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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 Nov 07. 2023

여행 와서 새벽 네시에 벽난로 앞에서 책 읽기

요세미티 여행 중이던 지난 토요일 아침, 새벽 4시에 잠이 깨었다. 

여행으로 피곤했던지 전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다.

몸이 상쾌했다. 


온 세상이 까맣다. 

문득 이 세상에 홀로 있는 듯한 외로움이 엄습한다. 

벽난로가 눈에 띈다. 

전기로 켜는 난로이다.

스위치를 누르니 불이 켜진다. 

벽난로가 주는 따뜻함은 은근하고 포근하다. 


방의 불을 끄고 벽난로의 불꽃을 응시한다. 

어린 시절 할머니 집에서 아궁이 불 때는 것을 구경하던 어린아이가 보인다.

요즈음 불멍이라는 축약된 단어로 불려지던 그 모습

왜 그리 좋았을까?

왜 그리 행복했을까?

그 짧은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던 그때.


괜히 책이 읽고 싶어 진다.

전혀 예상을 못 했던 욕구의 분출이다.

'집에 벽난로가 없어서 그동안  책을 잘 안 읽었나?' 하는 생각에 피식 웃어본다. 

마침 가져간 ipad에서 

그동안 마음만 두고 미루어 두었던 책을 편다. 


좋았다. 

여행, 새벽네시, 벽난로, 그리고 책 읽기.

새로운 경험이었다. 


아마 그 때, 마땅히 할일이 없어서 책을 읽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벽난로 때문이었다고 우겨본다. 


나의 노년의 위시리스트 중에 집 짓기가 있다. 

그 집에는 꼭 벽난로를 설치할 것이다.

이제까지 살아낸 나의 삶의 이력에 대한 보상으로

새벽이면 벽난로를 켜며 책을 읽어볼꺼나, 아니면 글을 써볼까나. 

그럼 '여행인듯 여행아닌 여행같은' 삶의 여정들을 즐길 수 있겠지. 


벽난로에 나의 모습이 비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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