 않은 가격대였다.

버섯마을 패밀리 4명은 세트와 단품을 적절히 섞어 1인당 1완당 및 유부초밥과 김밥 그리고 쟁반모밀까지 함께 주문했다.

언뜻 보면 너무 많이 주문했나 싶기도 한데 완당 자체가 따끈하고 삼삼한 국물로 되어 있어 김밥이나 모밀들이 목구멍 사이로 아주 잘 넘어간다.


완당 국물을 먼저 맛보았는데 맑고 깨끗한 육수 덕분인지 메말랐던 속 안을 따뜻하게 온천물로 뒤덮여 가라앉히는 맛이었다.

우리가 평소에 먹던 만둣국처럼 고기와 야채물을 푸욱 고아 어우러지는 맛이 아니라 그것보다 훨씬 깔끔하고 야채의 끝맛을 장시간 깊게 우러낸 맛에 더욱 가까웠다.

자극적인 라면 국물이나 칼한 매운탕과는 차원이 다른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맛이었다.

음, 어떻게 비유하는 게 가장 알맞을까를 생각해 보았는데 겨자를 뿌려 새콤한 일반 냉면보다 삼삼한데 자꾸만 생각나는 여름의 평양냉면이 있다면 울에는 완당을 소개해주고 싶다.

완당의 국물 안에 담겨져 있는 '완당'도 숟가락에 올려 살짝의 국물과 함께 먹어보았다.

만두피가 굵지 않고 얇아서 그런지 이게 만두피구나 하는 밀가루 느낌으로 씹는 것보다 부드럽게 혀에 스며들어 식도를 통과하고 있었다.

그리고 통과하기 전에 나는 만두피지만 안에 이런 속으로도 빚어졌어 하고 마치 발도장을 찍고 가는 그런 느낌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만두는 만둣속안이 가득 차서 많이 씹어야 하는데 완당은 그렇지 않았고 국물과 함께 호로록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는 그런 음식이었다.

완당 한 그릇에는 국물 위에 김, 청경채, 계란말이 같은 고명이 올라가 있고 국물 안에는 완당과 숙주 그리고 면들이 담겨져있다. 흡사 우동같기도 한데 우동과는 또 다르다.


우리 테이블을 제외하고 다른 테이블에서도 많이 시키는 게 보였던 모밀은 18번 완당집의 은근 숨은 맛있는 메뉴인듯 하다.

쟁반에 담겨져 나오는 모밀을 살얼음이 동동 떠있는 간장 베이스의 국물에 적셔 먹는 쟁반모밀이었는데 당으로 뜨끈해진 속으로 살짝 청량감을 느끼고 싶을 때 모밀이 딱이었다.

완당보다는 조금 간이 베여있어 완당으로 90% 채웠다면 나머지 남은 10%를 모밀로 입 안 가득 채우면 완성되는 느낌이었다.

또한 유부초밥은 쌀밥과 검은깨로만 유부 속으로 꽉 채워서 들어가 있었는데 윤기와 찰기가 가득해 만족스러웠다.

김초밥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야채김밥과 비슷했는데 나는 완당을 먹는다면 이 김초밥도 꼭 추천해주고 싶다.

한국인이라면 국과 밥을 함께 먹는 문화가 있어서 그런지 그게 자연스럽기도 하고 식사를 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완당의 국물과 김초밥을 같이 곁들여 먹으면 딱 그 느낌에 가까웠다.

 

버섯마을 패밀리가 모두 부산의 점심식사로 만족스러워 하던 곳이었다.

나도 그렇고 여기를 소개해준 송로버섯은 같은 옆자리에 앉아서 나란히 먹었는데 둘 다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숟가락을 놓을 때까지 흐르는 땀과 함께 식사를 했던 귀여운 일화가 떠오른다.

그만큼 몸이 따뜻해졌다는 뜻이 아닐까!


한국인이 역시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땐 땀을 송골송골 맺히면서 먹어야 제맛이지요.




18번 완당집을 들러 든든하게 배를 채운 후, 우리는 다음 일정인 요트 투어로 떠나기로 하였다.

부산에 오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것 중에 하나가 '해운대 요트투어'다.

이건 다른 지역에서 부산을 여행 왔다면 정말 적극적으로 추천해주고 싶은 코스 중에 하나이다.

요트투어 예전에 혼자 부산여행을 왔을 때 가야지 하고 코스로 하나 넣어놨었는데 예약 시간에 너무 딱 맞게 도착해서 지 못했던 쓰라린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기필코 타야지 하고 버섯마을 패밀리들에게 다시 타보는 게 어떻냐 권유를 했었는데 흔쾌히 가자고 해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부산의 요트투어에 대해서 그럼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02. 광안리와 해운대의 대표 명소를 한 눈에 : 부산 요트투어

부산 요트투어가 주는 즐거움은 다른 즐거움과 비교할 수 없다.

그만큼 매력적이고 다시 한번 하고 싶은 부산여행 중에 하나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요트투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부산 요트투어는 가슴이 뻥 뚫리는 부산의 광활하고 푸른 바닷물을 한 눈 안에 모두 볼 수 있고 광안리부터 해운대까지 어우르는 대표 명소들을 1시간 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눈이 전혀 심심하지 않다.

광안리부터 해운대까지의 핵심 요약본이라고 보면 되겠다.


부산 요트투어를 하기에 앞서 론 당일로 가서 직접 예약을 할 수도 있는 경우가 있긴 하나 뭐든 예약시스템이 최고다.

우리는 미리 요트투어를 예약을 하고 갔다.

요트투어를 할 수 있는 곳은 아주 다양하고 수많은 곳이 있다. 그 중 어디를 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부분도 있을 터인데 내가 갔던 곳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내가 갔던 요트투어는 '요트다 투어'다.

여기를 선택하게 된 것은 우리 버섯마을 패밀리들 중 송로버섯이 여러 후기나 가격대를 비교한 뒤 선택한 곳인데 가보기 전까진 요트투어가 그냥 다 똑같은 것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다녀오고 나서 굉장히 만족도가 높았던 곳이어서 이런 좋은 경험을 나눠주면 좋겠다 싶은 마음에 공유하게 되었다.

가격대는 주중과 주말 그리고 주간이냐 야간이냐에 따라서 다르긴 한데 우리는 주말 대인으로 해서 주간으로 다녀와서 1인당 19,900원 정도의 가격으로 예약을 했다.

예약하는 당시 2만원 정도의 가격이라 그렇구나라고만 생각했는데 요트로 투어를 한번 다녀오니 2만원에 이렇게 끝내주는 눈호강을 할 수 있다니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가 예약한 시간은 원래 4시였는데 점심을 먹고 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3시로 변경해도 될 것 같아서 시간을 조금 앞당겼다.

안내 받은 요트투어 대기 장소 구역으로 가는데 오지 않았던 비가 오기 시작해서 우산을 구매했고 2명씩 짝지어서 쓰게 되었다.

2시반에 대기장소에 도착하게 되어 기다리는데 첫 번째 사진에서 볼 수 있다시피 비가 점점 많이 오기 시작했다.

이 때 바다에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우리의 마음에도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슬펐다.

우리는 이대로 무사히 요트투어를 볼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고 요트 밖 말고 안에서 꼼짝없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버섯마을 패밀리 중 표고버섯이 갑자기 뚱이의 비 내리지 말라는 릴스송을 틀었다. 어디서 난 건지 우리는 다들 그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녀들의 돌림노래가 통한건지 정말 기가 막히게 요트에 오르자마자 비가 그쳤고 구름 사이로 구멍이 생기면서 햇빛이 들기 시작했고 이내 하늘이 푸르고 맑아졌다.

비 온 뒤에 원래 날씨가 더 맑다고 했는데 우리가 타는 시간대 동안 햇빛과 함께 너무 빛나는 시간이었고 아름다운 순간들이 함께했다.

내가 요트투어를 못하고 놓쳤던 순간들, 비가 와서 어려워질 것 같은 순간들을 모조리 씻겨 내려주는 하늘에 너무 감사할 따름이었다.


요트가 출발했다.



수영만 요트경기장-마린시티-동백섬-광안대교-광안리해수욕장-수영만 요트경기장 코스로 투어가 이루어졌다.

우리가 타는 날은 비도 오고 그래서 그런지 운이 좋게도 사람도 많이 없어서 더욱 여유로운 요트투어가 가능했다.

요트경기장을 떠나 마린시티로 향하는 길 눈 앞에 펼쳐진 넓디 넓은 바다와 푸른색의 향연은 시원하게 온 몸을 푸르게 비췄다.

나는 두 팔을 벌리고 가슴을 힘껏 내밀고 바닷바람과 짭조름한 바다 냄새를 마음껏 맡았다.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해보겠나 싶어 타이타닉의 여주인공처럼 탁 트인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렇게 지나다 보니 부산에서 유명한 아이파크 아파트가 반짝반짝 빛났고 일렁이는 물결들이 이 곳은 부산입니다를 마치 알려주는 이정표 같았다.

동백섬을 지나 이윽고 멀리 있던 광안대교가 점점 가까워졌고 곧이어 동공 전체를 감싸고 있는 광안대교가 내 눈 앞에 떡하니 마주하고 있었다.

요트는 잠시 멈췄고 금 이 곳이 포토스팟이라며 직원 분이 사진 찍으라고 손짓하셨다.

우리는 3살 어린이 마냥 요트 제일 끝 쪽인 가장자리에 서서 할 수 있는 가장 예쁜 포즈를 취했다.

포즈가 고갈되면 다음 포즈를 또 궁리해서 요리조리 어떻게든 오늘의 부산을 다 담아보려고 했다.


요트다 투어에서 았던 점 중에 하나가 주간투어(12시-18시)를 하면 폴라로이드 사진 서비스를 해준다.

버섯마을 패밀리는 각자 개인샷을 손이 닳도록 찍고 직원분이 우리 네 명도 함께 카메라에 담아주셨는데 폴라로이드로 인화해서 바로 주셨다.

이 사진을 10년 뒤에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잠시 스쳐가는 생각을 출렁이는 바닷물에 같이 떠나보냈다.


바다 위 그리고 그 위에 떠있는 나, 요트 위에서 보는 광안대교는 심히 아름다웠고 웅장했다.

부산을 가면서 차를 타거나 나이트레이스를 할 때 광안대교 위에 올라가 보긴 했지만 광안대교의 커다란 몸집을 내 눈 안에 꽉 차게 담을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눈 안에 담긴 장면 중의 하나가 약간의 해가 지는 일몰과 함께 주황빛으로 반사되어 일렁이는 바다의 윤슬이었다.

이 시간대라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인지는 모르겠으나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은 이런 것이 아닐까.


운이 참 좋은 날이다.

글 쓰는 지금도 아직 그 여운이 잊혀지지 않는다.




요트투어로 다들 감동받고 사진 너무 예쁘게 잘 나왔다며 둥가둥가 길을 거닐던 버섯마을 패밀리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따로 있었기에.

그것은 바로 부산의 불꽃축제다.


불꽃축제를 맞이하러 가기 위해서 우리는 예약해 둔 게스트하우스로 짐을 두러 가기로 하였다.



03. 광안리 유일 여성전용 한옥식 게스트 하우스 : 광안촌


나도 사실 6인 게스트하우스는 부산에서 처음 묵어보게 되었다.

버섯마을 패밀리는 4명이고 나머지 2명은 안면도 모르는 사람들과 한 방을 같이 쓰게 되었는데 연 괜찮을까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주말 1인 이용 32000원이라고 하면 아주 합리적인 가격에 씻는 것과 자는 것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으므로 이만한 선택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다녀와서도 후회 없는 선택이라고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합리적인 가격의 좋은 가성비와 광안리 해수욕장과 밀락 더 마켓까지 들려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최고의 접근성까지 겸비했다.

가성비와 위치 그리고 나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하룻밤을 같이 마무리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숙소였다.

그리고 숙소에 '꼬미'라고 하는 귀여운 고양이도 돌아다니니 혼자 온다고 해도 적적하지 않을 느낌의 게스트 하우스였다.



분위기 자체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모던한 느낌의 숙소와는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콘셉트 자체가 '도심 속의 촌'이라고 해서 할머니집을 연상하도록 하고 따뜻한 냄새 폴폴 풍기는 숙소로써 입구에 들어가자 마자 우드형 대형 마루에 옛날 느낌 낭낭하게 떠올릴 수 있는 전통 문양의 소품들이 눈에 띈다.

꽃무늬로 된 알록달록한 벽지들과 붉은 듯 푸른 듯 비추는 조명과 예전 조선시대에 있을법한 사군자 느낌의 병풍까지 인테리어와 공간에 신경을 많이 쓰신 듯한 느낌이 들었다.

침실이 있는 방에 들어가기 전에 1차로 보는 눈이 즐거웠고 옆에는 사물함까지 여유롭게 준비되어 있어서 대구에서 오느라 들고 왔던 짐들을 어느 정도 여기에 둘 수 있었다.


전통적인 할머니집 인테리어로 되어있던 공간을 지나서 옆으로 눈을 돌리니 또 다른 문이 하나 더 있었다.

이 문을 열고 들어가니 친구집에 놀러 온 것 마냥 거실이 있고 주방이 있었다. 그리고 디딘 발 밑에는 우리의 신발 말고도 오늘 함께 묵을 사람들의 신발들이 널브러져 있는 게 보였다.

주방은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도록 필요한 요리 기구들이 즐비해있었고 탁자보나 조명 그리고 인테리어 소품들까지 집 안의 분위기와 색깔에 맞게 정돈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게스트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여성전용 게스트하우스이기 때문에 여성을 위해 필요한 거울, 드라이기, 고데기, 다른 필요한 용품 등 구비가 되어 있었다.

또한 여성전용이면 여성들만 모여있는 게스트하우스라 안심하고 내 집처럼 편안하게 숙소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리트였다.



곧이어 침실이 있는 방을 둘러보았는데 우리는 6인 도미토리다 보니 한 방에 2층 침대가 총 3개씩 있었다.

도심 속의 촌이라는 공간을 침실에도 접목시켜 짙은 녹색의 침대 커버와 그 옆으로 자연이 생각나는 몽환적인 느낌의 대형 패브릭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아마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라 문으로 들락날락할 때 거실에 비치는 불빛을 가려주는 역할도 하는 것 같고 나름의 개인 공간을 나타내 주고 싶어 하는 주인분의 마음도 살짝 느낄 수 있었다.


버섯마을 패밀리인 4명인 우리를 제외하고 방을 같이 쓰게 된 분이 방 안에 한 분 계셔서 웃으면서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보았다.

오늘 어떻게 오시게 된 거냐고 여쭤보니 우리랑 똑같이 불꽃축제를 보러 왔다고 작년에는 해운대에서 보려고 했다가 실패했다고 하셨다.

우리도 불꽃놀이 보려고 대구에서 멀리 왔다고 하면서 공감대를 나눴다.

그렇게 서로 불꽃축제 부디 잘 보고 오라고 응원해 주었고 아마 이 게스트 하우스는 부산에서 불꽃축제가 있을 때마다 보러 오는 손님들이 꽤나 있을 것이라 어림짐작 하게 되었다.


게스트 하우스의 전체적인 공간에 대한 소개는 뒤로하고 위치에 대해서 상세하게 얘기해 보자면 광안촌과 광안리해수욕장의 거리는 1km도 채 안 되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었다.

게스트 하우스 바로 아래에는 편의점도 바로 위치해 있어서 먹고 싶은 게 있거나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갈 수 있어서 편리했다.

그리고 주변에 횟집이나 요즘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민락 더 마켓도 5분 거리에 있어서 숙소가 고독한 곳에 있지 않아 좋았다.


광안촌 게스트하우스에 대해서 정리하자면

1. 합리적인 가격 (6인 도미토리 기준,1인 주말 32000원)

2. 광안리 해수욕장을 걸어서 10분 안에 갈 수 있는 최고의 위치

3. 여성전용의 편리하고 안전한 숙소

4. 특별한 하루를 선물해 줄 수 있는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숙소

5. 사람들과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숙소


1-5번을 충족해 주는 숙소를 찾고 있는다면 부산 광안리 게스트 하우스로 추천 드리고 싶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짐을 정리하고 용모를 다시 가꾼 뒤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되는 '부산 불꽃축제'를 보러 여정을 떠났다.


3편에서 계속.

- 3편까지 완료되면 2편이랑 합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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