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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셋진 Jan 14. 2024

설산의 행복을 처음 느껴본 제주도 '한라산 정복기'

전부터 한라산에 꼭 가보고 싶다는 버킷리스트를 마음 한 구석에 품고 있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한라산은 되게 멋지게 우러러보게 되는 산이었고 고도 1,947m로 북한산, 설악산, 지리산 등을 토대로 대표적으로 꼽히는 산이었다.

등산에  년 전부터 꽂혀있던 나로서는 설악산과 지리산을 정복하고 나서 한라산에 욕심이 스멀스멀 생기던 즈음이었다.


하지만 한라산이 제주도에 있다 보니 쉽게 갈 수 있는 곳도 아니라고 생각이 은연중에 들었고 제주도 여행을 가면 갔지 내가 한라산을 끼워서 여행을 다닐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진짜 등산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직 '한라산' 등반을 위하여 제주도를 갔다 오는 사람도 있다고 들은 바 있다.

그게 내가 될 거라곤 2022년도까지는 생각조차 못했는데 2023년 11월에는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한라산 정복을 꿈꾸는 사람에서 어엿하게 한라산 정복자가 되어버린 이야기를 잠시 해보고자 한다.


한라산 탐방 예약 시스템으로 사전예약 필수!


한라산 탐방 예약은 하단에 적힌 주소로 들어가면 성판악코스/관음사코스에 대한 사전 예약이 가능하다.

https://visithalla.jeju.go.kr/main/main.do


한라산 탐방 예약 시스템 에약 입력 이미지 및 예약 완료 후 예약 조회 화면이다.


한라산 등반을 위해서는 '한라산 탐방 예약 시스템'을 통해 사전 예약이 필요했다.

한라산 등반코스는 가려고 하는 목적지에 따라 총 7개의 코스로 이루어져 있고 정상 부근까지 오르는 코스는 5개 정도다.

참고로 한라산 백록담 등산 코스인 성판악코스와 관음사코스는 예약이 필수 이며 윗세오름, 남벽분기점까지 가는 코스인 영실코스, 어리목코스, 돈내코코스는 따로 예약은 필요하지 않다.


한라산 코스 총 7개 코스 설명


나는 한라산 관음사코스로 올라서 대피소를 지나 정상의 백록담을 보는 것이 목표였으므로 필수로 예약했다.

보통 11월부터 겨울까지는 눈 덮인 산을 맛보기 위해 예약을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가려고 하는 날짜에서 빠른 시일 내에 미리 예약을 해두는 것이 좋다.

관음사코스가 대피소부터 정상 백록담까지 볼거리도 많고 올라갈 때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코스로 보통 관음사코스로 올라가 내려갈 땐 성판악 코스로 간다는 후기가 많았다.

그래서 같이 한라산을 가기로 한 멤버들과 관음사코스로 올라가서 성판악코스로 내려오자고 결정하였다.


계획한 코스는 출발은 음사탐방로, 하산은 성판악탐방로 였다.

관음사지구야영장> 탐라계곡> 개미등> 삼각봉대피소> 정상> 진달래밭> 사라오름입구> 속밭대피소> 성판악탐방안내소 루트로 가는 것.


이렇게 사전 예약은 성공적으로 끝냈으나 그 당시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라산 탐방 예약 시스템을 통해 원래 11/18(토)에 관음사코스를 예약해 뒀었대로 되지 않았던 일정이었고 우리는 일요일에 가게 되었다.

원래 한라산이 운이 좋아야 정상까지 가고 하늘이 허락해 줘야 갈 수 있는 산이라는 말이 있는데 우여곡절을 겪으며 그 말에 백번 천 번 공감했다.


그 이야기는 잠시 후 이어서 적어본다.


비가 오고 우박 떨어지고, 첫 번째 한라산 도전 실패



우리는 한 달 전부터 11월 18일 토요일에 관음사코스로 사전 예약을 해 둔 상태였다.

그 일정에 맞춰서 17일 금요일부터 19일 일요일까지 제주도에 오직 한라산을 가기 위해 제주도에서의 일정을 다 맞춰 놓았었다.

금요일에 연차를 내고 제주도에서 맛집과 카페를 좀 돌아다니다가 이른 저녁에는 숙소에 짐을 풀고 편히 쉬고 다음날 새벽에 좋은 컨디션으로 일어나서 한라산을 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금요일 제주도에 도착했을 그 당시, 날씨가 흐렸고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렌터카를 빌리러 공항에서 렌터카 소속 셔틀버스를 타고 렌터카 회사 쪽으로 가고 있는데 퍼붓는 비에 흐려지는 창 밖 시야와 우박으로 인해 버스 갑판 위에서는 투둑투둑 소리가 울려 퍼졌다.

빗속 사이로 흘러내리는 나의 걱정 기류와 함께 렌터카 회사에 도착해서 지정된 차를 받으러 갈 때는 구매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의 3단 우산이 바람에 뒤집히고 부러졌다.


슬펐다.


내가 아끼는 우산이 부러진 것도 슬펐지만 이대로라면 한라산은 무사할까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제주도에서 국밥을 먹으며 굶주린 배를 달래고 카페를 갔을 때는 또 귀신같이 비가 개고 구름이 걷혀 무지개가 떴다.

내일 한라산을 갈 수 있겠구나 희망을 가졌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30분 뒤에는 또다시 비가 내리고 바람이 휘몰아쳤다.

그 이후에 드리운 먹구름 속 시 한번 걱정스러운 나의 표이 드리워졌다.


금-토에 걸쳐 묵을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니 게스트하우스 주인 아저씨가 방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면서 다음날 한라산에 등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미리 말씀해 주셨다.

다음날 새벽 5시쯤에 갈 수 있을지 아닐지 확실하게 공지 및 알림이 온다고 하셨고 긴장된 마음으로 그날을 보내야 했다.


11/18(토) 탐방로 전면 통제 안내 문자가 왔다.


정말 요일은 새벽 5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비몽사몽 눈 뜨자마자 저 알림톡부터 확인했던 것 같다.

못 갈 것이라고 미리 예상하고 있던 바였지만 실제로 알림톡으로 다시 확실하게 확인했을 때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기상악화로 탐방로가 전면 통제되었고 멤버들과 상의한 결과 어차피 다음날인 일요일까지 제주도에 있으니까 다시 한번 희망을 걸어보자고 예약취소 후 다른 날짜로 변경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예약 취소 후 다음날로 예약을 하려고 보니 이미 마감되어 예약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여러 가지 블로그나 검색하고 수소문해보니 보통 저녁이나 다음날 이 시간에 아침 일찍 예약 현황 확인하면 예약 취소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그때 예약하면 된다는 얘기를 많이 보았다.


저녁 식사로 흑돼지를 구워 먹으며 한라산 탐방 예약 시스템에 들어가서 계속 예약 현황을 새로고침 하며 확인했다.

예약 현황 '4'가 뜨자마자 바로 참여자 정보를 입력하고 예약을 완료했다. 다행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안심할 순 없었다.

예약은 1차적 관문이었고 다음날 우리가 과연 한라산을 오를 수 있을까가 2차적 관문으로 제일 중요했다.


11/19(일) 삼각봉대피소까지 탐방 가능하다는 안내 문자가 왔다.


다음날인 일요일이 되었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 보니 이번엔 다른 알림톡이 우리를 맞이하였다.


한라산 도전을 한 번 실패하고 나니까 어떻게든 오를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바램이 이뤄져서 정말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삼각봉대피소까지 가는 것만이라도 행운이라고 생각했고 한라산 땅을 밟을 수 있다는 것에 기쁨의 노래를 불렀다.


우리는 그렇게 한라산을 향해 가게 되었다.

토-일에 묵은 숙소는 금-토에 묵었던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다른 지역에 숙소를 잡았었는데 한라산 등반로까지 거의 1시간 걸리는 거리에 있었으므로 깜깜한 새벽길을 달리게 되었다.


한라산 탐방로를 향하던 새벽길 한 컷.


눈 쌓인 한라산, 장비 필수 체크



한라산에 오르기 전 조금 일찍 서둘러 전에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에서 한라산 등산 장비를 빌려준다고 하여 먼저 들려서 장비 체크 후 나서기로 하였다.

우리는 '또랑게스트하우스'에서 필요한 장비들을 대여했다.


또랑게스트하우스 등산 장비 대여 안내
왼쪽은 아이젠을 착용한 모습, 오른쪽은 스패츠를 착용한 모습이다.


나는 등산복이나 등산화, 등산가방, 무릎보호대, 등산스틱 등 필요한 물품들은 웬만하면 전부 챙겨 왔었다.

설산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아이젠이나 스패츠와 같이 눈 쌓인 산에서 쓰는 등산용품들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젠과 스패츠 이 2개만 빌리기로 하였다.


아이젠은 빙벽이나 빙판, 눈이 쌓인 곳을 걸을 때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끼우는 스파이크다.

스패츠는 겨울철 설산 산행 때 눈이 바짓단에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설산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관음사코스



모든 장비 준비가 완료된 후 '관음사지구 야영장'부터 시작하여 라산에 첫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한라산은 한라산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고 관음사코스의 경우 앞서 말한 대로 예약자에 한해서 입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입구에서 신원 확인을 필시 해야 한다.

이때 준비해야 할 것은 신분증, 탐방로 예약 확인 QR코드 다.

또한 예약자마다 예약해 놓은 시간대 (예를 들면 5:00~8:00 / 8:00~10:00 등)가 있기에 그 시간대 안에 들어와서 가야 산을 오를 수 있다고 하니 참고 바란다.


보통 제주 한라산 백록담 코스의 경우 왕복 9-10시간 정도 소요 된다고 하는데 이번 코스는 대피소까지 가는 것이었으므로 아마 4-5시간이 소요될 것이라 보았다.

보통 정상에서 하산 시간이 오후 1시 30분부터라 오후 1시 30분이 되면 모든 등산객은 안전을 위해서 정상에서 무조건 하산해야 한다고 한다.

대피소까지 그 시간대면 오후 1시 30분이 되지 않는 충분한 시간이었기에 시간대는 촉박함이 없었다.


한라산 관음사탐방로 초반 길. 어렵지 않고 평탄하다.


관음사지구 야영장부터 시작해서 탐라계곡으로 가는 길까지는 무척이나 평탄하고 산책길 같았다.

그때까진 고도가 높지 않은 산행길이라 눈이 왔어도 거의 녹아 있거나 흙길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한라산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는 산이구나 생각했던 것 같다.

서로 산행하는 뒷모습 이리저리 찍어주며 즐겁게 웃으면서 올라갔던 순간이 생각이 난다.

준비해 온 아이젠은 끼지 않아도 될 것 같았고 미리 착용한 스패츠는 몸을 무겁게만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관음사코스 초반부 3.2km 거리까지는 평탄하다가 이후로 정상까지 가파른 경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탐라계곡 목교를 지나 본격적인 관음사코스 시작을 맛보았다.



이후부터는 고도도 높아지고 흙길 위로 눈이 많이 덮여 있었고 이 눈들이 햇빛을 받고 녹아 얼음 알갱이들이 보슬보슬하게 밟혔다.

얼음 알갱이가 쌓인 길은 점점 더 눈길로 가까워졌고 점점 내 등산화는 중심을 잡기 어려웠다.

또한 손을 짚고 가야 하는 경사로도 가끔 있어서 장갑을 껴주면 좋을 것 같아 어느 지점 이후로 장갑과 아이젠 모두 착용하고 오르게 되었다.



아이젠을 착용하니 훨씬 더 눈길에서 안정감 있고 등산화가 미끄럽지 않았다.

이래서 설산에서는 아이젠을 꼭 착용해야 하는구나 다시 한번 느꼈다.

그리고 스패츠 또한 고마움을 많이 느꼈다.

나는 당시 아이보리색 조거팬츠를 입고 갔는데 만약 스패츠를 하지 않았더라면 발목 안으로 눈이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고 바지도 엉망이 되었을 것만 같았다.

생각보다 산길에 눈이 엄청 많이 쌓여있었고 어느 지점이든 고개를 돌리면 하얗고 뽀얀 눈 밖에 보이지 않음에 감탄했다.


대구를 살면서 이렇게 많은 눈이 쌓인 것을 본 적이 거의 드문데 평생 보지 못했던 눈을 한 번에 다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소복소복 밟히는 눈들의 느낌이 매우 좋았고 설레었다.

눈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나의 족적을 남기면서 토요일까지 못 오르고 아쉬움에 발 동동 구르던 그 모습이 눈들 사이로 모두 씻겨 내려갔다.

진짜 이렇게나 많은 눈을 내가 언제 밟아보고 눈동자 사이로 담아볼까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설산의 매력이 이런 것이구나! 라며 한라산 자체를 음미하며 걸었고 산속에 울려 퍼지는 눈 밟는 소리에 귀 기울였다.


눈 덮인 삼각봉 봉우리에서 남기는 가장 특별한 기억



개미등을 지나 오니 삼각봉 대피소에 가까워졌고 눈 수북이 쌓인 길 따라 걷다 보면 내 머리 밑에 위치한 삼각봉을 중심으로 한라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길이 펼쳐진다.

아마 여기가 포토스팟인것 같은데 말 그대로 진짜 예쁘고 눈부셨다.

다들 지나가다가 잠시 서서 한 컷씩 찍으셨고 나도 한라산에 왔다는 기념 인증샷을 남겨보았다.

여기서는 모든 사람들이 사진 작가가 될 수 있다.

찍기만 하면 한라산을 품 안에 안은 듯 삼각봉과 함께 나를 남기는 것이 가능하다.


이 날 나의 등산룩은 설산과 아주 잘 어우러지는 색상이어서 더 기억에 남는 사진을 남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여러 가지 포즈를 많이 취해보았다.


그중 제일 베스트 컷인 큐피드의 화살 컷!

한라산 관음사코스를 이용한다면 이곳에서 꼭 삼각봉 봉우리와 사진을 남겨보길 바란다.


대피소 완등이 나에게 가져다주는 것.
다음에는 정상까지 도전하고 싶은 자신감



삼각봉 봉우리 길을 거쳐 조금 더 가파른 길을 올라가니 언덕길 너머로 삼각봉 대피소가 보였다.

그리고 대피소 뒤쪽으로 향하니 정말 아름답고 눈을 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눈앞에 눈으로 휘감은 설산이 웅장하게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고 곧은 기세의 산 줄기는 위엄 있고 강한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나뭇가지 위에 쌓인 하얀 눈과 층계를 이루어 겹쳐진 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산의 모양새는 정말 장관이었다.

하늘은 그동안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맑게 개어서 푸르렀고 흩어진 구름들 사이로 햇빛이 내리쬐었다.


대피소 안에서는 사람들은 핫팩을 흔들어가며 따뜻하게 몸을 녹였고 각자 가져온 식량과 컵라면, 따뜻한 음식들 등을 먹으며 허기진 배를 채우는 듯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한라산에 소중한 한 걸음을 나와 함께 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괜스레 따뜻해졌다.

그 순간 나도 멤버들끼리 올라오면서 같이 초코바를 나눠 먹고 서로 사진 찍어주고 힘내서 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한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설산에서의 잊을 수 없는 광경, 그리고 좋은 기억들.

너무 소중하고 다시 이 마음 그대로 다음엔 대피소가 아닌 정상까지 가서 백록담을 마주하고 싶었다.


설산의 매력을 무궁무진하게 느꼈기 때문에 다음엔 겨울의 백록담을 도전해 볼 생각이다.


기다려라 백록담-! 언젠가 다시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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