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괜찮아 May 11. 2024

고수(Cilantro)가 있는 저녁

ft. 유린기 

저녁 메뉴는 일단 빨리 처리해야 할 야채를 사용하는 쪽으로 정해진다. 마침 고수가 오늘 안 먹으면 상해서 버려야 할 지경에 있어 일단 싱싱한 것만 골라서 정리하고, 유린기를 만들기로 하였다. 집집마다 해 먹는 방식이 다르겠지만 우리 집에선 유린기 할 때 닭고기에 전분 살짝 묻혀서  튀기는 듯 볶아서 그 위를 고수로 덮고 새콤달콤한 소스를 뿌려서 먹는다. 


우리 집 식구들은 모두 고수를 좋아한다. 그래서 고수를 일주일에 한 묶음씩 꼬박 사곤 했다. 내가 고수를 처음 맛본 건은 90년대 초 미국에서 베트남 음식점에서이다. 마치 미나리를 먹는 듯한 그런 시원함이 있었다. 알아보니, Cilantro (실란트로)라고 하고 멕시칸 등 남미와 동남아 음식에서 많이 쓰인다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주변에 아는 한국인 친구들에게 베트남 음식을 먹어볼 것을 열심히 권했다.  


결과는 욕을 바가지로 먹은 것뿐이다. 내 말을 듣고 베트남 음식점에 간 친구들은 고수의 지독한 냄새 때문에 한 젓갈 뜨다 말았다고 불평을 하였다. '참 희한하다 사람마다 이렇게 입맛이 다르구나'하고 넘겼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사람 중에는 유전적으로 고수를 먹으면 독한 향수를 먹는 듯한 역한 느낌을 받는 입맛을 타고 나는 사람이 있는데 한국인들은 그 비율이 제법 높다는 것이다. 언젠가 한 번 친구들과 멕시칸 음식을 먹으러 같는데 나를 제외한 나머지  두 사람이 모두 고수를 안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멕시칸 음식에서 고수를 빼기가 힘들어 고생한 적이 있었다. 


역으로 한국인들은 매우 좋아하는데 서양인들은 전혀 그 맛을 즐기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야채가 있는데 그것은 깻잎이다. 우리가 깻잎을 먹으면서 느끼는 고소함, 상큼함 그리고 그 특유의 향기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서양인들이 많다고 한다. 




사진을 찍기도 전에 가족들이 심하게 (?)^^:  잘 먹어 버려서, 그냥 마지막 남은 것이라도 사진으로 찍었다.  최대한의 상상력을 발휘하셔서  접시에 닭고기가 가득하고 그 위에 고수가 소복이 덮혀져 있고 그 위로 간장색의 소스가 뿌려져 있는 모습을 상상하시길. 



매거진의 이전글 2023년의 자취: 저탄고지를 시도해 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