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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셋진 Nov 30. 2023

대장암을 연구합니다

11월 29일 수요일.


현재 2년 2개월째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대학병원의 대장암 센터다.


매일 출근하고 퇴근하기까지 다양하고 많은 업무를 하지만 업무에 대해서 머릿속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기록을 해 놓으면 어떨까 싶었다.

병원 연구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어느 누군가가 암 센터 연구원이 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 할 수도 있고 중에 내가 다시 읽어봤을 때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았다.

그래서 업무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현재를 써내려 가보기로 했고 그 안에서 나는 아직도 암을 연구하는 연구원으로써 배움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사람이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수술 환자 명단을 체크하는  이다.


보통 수술 환자 명단은 업무가 시작되는 월요일 전 주말이나 빠르면 그 전 주 금요일에 메일로 모든 교수님들의 수술 환자에 대한 명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까 오늘은 수요일이지만 월요일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그 주에 수술하는 모든 환자들의 명단 및 어떤 상태의 환자인지, 언제 입원을 하고 이 환자가 가지고 있는 기저 질환이나 결장암(Colorectal  cancer), 직장암(Rectal cancer), 회장루 복원술(ileostomy repair)과 같이 어떤 대장암에 속하는지도 살펴 볼 수 있다.


비록 월요일 아침부터 수술 환자 명단을 확인했었다 하더라도 나는 매일 아침 다시 한 번 확인을 한다.

내가 놓치고 가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오늘은 몇 분의 환자분들이 수술을 받게 되고 구용으로 사용될 채혈과 종양 조직을 받을 수 있는 일정을 체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오늘 오전 11시에 수술하는 환자가 잡혀있다면 병원 내 EMR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환자번호를 입력 후 수술 소요 시간 확인한다.

환자가 수술을 이미 받고 있을 시 수술 중인지 회복실에서 회복 중인지까지도 확인이 가능하다.


병원 EMR 프로그램이요?


EMR이란 전자의무기록(electonic medical record)라고 하며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면 의사는 진료기록부(chart)에 기록을 하면서 환자 진료를 한다.

이 진료기록부에는 환자의 모든 정보(환자의 개인정보, 환자번호, 현재까지 진료를 받았던 모든 정보 및 입퇴원 기록, 수술기록, 처방기록 등)가 들어가 있다.

만약 진료기록을 수기로 작성한다면 귀찮을 뿐만 아니라 분실의 위험도 존재하기 때문에 전산으로 입력하여 온라인으로 조회할 수 있록 해준다.

신속한 환자진료를 도와주고 산실 메인 컴퓨터에 모든 기록이 저장되는 편리함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환자의 모든 정보를 전산화하여 입력, 관리, 저장하는 업무를 관장하는 프로그램이다.



오늘의 수술 환자 명단을 보니 담당하고 있는 교수님의 환자 중 1명의 수술 환자가 있었지만 현재 하는 IRB 연구 프로젝트에는 해당되지 않는 환자였다.

오늘 말고도 이번주 금요일에 수술을 받게 될 환자 2명을 확인했는데 내가 하고 있는 각기 다른 연구 프로젝트에 속하는 환자였다.

내가 맡고 있는 프로젝트 하나는 대장암 환자의 방사선 치료반응을 예측하는 Biomarker를 개발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혈액 Exosome을 통한 Multiflex solution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프로젝트 이름들이 복잡하고 어려워 보일 수도 있으나 궁극적인 목표는 하나다.


"대장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액체 생검을 통하여 편리함과 예후 확인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


대장암은 특성상 진단 및 조직 검사에 내시경과 CT, 분변 검사 등과 같이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환자들에게 매우 불편한 과정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액체 생검은 소변, 복수, 뇌척수액 및 말초 혈액 등과 같은 생물학적 체액을 얻어 순환종양세포 또는 엑소좀(exosome) 및 miRNA 등과 같은 화합물을 얻는 진단 검사 기법을 일컫는다.

불편한 과정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액체 생검 기법을 활용하여 대장암 조기 진단, 약물치료 전후 혹은 수술 후의 예후 진단 단계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하여 환자의 편의성 향상뿐만 아니라 생존기간 및 생존율까지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액체 생검을 통한 연구는 대장암 환자분들의 혈액으로 이러한 목표를 위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암 환자분들의 혈액은 연구에 사용되기 이전에 개인의 소중한 혈액이고 민감하게 다뤄져야 하는 사안일 수 있기 때문에 채혈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혈 전 선적인 의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잠깐 언급되었던 IRB에 대하여 알고 갈 필요가 있다.


연구 대상자의 권리, 안전, 복지를 위한 IRB


IRB(Institutional Review Board,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는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연구 대상자의 권리와 안전 그리고 복지를 위하여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생명의과학연구의 윤리적, 과학적 측면을 심의하는 곳이며 연구계획을 승인할 수 있는 의결기구이다. 한마디로 이 IRB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연구에 대한 계획서 및 서류를 작성한 뒤 제출하면 검토하여 연구 계획을 승인, 수정,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IRB는 모든 대학과 연구자가 소속된 기관인 병원, 연구소 등에 설치되어 있고 수행하려는 연구가 적합한 연구참여 동의를 구했는지, 연구 참여자에 대한 안전을 확실히 보장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또한 정보 제공자가 직면하게 될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위험은 어느 정도 인지를 파악하기 위하여 연구자에게 추가적인 정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


IRB에서 통과된 연구계획서만이 향후 연구를 진행할 수 있고 나의 연구 프로젝트들은 IRB에서 심사 승인이 완료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환자분에 대한 채혈과 조직 채집 등이 가능한 것이다.


금요일에 수술을 받게 될 환자 2명에 대한 채혈이 필요하여 처방 지시를 내려야 했다.

처방 지시는 내가 직접적으로 내릴 수는 없고 연구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의사로 종사하고 계신 교수님의 지시에 따라 채혈실에 처방이 내려진다.

처방 지시는 보통 해져 있는 채혈 코드(예를 들면 LZA005  : SST Tube 8.5ml / LZA006 : EDTA Tube 10ml) 사용하 되고 얼마나 뽑을 것인지 등을 고려하여 내려지게 된다.


예를 들면, A 환자의 채혈 및 조직 채집에 관한 처방이 대략 이런 느낌으로 진행이 된다.

> 수술 전 (LZA005) 8.5ml 채혈 (1 tube)

> 조직 Cancer 1개, Stromal 1개, Normal 1개

> 수술 후 pod5 (LZA005) 8.5ml 채혈 (1 tube)


금요일 환자 2분 중 1분이 오늘 병실에 입원을 하게 되어서 수술 전 샘플에 대한 채혈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Whole blood를 원심분리기에 넣고 돌린 후 분리된 Serum


원심분리기와 혈액을 보관하는 Deep freezer (영하 -70~80도 정도하는 초저온 냉동고)


환자 입원 후 병동에서 채혈이 완료되었다는 안내를 받으면 혈실로 가서 채혈된 SST Tube를 수집한 뒤 원심분리기에 넣고 돌린다.

내가 이번에 받게 된 채혈 Tube는 SST Tube 8.5ml 1 tube (Whole blood)였다.

원심분리기 채혈된 Tube를 넣고 온도 4도로 맞추어 3000g에서 10분 동안 돌려면 Serum이 분리되게 된다.

이렇게 분리된 Serum은 각 1~1.5ml 정도로 나눠서 담고 영하 80도에 육박하는 Deep freezer에 Cryobox에 넣어 보관된다.



혈액 중 혈청(Serum)이 뭐예요?




혈액(blood)를 분리하면 혈구와 혈청(Serum)으로 나눠진다. 혈청 속에는 항체(antibodies)가 들어있다. (사진: 위키피디아)
혈청(Serum)은 응고가 일어난 뒤에 원심 분리를 하여 얻은 액체이다. (사진 :  Microbiology notes)


우리의 전체 혈액은 Whole blood라고 해서 단백질과 다른 무기질이 녹아있는 액체 성분인 혈장(Plasma)과 여러 세포들로 이루어진 유형성분(formed elements)으로 구분된다.

혈액을 채취하면 응고(blood clotting, coagulation) 과정이 일어난다. 혈소판의 반응을 포함한 여러 과정을 통해 피브리노겐(fibrinogen, 섬유소원)이 피브린(fibrin, 섬유소)이라는 기다란 실 형태의 단백질로 전환되고, 이 피브린들이 그물 형태로 세포를 옭아맨다. 그렇게 혈병(blood clot)의 형태로 세포들이 엉기는 것이 응고의 최종 결과이다.


Blood clot(혈병/피떡)은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세포성분과 섬유소원이 포함된다.

혈장(Plasma)은 피브리노겐(fibrinogen)을 함유한 액체이며 항응고제를 첨가하여 얻은 액체다.

혈청(Serum)은 혈장 성분 중 피브리노겐(fibrinogen)이 제거된 액체로 응고가 일어난 후 얻은 액체다.


이 피브리노겐(fibrinogen)은 혈액 응고의 중심적 역할을 하고 주로 간에서 생성된다. 효소 트롬빈에 의하여 불용성(액체가 녹지 않는 성질) 피브린(Fibrin)이 된다.

피브린(Fibrin)은 섬유소라고도 하는데 혈장(Plasma) 속 피브리노겐(fibrinogen)에 효소 트롬빈이 작용하여 생기는 불용성 단백질이다.

망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적혈구나 백혈구를 둘러싸고 있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혈청(Serum)은 혈액 진단뿐만 아니라 수많은 진단 테스트에 사용된다.


대장암의 경우 용종에서 암으로 진행되면서 유전자의 체세포 변이가 시작되고, 변이가 일어난 유전자가 혈액으로 유리되기 때문에 암의 초기 단계에서 간단히 혈액 검사를 통한 조기 진단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액체 생검은 암 수술을 마쳤거나 항암치료를 시행한 후에 예후 관찰이나 재발 방지를 위한 모니터링에 이용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전이성 대장암 환자에서 항암제의 내성이 발생하는 경우 액체 생검을 통해 내성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분석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어떠한 암이던지 암에 대해서 연구하는 연구원은 이렇게 암 환자분들의 혈액과 아주 가까이 지내고 있다.

혈액을 세밀하게 관리하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신경 쓰고 고려해야 할 부분도 많고 의료진분들과의 소통과 협력이 필수적이.


특히나 대장암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가장 흔한 암으로 환자의 약 50%가 진단 당시 전이를 가지고 있어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다고 한다.

현재 진행하는 연구로 암을 조기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강구하여 조직에 대한 표적 생검을 하지 않더라도 손쉽고 편리하게 진단하고 생존기간과 생존율을 증가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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