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A는 목소리나 외모가 남자아이 같았다. 우리가 막 떠들고 있는데 '이놈의 자식들 조용히 못 해"하고 남자 선생님이 소리치시면 우리는 얼른 입을 다물고 옆의 친구를 보던 얼굴을 앞으로 향했다. 그러다 곧 그게 A였다는 것을 알고 깔깔거리며 웃었다. 알면서도 우리는 매번 속았다. 성정체성이란 말의 '성'자조차 제대로 꺼낼 수 없는 시절이었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A는 언젠가 성전환을 해야 할 것 같다고. A는 대학을 중퇴하고 우리들에게 A는 소문으로만 존재하였다. 워낙 보수적이 부모님들로 인해 성전환 수술을 하지 못했다고 하더니 최근에는 죽었다는 소문까지 났었다. 그 후로 A는 살아있고 주민등록 첫자리를 2에서 1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아니다 소문만 무성하다.
에피소드 2. 지난 주말 딸내미가 한국의 걸그룹 있지 (ITZY)의 공연을 보러 샌프란시스코에 샘(Sam)이란 친구란 같이 갔다 왔다. 나는 오랜만에 딸의 입에서 남자아이 이름이 나와서 혹시 데이트라도 하는 것이 아닌가 기대를 하였다. 같이 콘서트에서 손으로 V를 그리며 셀카를 같이 찍어 보냈는데 그는 눈썹이 짙고 눈이 크고 정말 잘 생긴 청년이었다. 그래서 일요일 브런치를 하며 샘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원래 sam은 여자이고 본 이름은 Harmony라고 한다. 그런데 Sam은 사회적으로 자신이 여성으로 인식되는 것이 불편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아는 사람들에게 자신은 Sam으로 불러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신체적으로 남성으로 전환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한다. 타고난 성 (Sex)은 여성이지만 사회적 존재로서의 성 (Gender)는 남성으로 살고 싶다고 한다. 나아가 남성 여성으로 나누는 것을 거부한다. 그들은 3인칭 대명사를 He나 She가 아닌 They로 부른다고 한다. Sam의 가족은 미국이 파나마 운하를 만들면서 그 지역 사람들에게 미국 시민권을 주는 것으로 보상을 하는 관계로 샘의 할아버지부터 미국인이 된 파나마 사람들이다. 그들도 보수적이라 Sam은 그들에게 아직 Harmony로 존재하고 있다.
에피소드 3. 지인의 아들 B가 성을 여성으로 바꾸고 싶다고 하였다. 그 아이는 자라면서 여성스러운 면을 전혀 내보이지 않았던 터라, 부모의 입장에서 전혀 의심을 해 본 적이 없었단다. B는 지인에게 트랜스젠더 적합성(?)을 진단해 주는 병원이 있으니 거기의 진단 결과를 보고 자신을 믿어달라고 했다고 한다. 지인은 B가 자신은 잘 모르는 신체적인 무슨 문제점이 있어 혼자서 오랫동안 고민을 해왔나 보다 짐작하고 그렇게 하라고 했다. 결과지의 내용은 상담과 심리 테스트로 구성되어 있었다. 결론을 보면 B는 정신적으로 정상이며 본인이 트랜스젠더라고 믿는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본인이 트랜스젠더가 되고 싶다고 하면 그걸로 전부인 것이다. 그것을 객관적으로 판단해줄 근거가 아직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지인은 B의 트랜스젠더에 대한 바람이 신체적으로 문제로부터 시작되었다면, 차라리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도 있을 텐데, 결국은 사회 심리적인 것이라는데 절망하였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음을 터트렸다.
요즈음 큰 자식을 둔 부모들을 순간 얼음으로 만드는 단어가 두 개 있다. '우울증' 과 '성정체성'. 우리의 일상에서 이 두 개의 언어가 들어간 사건들을 직간접으로 접할 때 멍해질 정도 그 타격력이 크다. 나도 최근에 위의 에피소드 2를 경험하기 전에는 그냥 뉴스에서 듣는 이야기 정도였다.
요즈음 성정체성을 이야기하면 흔히 나오는 단어 LGBTQ+이다.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Bi-Sexual), 성전환자 (Transgender), 그리고 Questionable+ 또는 Queer+ 로 전통적인 이성애자 (Hetero-Sexual)가 아닌 모든 종류의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동성애자의 성지로 불리는 샌프란시스코가 있는 캘리포니아라 그런지 이 문제를 일상에서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접하게 되는 경우가 간혹 생긴다. 그런데 캐럴 (Carol)이란 영화를 보면 1950 -60년대에는 이 동성애를 정신병으로 취급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의 전환의 역사는 짧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캐럴처럼 힘들었던 시절이 있다 보니 이들은 정치적인 집단화를 시도하였고 그것이 나름 효과를 발휘하는 듯 보인다.
어느 순간 LGB는 이 미국 사회에서 수용이 된 것 같다. LGB는 미디어에도 자주 나오는 소재이다. 섹스 엔 더시티 (Sex and the City)에서 나오듯이 여자들에게 게이 친구는 상당히 편한 존재로 투사되고 있다. 병원에 갔는데 처음 접수할 때 성 (Gender)을 묻는 질문에, '여성', '남성'외에 '모르겠다'라는 세 번째 항목이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아직도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쉽지 않은 문제이다. 작년에 나의 또 다른 지인(에피소드 3의 지인이 아닌)이 늘 부러워하던 친구의 아들 (잘생기고 키 크고, 의사인, 말 그대로 엄친아)이 게이로 커밍아웃했다고 약간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역으로 그 엄친아의 부모님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되었다. 그 말을 듣던 에피 3의 지인은 그 엄친아 아들이 트랜스젠더가 아니라 게이인 것이 오히려 부럽다고 한다. 트랜스 젠더의 경우 신체적인 어려운 과정을 겪어야 하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한다.
지금 사회적으로 혼란스럽고 이슈가 되는 것이 트랜스 젠더인 것 같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운동선수들이 워낙 좋은 성적을 거두는 등, 불공정의 이슈들도 있다. 완전히 수술을 해서 여성의 몸으로 바뀌었는가, 아니면 호르몬만 투입하고 신체는 그대로 있는가 등등 그에 대한 이슈들이 오늘의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리아 토마스라는 수영선수는 수술을 하지 않은 비수술 트랜스젠더로, 호르몬 치료를 통해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고 여성으로 인정받았다고 한다. 2022년에만 해도 호르몬만 1년 이상 투약했으면 여성으로 인정해주었다고 한다. 그해 3월에 그녀는 대회에 나가 여자 자유형 500야드 부문에 출전해 1위를 차지했다. 전에 남성 부문에서 462위를 하던 토마스가 여성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던 것이다. 당연히 불공정 논란이 빚어졌다. 그 후 세계 수영 연맹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 선수는 12세 이전, 혹은 사춘기 발달 2단계에 도달하기 전에 성전환한 경우에만 인정하기로 하는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다. 리아는 수영연맹을 상대로 소송을 벌였고 법원은 수영연맹의 손을 들어주었다.
LGBTQ는 타고난 신체적인 요인이 (에피 1)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사회 심리적인 이유(에피 2, 에피 3) 도 있을 수 있다. 그 가운데 이 기회를 틈 타 무언가 이익을 보려는 Free Rider들도 있어 정말 혼란스럽다. 우리 아이들만 아니면 괜찮지 하는 심리가 크지만, Sam의 에피소드처럼 나와의 지척의 거리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일이 되고 나니 사람의 인식의 변화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시대엔 부모가 알아야 할 것도 많고 미리 내려놓아야 할 것도 많다. 무언가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라고 느낄 때 거절할 자유조차도 없는 것 같다. 부모라는 입장 때문에. 아무래도 공부가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