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의 장롱 면허, 단 3주 만에 벗어나기 (2)
차를 받기로 한 날은 4월 27일.
예상보다 빨리 받기로 되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3주였다.
운전에서 손을 놓은 지는 6-7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나는 단 3주 안에 집에서 직장까지 출퇴근이라도 가능해야 했다.
3주란 시간이 누군가에겐 긴 시간일 수도 있고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일 수도 있는데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은 운전대와 친해져야 했고 도로에서의 운전 공포증을 극복해야 했기 때문에 운전 연습을 시작했을 땐 꽤나 타이트한 시간이라는 생각을 했다.
운전 연습한 지 3주 차 되었을 때는 나를 옥죄어오는 '타이트함'이 다행히 숨을 쉴 공간을 만들어 조금은 느슨해진 '숨터'로 바뀌었다.
원래 계획은 운전 연수 전문가에게 받고 싶었으나 얼마 남지 않은 시간과 연달아 죽어라 연습해서 차와 익숙해지는 것이 우선이었다.
또한 나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내 차를 운전하면서 내가 안전하게 운전을 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고 조수석에 누군가 태웠을 때 '운전 잘 배운 것 같다'라고 듣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만의 3개의 기준을 충분히 가진 사람에게 배우는 것이 필요했다.
1. 안전하게 운전하는 습관을 가진 자
2. 완전 기초부터 상세하고 친절하게 가르쳐 줄 수 있는 자
3. 평일에 2-3시간 할애해도 무리가 없는 자
주변에 고민의 답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친한 회사 동료였다.
나랑 2년 동안 같은 직장에서 친분을 많이 쌓은 동료였는데 출장을 가거나 가끔 차를 타고 같이 갈 일이 있을 때 평소에 조수석에 앉아서 운전 습관을 봤던 것 같다.
운전하신 지도 거의 3년 이상 되셨고 큰 사고도 난 적이 없었으며 내가 두 눈으로 차 안에서 어떻게 운전하는지 봤었기 때문에 신뢰감이 두꺼웠다.
회사 동료분께 사정을 설명을 드렸고 다행히도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4월 3일부터 3주간 평일에 한두 번씩 운전 연습에 부지런히 몰두했다.
3주간의 혹독한 연습이 지난 지 벌써 8개월이 됐지만 나름 아직 생생해서 과거로 잠시 돌아가보려고 한다.
2023. 04. 03
운전 연습을 하려면 연습할 차가 필요했다.
요즘은 쏘카나 그린카 등 차를 몇 시간 빌려서 탈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이 준비되어 있다.
그린카 어플은 원하는 그린존에서 공유 차량을 찾아 선택할 수 있는 차 대여 어플이다.
3주 뒤에 출고될 나의 차는 준중형 SUV였기 때문에 그와 가장 비슷한 종류의 차를 골라 대여해서 타기로 했다.
차폭감이나 시야, 회전력의 모든 조건이 어느 정도 비슷해야 내가 실제로 탔을 때도 당황하지 않고 익숙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내가 연습하던 기간에는 그린카에서 내가 선택한 장소에서 골랐던 차에 할인 쿠폰이 지급되는 기간이었다.
그래서 평일 저녁 6시~9시쯤까지 3시간 남짓 빌렸을 시 자차면책보험료까지 포함해서 2만원 후반대 정도의 가격으로 탈 수 있었다.
참고로 자차면책보험료는 5만원, 30만원, 70만원 3개 중 고를 수 있게 되어 있다.
보험료가 적은 금액이 적혀있을수록(여기서는 5만원) 가격이 올라간다. 즉 내가 여기서 가격을 많이 낼 수록 사고 시 내야 할 보험료가 적다는 소리다.
나는 사람이 어찌 될지 모른다 주의라서 제일 높은 5만원을 선택하고 추후 조심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대비를 하자고 생각했다.
앞에서 이야기한 회사 동료 선생님과 함께 '공영주차장'에서 가장 먼저 연습을 시작했다.
도로 연수보다 차의 내부, 기능, 옵션에 대해서 알고 가는 것이 제일 우선적으로 해야 할 관문인 듯했다.
우리가 무언가 공부를 할 때도 그렇다.
기본적으로 안에 뼈대를 익히고 알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하나씩 가지를 추가해서 큰 나무 그리고 산을 만들어야 한다.
운전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처음 1시간 동안은 차의 시동을 켜고 내게 맞는 운전석 및 핸들 거리 조절, 기어, 계기판, 라이트 등을 천천히 익혔다.
(사실 이렇게 물어보고 그 당시엔 인지를 해도 실제로 운전 시 긴장돼서 전방 주시밖에 못한다.)
어느 정도 익힘이 자연스러워졌을 때, 다시 시동을 켜고 안전벨트를 한 뒤 공영주차장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하였다.
지금이야 간단한 운전이지만 저 때는 정말 저 순간도 어디 부딪히진 않을까,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나 자신을 시험하는 시간이었다.
주차되어 있는 차를 빼는 게 1차 관문이었는데 뺄 때는 항상 차 몸체가 반쯤 직진을 하고 나서 어느 정도 빼꼼 했을 때 좌회전을 해야 했다.
차를 빼고 양쪽으로 주차되어 있는 차들 사이로 천천히 지나갔고 그러다가 내 왼쪽 어깨너머로 큰 나무가 보였다.
그 나무에서 다시 좌회전을 해 보자는 것이었다. 돌 때는 너무 가까이서 돌지 말고 공간을 두고 크게 돌라는 말을 기억하고 천천히 나무를 돌았다.
직진에 좌회전까지 성공했다.
공영주차장 안에서 같은 과정을 익숙해질 때까지 수 없이 반복했고 그 과정안에서 좌회전, 우회전 여러 가지를 섞어보며 운전을 했다.
안에 또 여러 갈래의 통로가 있었는데 이 통로도 들어가 보자, 저 통로에서 꺾어보자 하며 주차장 안에서 감을 익혔다.
조금씩 운전에 대한 답답함과 두려움이 사라져 감을 느꼈다.
선생님이 이번에는 주차를 해보자고 했다.
난 사실 주차가 제일 겁났다.
통로야 그냥 직진하고 회전하고 차를 움직이면 그만이지만 주차는 제한된 공간에 큰 몸집의 차를 집어넣어야 하니까 말이다.
맙소사.
의지를 굳건히 다진 채 주차할 자리와 점점 가까워져 갔다.
주차할 자리에서 거리를 조금 띄운 뒤 차를 대각선 방향으로 세우라고 했다.
거기까진 성공했는데 이제 거기서 후방 카메라를 보면서 거리를 조절하면서 차를 후진하며 조심히 들어가라고 했다.
이게 말이야 쉬워 보이지만 당시 핸들을 먼저 다 돌려놓고 들어가려고 하니 폭이 안 맞고 핸들을 돌리는 방향과 타이어의 방향이 반대로 되고 하니까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선생님의 도움과 함께 몇 번 시도하니까 주차가 되긴 했는데 이해가 어려웠다.
그렇게 3시간 정도가 후딱 지나갔고 운전 첫날은 이렇게 끝났다.
2023. 04. 04
2번째 날도 똑같은 공영주차장에서 똑같은 차로 운전을 시작했다.
운이 좋게도 나는 운전 연수 하는 3주 동안 매번 똑같은 장소의 똑같은 차로 운전 할 수 있었다.
아마 평일 저녁에는 아무도 그 차를 사용하는 사람이 없는 듯했다.
첫 1시간은 전날 했던 과정을 똑같이 반복했다.
주차되어있던 차를 빼서 직진하고 회전하고 주차장을 몇 바퀴 도는 과정을 말이다.
그리고 어제 어렵다고 느꼈던 주차를 다시 연습해 보았다.
그래도 전날에 주차를 몇 번 경험해서 그런지 이제 여기 주차를 하려면 어느 정도의 거리로 가서 멈춰서 들어갈 준비를 하면 되는지 감이 왔다.
들어가면서 핸들을 같이 돌리는 게 살짝 어렵기도 했고 속도가 느리기도 했지만 이내 주차를 성공했고 양쪽의 사이드미러까지 확인하는 약간의 여유까지 생겼다.
물론 평행 주차는 하려면 아직 멀었지만 후방 주차를 성공한 것에 감사했다.
혼자 내심 너무 뿌듯했다.
혼자 터득해 낸 나의 주차, 짜릿해.
그렇게 기쁨을 느낄 새도 없이 선생님이 이제 도로로 나가보자고 하였다.
또 다른 위기였다.
계속 내 뇌를 지배하고 있는 문장 하나.
"와.. 어떻게 하지?"
긴장을 한 내 모습이 티가 났는지 옆에 선생님은 계속 괜찮다며 운전에 소질 있다고 바로 나가봐도 될 것 같다고 하셨다.
소질 있다는 그 한마디를 믿은 채 나는 전장으로 이미 뛰어들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날 강하게 키운 것 같다.
공영주차장 게이트를 지나 오른쪽으로 도니 도로가 나왔다.
앞에 차들이 지나가는지 안 지나가는지 잘 살펴본 뒤에 도로로 진입하라고 했다.
두 손으로 핸들을 꽉 잡은 채 요리조리 타이밍을 본 뒤 도로로 첫 돋움 하였다.
드디어 나는 8년 만에 도로를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 달리고 있구나 실감하며 장소를 정하지 않고 일단 달려보았다.
신호등이 나왔을 때 정지선에 서서 맞춰서 기다리는 것, 좌회전 신호에 맞춰 차선 따라 좌회전해보는 것, 갑자기 신호에서 노란색 불이 되었을 때 달릴지 멈출지 눈치 있게 운전해보는 것 등 모든 게 신기했다.
면허를 딴 이후로 실제 도로에서 모두 처음 해보는 것들이라 잘 따라가고 있는 내가 너무 대견했다.
그러다가 선생님이 이제 유턴 연습 한 번 해보자고 하셨다.
내가 이번에 유턴해야 할 곳은 SUV가 유턴하기엔 길이 살짝 좁은 곳이었다.
신호가 바뀌기까지 서서 기다리는 동안 선생님은 바로 인지하시고는 유턴 길이 조금 좁으니까 크게 돌거나 살살 가보라고 말씀하셨다.
신호가 바뀌었고 내가 유턴할 차례가 왔다.
핸들을 좌로 돌리면서 유턴을 해보는데 계속 가려고 하니 앞에 울타리랑 부딪힐 것 같았다.
갈 수 있는데 까지 가고 일단 브레이크를 했는데 뒷 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어떡해요 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비상등을 켜고 "후진 기어 넣고 조금 가보세요"라고 얘기하셨다.
당황했지만 말해준 대로 따라 했다. 조금 뒤로 갔다가 "이제 다시 핸들을 왼쪽으로 돌려봐요"라고 얘기했고 나는 서둘러서 돌렸다.
빠져나왔음에 나는 아주 안도했다.
처음 겪어보는 실제 나의 돌발상황이었다.
도로에서는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이 존재할 수 있구나 하며 아까 유턴하던 장면이 다시금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침착하게 대응해 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렸다. 그리고 이런 비상상황에 사용해야 하는 비상등의 존재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유턴 상황은 막을 내렸고 다음 2차 위기인 골목길 통과가 이어졌다.
처음부터 아무런 장소를 정하지 않은 채 냅다 달린 결과였다.
선생님도 이 좁은 골목길로 오게 될 줄 몰랐다고 말하시며 또 나를 전적으로 믿는다 하셨다.
나는 왜 이렇게 강하게 커가는 여전사가 되어 가는 것일까.
골목길을 걸어 다닐 땐 좁은 길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는데 차 안에서 유리창 사이로 주차되어 있는 차들은 모세의 기적길을 뽐내고 있었다.
흐엌 소리를 내며 속도를 최대한 천천히 하고 양 옆을 두리번거리며 내 차를 구출했다. 그 와중에 사람이 지나가는 것까지 신경 써야 했다.
근데 골목길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침착하게 잘 지나감을 느꼈다.
나도 놀랬다.
옆에 계신 선생님도 나보고 처음 지나가는데 되게 잘 통과했다며 칭찬해 주셨다.
골목길은 차가 양 옆으로 주차되어 있어서 좁은 길이라 차폭감을 잘 알고 가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다.
차폭감에 대해 숙지하고 차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이 정도면 지나갈 수 있는지 느끼는 게 사람마다 다른데 내가 차폭감에 대한 감이 좋은 것 같다고 하셨다.
운전을 하면서 어떤 점이 내가 부족하고 어떤 점은 내가 또 자신 있는 부분인지도 알 수 있게 되는 시간이었다.
2023. 04. 11.
저번주에 이틀 연습 후 차에 대한 적응도 되었고 뭔가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이상한 용기가 생겼다.
나도 이 날 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고속도로를 한 번 달려보고 싶다고 했다.
연습 이틀 만에 스스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싶다고 하다니 혼자서도 기가 찼는데 그러면서도 마음속은 이미 10년 된 운전자 같았다.
강한 여전사로 키워진 덕분이었다.
선생님은 알겠다며 한번 달려보시라 나를 또 자유롭게 뛰어노는 망아지 마냥 허락하셨다.
그래서 나는 곧이어 어디로 선생님을 같이 데려갈지 고민을 하다가 문득 수제버거가 먹고 싶어서 선생님께 맛있는 저녁을 사드리기로 하였다.
아, 물론 수제버거가 먹고 싶어서가 첫 문장이 아니라 선생님이 옆에서 연수를 잘 봐주시기도 하고 운전대를 다시 잡게 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리는 마음이 더 컸다.
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려 무사히 도착한 뒤 수제버거를 즐겁게 즐기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상상이 현실로 되리라 하며 속웃음을 지으며 용기는 무한대로 커져갔다.
퇴근 후에 매번 내가 가던 똑같은 장소의 정이 들어버린 차를 맞이하러 가는 길에 비가 왔다.
저번주까지만 해도 날씨가 맑았는데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왜 위기는 끝이 나지 않는 걸까 하며 나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움켜쥐며 괴로워했다.
선생님은 고속도로에 비까지 오다니 새로운 상황에서 운전을 해볼 수 있는 기회라며 기뻐하셨다.
오히려 내가 생각한 반응은 '아, 비가 오니 고속도로 운전은 현재 위험할 것 같아요'였는데 희망하던 상상은 산산조각이 났다.
선생님은 재주를 가지고 계셨다.
놀랍도록 긍정적인 재주와 어떻게든 운전하게 만드시는 운전 가스라이팅 능력.
비가 와서 유리창의 시야는 흐려졌고 와이퍼는 나에게 안녕이라고 손 흔드는 것처럼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너네들도 참 힘들겠구나 하며 그 앞에 나는 또 운전대를 잡고 어느새 익숙한 듯 앉아있었다.
이 날 갈 목적지는 '왜관 수제버거 배리스버거'였다.
공영주차장에서 수제버거집까지 차로 28분 걸리는 거리였다.
칠곡군까지 가는 고속도로는 칠곡 IC를 타고 경부고속도로를 계속 달리다가 왜관 IC로 빠져서 칠곡군으로 들어가는 경로였다.
네이버 지도로 어느 정도 길을 살펴본 뒤에 비가 오는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톨게이트가 나왔고 나는 심호흡을 하며 톨게이트의 울퉁불퉁한 길이 그대로 느껴지는 입구를 통과했다.
입구를 지나자마자 진입로를 들어가기 위해 깊은 코너링을 해야 하는 코스가 나왔고 안전속도를 유지하며 코너를 돌았다.
그리고 왼쪽 방향지시등을 키며 사이드미러를 확인하고 차가 없음을 인지한 뒤에 왼쪽 차선으로 진입했다.
이때까지 스무스하게 진행되어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고속도로는 일반 시내도로와 다르게 일정한 속도로 거의 직진만 하면 돼서 오히려 더 편안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비는 점점 거세졌고 와이퍼는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내 표정에서 눈은 웃질 못했다.
선생님이 옆에서 말을 붙이시는데 오류가 걸린 로봇마냥 적당한 리액션과 대꾸법을 찾지 못했다.
내 입 모양은 그런 표정 속 '슨생님? 하하'만 연발할 뿐.
웃겼던 건 당시에 듣고 있던 노래가 맘에 안 들어서 다른 걸 듣고 싶었는데 내 손은 핸들에 접착제를 붙여놓은 것 마냥 떼질 못해서 그냥 계속 들어야 했다.
그 당시 내가 속도 100 정도로 달리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또 하나를 알려주셨다.
고속도로에서 달릴 때 에코 모드, 스포츠 모드와 같이 달리는 차의 느낌을 다르게 즐길 수 있다고 기어 쪽에 손을 두고 바꿔보라고 하셨다.
나는 고개를 휘저으며 "안되겠습니다. 선생님 죄송해요" 라며 선생님의 의견을 처음으로 거절했던 슬픈 사연이 존재한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옆에서 계속 뭐라고 얘기하셨는데 난 사실 그때의 대화가 기억이 안 난다. 선생님은 아직 모를 것이다.
그렇게 울먹거리며 고대하던 수제버거 집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주차하고 난 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암흑 속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내비게이션 음성 안내를 들으며 또 한 번 안심했다.
그리고는 정말 눈물겨운 수제버거라고 외쳤다.
등 뒤에 흐르고 있던 땀줄기들이 이내 내 맨투맨 안에서 퍼포먼스를 뽐내고 있음이 느껴졌고 밤바람이 아직 차가웠던 4월임에도 불구하고 쿨시트와 함께하며 마무리했다.
아마 초보운전 딱지를 붙이고 다닐 동안은 쿨시트와 나는 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있지 않을까 확신했다.
그래도 다시 돌아가는 길은 비가 그쳐서 수월하게 도착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2023. 04. 17.
이번에는 선생님이 제안을 하셨다.
오늘 출퇴근하는 것처럼 똑같이 해보고 평행주차를 연습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셨다.
출근하면서 오시다가 딱 내가 평행주차를 연습하면 좋겠다 하는 핫플레이스를 발견했다고 하시며 좋아하셨다.
그 기쁨에 보답해 드리기 위하여 평행주차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선생님과 그간 쌓아온 2주간의 내공과 비 오는 날도 격파해 버린 나였기에 나도 내 자신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출퇴근하는 경로는 어렵지 않았다.
공영주차장에서 회사를 가보기도 하고 다시 우리 집 쪽으로 돌아가서 회사를 도착해보기도 하였다.
달리는 차선은 1차선에서 계속 달리면 되었으며 차선을 바꿀 필요도 없이 직진하다가 좌회전 신호만 받아서 가면 되는 게 다였다.
이제 이쯤이야 어렵지 않지! 하며 자신감에 찬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 내심 행복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럼 이제 평행주차를 해보러 가볼까요?라는 물음에 이내 또 조금 작아지는 나였다.
하지만 생각했다.
'그래, 매번 후방주차만 하러 다닐 순 없으니 대비해야겠다' 라며 뭐든 배우자 하며 선생님이 말하시는 핫플레이스로 향했다.
핫플레이스로 도착했고 밤이라서 깜깜한 데다가 더불어 가로등이 많이 없어서 더욱 어두웠다.
평행주차로 줄지어 늘어서 있는 차들을 발견했고 그 사이에 빈 공간들이 속속들이 보였다.
선생님이 초보 맞춤형을 위해서 유튜브를 보고 '평행주차 잘하는 법' 공식을 알려주셨다.
주차된 앞차 뒤끝과 내 차의 사이드미러가 나란히 되도록 맞춘 뒤 핸들을 좌측으로 모두 감은 후 전진하라고 했다.
주차된 뒤차 앞 번호판이 내 차의 좌측 사이드미러에 보일 때까지 전진하고 그다음 핸들을 원위치시킨 후 후진해서 수정하면 된다고 했다.
처음에는 앞서 주차하던 것처럼 핸들 방향도 헷갈리고 차가 비스듬히 세워져 바른 평행주차가 아닌 느낌이어서 수정을 몇 번이고 해야 했다.
그러다가 한 세 번 정도 반복하고 나니까 드디어 평행주차에 성공했다.
평행주차는 가장 겁났던 게 앞 차와 뒤차의 공간 안에 내 차를 넣어야 하는 거라서 후진으로 비스듬히 넣다가 옆 차를 긁을 수도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선생님과 같이 있을 땐 성공했지만 혼자 있을 때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사실 이 이후로 운전 5개월 정도 전까지는 평행주차를 하지 않았다.
웬만하면 안전하게 후진주차 할 수 있는 공간을 선호하는 것은 아직도 여전하다.
이런 3주간의 혹독한 훈련의 결과 나는 차 출고 후 첫날 차를 타고 출퇴근에 성공했다.
성공했다고는 얘기하지만 처음 차를 타고 출근할 때는 심장이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모른다.
선생님이 없는 나 혼자만의 공간 속에서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신나고 귀가 즐거운 노래는 틀지도 못했고 사이드미러, 백미러는 쳐다봐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쳐다볼 여유가 없었다.
핸들을 쥐고 있는 내 손에는 땀이 흥건하고 쿨시트는 필수다.
넓디넓은 세상 속 모든 달리는 차들 사이에서 내 차만 다 지켜보는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차가 잘못된다거나 해서 멈추거나 차선 변경을 못하면 어떡하지, 길을 잘못 들면 어떻게 가지 등 여러 가지 변수에 대해서 지레짐작 생각하곤 하기도 했다.
누구든지 혼자 운전을 처음 하게 되는 사람이라면 모두 경험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 두려움을 극복하려면 출퇴근부터 시작해서 대형마트도 가보고 근교도 떠나보고 조금씩 익숙해지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운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려면 사람마다 기간이야 차이가 나겠지만 도전하고 뛰어드는 사람은 좀 더 빠르게 극복이 가능하다.
돌발치 못한 상황에 따른 대처 방법도 직접 실전에 맞닥뜨리며 배워가야 하는 것이다.
나는 빠르게 운전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이렇게도 해볼까 저렇게도 해볼까 혼자서 노력을 했던 것 같다.
출퇴근만 하면 똑같은 도로, 똑같은 신호와 상황에만 놓이게 되니까 알지 못하는 곳에 가보려고 일부러 주말마다 나갔다.
연수는 어느 정도 되었으니 친한 친구 집 앞에 데리러 가서 같이 근교 카페를 다녀오기도 하고 가족이랑 장을 보러 홈플러스를 가기도 했다.
운전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 더 커졌을 때, 장거리로 고속도로 달리는 것도 연습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친한 친구들과 여름에 전주를 가게 됐을 때 내가 운전해서 가보기도 하고 혼자 포항에 당일치기 여행도 가서 알지 못하는 곳에 나 자신을 두어 도전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면서 나는 운전 실력이 늘어가는 게 스스로 많이 느껴졌고 여러 가지 나에게 닥치는 많은 상황에 대하여 대처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혀갔다.
물론 이러한 상황 도중 자그마한 사건 사고들은 존재한다.
운전을 하고 유턴하는 길에 아스팔트 벽에 차를 긁어보기도 하고 평행주차를 시도하다가 옆 차를 긁어본 적도 있다.
그리고 운전이 아직 완전 익숙하지 않을 때 고난이도 주차장을 들어갔다가 차를 빼지도 가지도 못하는 상황에 사방의 차들이 빵빵 거렸던 얼굴 화끈한 기억도 있고
도로를 잘못 보고 역주행을 해서 엄청 당황하고 위급하게 빠져나갔던 경험도 있다. 이외에도 자잘한 사건들도 있는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진 않는다.
이러한 나에게 실망스럽고 당황스러운 순간들도 예기치 못하게 다가오지만 분명한 건 운전은 도전해야 보는 눈이 넓어진다.
8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운전에 대한 두려움은 떨쳐냈으며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안전한 운전습관을 현재까지 잘 지켜와서 그런지 자연스레 몸에 베이게 되었다.
위기상황이 혹시나 생기면 당황하지 않고 비상등을 켠 뒤에 여유를 가지고 대처해 나간다.
그래도 항상 중요한 건 자만하지 않고 안전하게 운전해야 한다는 신념은 잊지 않고 실천하는 중이다.
운전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마음을 위대한 일로 이끄는 것은 오직 열정, 위대한 열정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