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2024년이 오늘 시작하였다. 새해의 결심을 쓰려다 보니 먼저 2023년을 돌아보게 된다.
2023년 나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식습관의 변화이다.
미국이란 나라가 워낙 고기가 흔하고 또 내가 빵 만드것에 재미를 붙였다. 빵이 잘 안 만들어지면 "왜 안 됐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빵을 먹어보았고, 잘 만들어지면 기분 좋아서 마구 먹어버렸다. 한국에서는 내 돈 내고 빵을 사 먹지 않은 편이었는데 어느새 빵순이가 되어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그런 느낌이 들었다. '금방 먹었는데 또 배가 고프다' 다는 느낌이 들고 주전부리를 많이 하게 되었다. (aka 먹고 또 먹고) 살은 분명히 쪄 가고 있었다.
지난여름에 한국 방문 시에 정기적으로 해왔던 건강검진을 했는데 검사 결과는 내 걱정은 그대로 숫자로 명확히 환산하여 보여주었다. 당화혈색소는 당뇨병 전단계의 수치가 나왔고, 콜레스테롤도 기준치를 훨씬 넘어 버렸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저탄고지에 관한 비디오클립을 보고 이에 관하여 나름 연구를 해보았다. 저탄고지 또는 키토제닉의 기본 원리를 다음과 같이 이해하였다.
우리 몸이 에너지를 생성하는 메커니즘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인슐린의 도움을 받아 탄수화물을 분해하여 쓰고 당으로 저장하는 방식이 기존에 쓰고 있는 대표적인 방식이라면, 다른 방식은 지방을 케톤의 도움을 받아 분해하여 쓰는 방식이다.
우리의 식생활이 워낙 탄수화물위주이기 때문에 에너지화되지 못한 탄수화물의 분해결과인 당이 간에 쌓이게 되고 이것이 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계속 탄수화물을 우리 몸에 들어올 때마다 우리 몸은 인슐린을 배출하는데 너무 자주 배출되다 보니 원래의 목적인 탄수화물이 분해하는데 쓰이지 못하고 그냥 배출되기 시작한다. 이것을 인슐린 저항성이라 한다고 한다. 인슐린 저항성이 발전하면 먹어도 에너지화되지 못하므로 계속 배고픔을 느끼게 되면서 더 먹게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비만의 사이클이 형성되고, 만병의 근원인 당뇨병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신진대사의 메커니즘을 바꾸는 것이 필요한데, 그 방법은 에너지 원으로 탄수화물대신, 지방을 케톤의 도움을 받아 분해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탄수화물을 억제하고 지방을 많이 섭취를 하게 되면 인슐린 저항성의 문제가 해결되고, 지방분해가 가속화될 수 있다.
이에 대하여는 사실 오래전부터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밥을 먹지 않는 식생활에 대하여 자신이 없었다. 아무래도 고탄고지가 될 것 같아 포기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기존에 하던 칼로리 인 칼로리 아웃 방식으로 먹는 양을 조절하는 방식은 좀 지친다. 그래서 그냥 시작해 보았다.
기존에 먹던 음식에서 밥, 빵, 그리고 설탕을 제외하고 거의 그대로 먹었는데, 고기류와 아보카도를 많이 넣은 샐러드등을 밥대신 많이 먹었다. 그리고 이쪽 분야의 치트키 음식들이 있다. 방탄커피 (버터와 MCT 오일을 넣은 커피)/ 방탄코코아, 아보카도 요구르트등이다. 서양 사람들은 고기랑 치즈 많이 먹으면서 저탄고지 하면 되겠지만 한국 음식과는 잘 맞지 않는 면이 많아 유튜브 보며 열심히 공부하고, 이것저것 실험을 하듯이 요리하는 재미도 있었다.
그리고 저탄고지랑 같이 해야 하는 것이 간헐적 단식이다. 음식을 먹고 난 후 보통 10시간쯤 지나야 체지방이 분해되기 시작되기 때문이다. 보통 12:12 (12시간 금식하고 12시간 안에 2식이나 3식을 함) 또는 16:8 아니면 18: 6으로 한다. 나는 16:8이 가장 맞는 것 같았다. 저녁 6시 이후부터 아침 10시까지 금식을 하고, 10시에서 6시 안에 2식을 한다. 그 2식을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비율을 1:2;7로 하려고 노력하였다. 흔히 아침을 안 먹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저탄고지라도 많이 먹으면 역시 살이 찌고 건강이 안 좋아진다. 그래서 무엇을 하듯 칼로리의 법칙은 존재한다. 살을 빼려면 1200Kcal - 1500Kcal 정도 이내로, 보통의 경우 1800 - 2400 정도로 하되 탄단지의 비율을 맞추라는 것이다. 이 저탄고지가 간헐적 단식에 아주 유리하다. 같은 칼로리의 양을 먹어도 지방을 많이 먹으면 훨씬 포만감이 더하다. 그래서 16시간의 공복을 무사히 지나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장점이 있다. 나는 처음에 1200 KCal에 맞추어했는데, 이전 경험에 비해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아 신기하였다 (50일 이후로 칼로리를 높였다).
오늘 저탄고지식단으로 전환한 지 100일째이다. 결과는 아주 만족할 만하다. 2022년 7월 건강검진 결과에 비교하여 체중은 5Kg 줄었고, 체지방량은 3.3kg이 줄었다. 골격근이 0.5가 줄긴 하였다. 하지만 체지방과 체중이 줄은 것에 비하면 매우 적은 양이라 근육 운동에 좀 더 집중을 하면 될 것 같다.
그래서 이 식습관 (저탄고지 + 간헐적 단식)을 내 평생의 식습관으로 가져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당연히 문제도 많다. 아직도 내가 지방, 특히 동물성 지방, 을 먹는 것을 습관적으로 꺼리고 있다. 찌개가 국을 만들 때 위에 뜨는 기름을 열심히 걷어내는 나를 발견한다. 그래서 한국인의 식성으로 지방을 충분히 먹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내가 이 방식을 시도하면서 느낀 점은 지방은 의외로 식물성도 꽤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아보카도와 너트들이다. 그리고 올리브유, 아보카도유도 좋은 지방의 소스들이다. 그래서 지방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그리고 이 방식을 고수하면 나가서 외식하기가 부담스럽다. 세상의 음식의 반 이상은 탄수화물이라는 것을 새 감 느낀다. 그래서 열심히 연구하고 만들어 먹어야 한다. 날마다 샐러드에 올리브 오일만, 삼겹살만, 먹을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음식을 만드는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가 제법 크다.
가장 걱정이 되는 점은 케톤으로 에너지를 생성하는 방식이 인류가 사냥으로 먹이를 해결할 때, 사냥이 잘 안 돼서 배 고프게 지내는 시절에 형성되는 메커니즘이었기 때문에 이것을 지속하는 경우 간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케톤이 간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따라서 아직도 계속 내 몸은 실험 상태이다. 이 실험상태를 현명하게 유지하려면 내 몸의 변화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해야 한다. 그래서 케톤측정기, 인바디 측정, 실시간 혈당측정기를 몸에 달고 수시로 혈당의 변화를 재고 있다. 특히 실시간 혈당 측정기는 나의 몸이 수시로 내가 먹는 것, 내가 받는 스트레스등 모든 환경의 변화에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록 숫자이지만 그 숫자들의 변화로 내가 하나의 생명체임을 확인한다. 너무 분명한 것이었는데 잊고 사는 점이다.
사람마다 자기에게 맞는 식이 방식이 있을 것이다. 내가 저탄고지를 식습관을 정착시키는 과정은 내 몸을 내가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나에게 의미가 큰 것 같다. 나는 나에게 맞는 방식을 발견한 것 같다. 마치 나의 몸이 나와 대화를 하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런 느낌을 나의 다른 영역에서도 시도하고 싶다. 2024년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