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ttleRock Festive 2014 @ Napa
3월 중순 딸내미가 Megan %$# (그다음은 못 알아들음) 이 보고 싶어서 나파에서 열리는 록페스티벌티켓을 샀다고 하였다. 내 것도 하나 사달라고 부탁했다. 딸은 '거기 락(Rock) 하고 랩(Rap)만 하는 곳인데 엄마가 과연 좋아할까?" 하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야, 내가 Queen 하고 같이 청춘을 보낸 사람이야 왜 그래?" 라며 괜히 호들갑을 떨며 내가 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딸은 티켓을, 나는 숙소를 예매하기로 하였다. 나파 시내의 숙소가 그다지 비싸지 않았기에 나름 속으로 계산하고는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그러나, 숙소 예약 플랫폼에 들어갔더니, 나파는 물론 그 주변에 빈 방이 없었다. 아직 두 달이나 남았는데. 결국 20마일 떨어진 곳에 방하나 남은 것을 예약할 수 있었다. 평소 100불도 안 하는 방을 거의 400불 가깝게 지불해야 했다. 내 꾀에 내가 넘어갔다. 그나마 있으니 다행이다 하는 심정으로 예약하였다. 제법 큰 페스티벌이라고 짐작되었다.
BottleRock Festival은 2013년에 시작하였다. BottleRock 나파밸리에 있는 지역명이다. 주로 락과 랩뮤직을 2박 3일로 공연한다. 나파가 와인과 음식으로 유명하므로 맛있는 음식과 와인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다. 세프쇼도 계획되어 있다. 유명세프가 쇼를 하고 나면 그 음식을 먹을 수 있단다. 침이 고인다. 글로벌 브랜드의 부스와 더불어 나파지역의 유명 식당이나 로칼 브랜드 상품들을 위한 부스들도 상당히 많았다.
올해는 5월 24(금) - 26(일)까지였고 우리는 첫날 참석이다. Lineup명단을 보니 내가 아는 사람이.... 없다. 눈을 씻고 다시 보니 마지막 날의 Ed Sheeran, 과 Nora Jones만이 아는 이름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날 참석하지 않는다. 호텔을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가는 도중에 만난 투숙객 대부분이 투명한 가방을 메고, 지고 있었다. 위험물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투명한 가방만이 허용되었기 때문이다.
공연장에는 입장 후 전체적으로 공연장을 쭉 걸어보았다. 스테이지는 두 군데가 있다. 그리고 수많은 먹거리와 마실거리 스탠드가 곳곳에 많았다. 스테이지 공간보다는 그 외의 공간이 훨씬 넓다. 생각보다 어린아이와 같이 온 가족들이 많았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온 가족은 물론, 고모 이모 가족도 다 같이 온 대규모의 그룹도 보였다. 거의 피크닉 분위기이다. 그리고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옷을 입은 젊은이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5월의 오후 햇살에 그들은 반짝거렸다.
재미있었던 곳은 머리에 헤드셋을 끼고 나오는 음악에 맞추어 디스코를 추는 코너였다. 모두가 조용한데 신나게 춤을 추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다. 나도 궁금해서 들어갔다. 헤드셋에서는 두 채널로 음악이 나오고 있었다. 딸과 같은 채널로 맞추고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아는 노래가 나오니 어느새 따라 부르고 았었다. 나뿐만 아니라 옆의 사람, 그 옆의 사람도. 순식간에 느껴지는 이 동질감은 무엇인지.
사람구경 실컷 하고 먹고 싶은 것 골라 스테이지 1에 갔더니 Nelly라는 래퍼가 공연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여기저기 블랭킷을 바닥에 펴고 먹으면서 앉아서 음악을 즐기기도 하고 일어서서 리듬에 맞추어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2000년대 초반에 그의 노래가 유행하였다. 랩에 멜로디를 입히는 것으로 성공한 래퍼라고 한다. 우리 귀에 익숙한 음악들이 꽤 있다. 사람들이 그의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며 같이 장단을 맞춘다. 나도 가사는 잘 모르지만 그냥 같이 몸을 흔들며 묻어갔다.
https://www.youtube.com/watch?v=8WYHDfJDPDc
Nelly의 무대가 끝나고 해가 들어가자 상당히 추웠다. 이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두꺼운 옷들을 챙겨 왔다. 8시 반부터 딸이 보고 싶어 했던 스테이지 1의 헤드라이너인 Megan Thee Stallion의 무대가 시작하였다. 나는 전혀 모르는, 하지만 그리 싸지 않은 티켓을 구매하게 만들었던 여자 래퍼이다. 2020년부터 유명세를 타는 래퍼라고 한다. 그녀의 'Hot Three Girls'라는 노래가 SNS의 음악으로 많이 쓰이면서 더욱 유명해졌다고 한다. 나도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보았다. 그녀는 참 예뻤다. 그런데 유튜브를 봐도, 그냥 들어도 도저히 가사를 알 수가 없다. 젊은 층의 은어로만 이루어진 노래 같이 들린다 나에게는. 그녀의 춤은 '트월킹'*이 주를 이룬다. 가끔 한국 TV 프로그램에서 개그우먼들이 트월킹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정도는 귀여운 것이었다. Megan은 그냥 속옷과 같은 짧은 팬츠를 입고 10초에 한 번씩 트월킹을 하고 카메라는 엉덩이 부분을 줌 하여 보여준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헉하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보았지만, 나중에는 그냥 지루해졌다.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았다. 주로 앞부분 VIP 부분만 차고 뒤 부분을 Nelly 때보다도 많이 비었다.
딸도 피로도가 올라가는지, 스테이지 2로 가자고 하였다. 그런데 거기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예전의 플리우드 맥 (Fleewood Mac)의 보컬이고, 솔리스트인 Stevie Nick의 무대이다. 그녀는 1948년생이고, 플리우드 맥(Fleewood Mac) 은 1970년대 후반에 유명했던 록밴드이다. 플리우드 맥의 드림스 (Dreams) 라는 노래는 한국 사람들에게도 익숙하다. 그녀는 아직도 솔리스트로 2022년까지 노래를 발표하고 있었다. 록커로 시작해서 그런지 목소리가 짱짱하다. 그녀의 노래는 세대를 관통하고 있는 듯,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그녀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Edge of Seventeen"이라는 노래를 하겠다고 멘트가 나오자 환호성이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 딸도 같이 따라 부르며 얼굴에 웃음이 가득 찼다. 그 노래가 1981년에 나온 노래이다. 노래도 사람처럼 생명이 있는 것 같다. 좀 더 일찍 올 것 하는 후회가 밀려왔지만, 그나마 마지막 십 분을 같이 할 수 있어서 좋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mrZRURcb1cM
어릴 적 우드스톡 록 페스티벌 (Woodstock Rock Festival)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음악 페스티벌에 대해 상상을 해왔다. 자유롭고, 누구 눈치 안 보고 기분내고, 그리고 속 시원하게 노래하고 춤추는 그런 분위기는 어떠한지 궁금했다. 오래전에,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서 사람들이 돗자리 펴고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자유로운 모양으로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듣는 평화로운 광경을 보았다. 그러나 일정상 그냥 지나가야 했다. 가끔 자라섬에서 열리는 재즈페스티벌에 관한 소식을 보면, 그 섬에 가서 와인 한잔 마시며 재즈를 즐기는 것을 상상을 했지만, 실행하지는 못했다. 이번 60이 지나고서야 평생 처음 음악 페스티벌을 가 보았다.
스티브의 무대를 보면서 지나간 세월에 나를 잠깐이나마 즐겁게 해 주었던 그녀의 음악이 다시 공기 속에 숨어 있다가 나와서 나를 간질이며 내 그리움을 끄집어 내주었다. 음악은 무생물이지만 그 생명력이 대단하다. 그 생명력을 존중한다.
* 허리와 상체를 가만히 고정한 상태에서 허벅지 뒤쪽 근육과 엉덩이 근육을 위아래로 흔들며 엉덩이 살을 터는 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