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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량밍 Jun 18. 2023

Tell me, do you feel the love?

Boy, you got me hooked onto something

Dhruv_ double take



  사랑에 보답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지만.



  언젠가부턴 혼자가 되겠지. 끝이 오겠지.

  부정적인 생각이 우선이 되는 내 성격상, 이제는 좋아한다는 것을 자각하기도 전에 끝을 먼저 떠올리는 게 익숙해졌다.


  한창 공부해야 하는 시기고, 취업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아이돌을 마음에 품어버리다니.

  누군가는 제정신이냐고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이돌을 좋아해 보는 게 거의 처음이라, 모르는 것 투성이인 데다가 돈 없는 대학생이 할 만한 건 부정뿐이었다.

  입덕부정기,라고 불리는 것을 반년 정도의 시간에 걸쳐 겪었던 것 같다.

  그래서 행복했냐고 물으면...

  아니.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좋아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유튜브 알고리즘도, 인스타 게시글이나 릴스도 아이돌로 가득 차서 좋은데 싫은... 그런 상태로 살았다.


  왜 자꾸 아이돌 얘기만 하나, 싶겠지.

  솔직히 나도 의도하지 않았는데 자꾸 그 얘기만 나와서 당황스럽다.


  그렇지만 지금 그 아이돌이라는 존재 덕분에 행복하니까.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을 보며 나도 열심히 살고 싶고, 돈을 벌겠다는 의지를 갖게 되니까.


  이 글을 읽는 당신은 '그들 덕분에 정말 행복한가 보다.' 생각해 주길 바란다.


  가끔 현타가 오기도 하고, 아이돌을 좋아하는 나 자신에게 미묘한 괴리감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한다.

  같은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얼굴 한번 쉽게 볼 수 없는, 본 적 없는 그들을 사랑한다 말하는 것이 우습기도 하다.


  그럼에도 내게 '사랑'이라는 단어를 가장 크게 느끼게 해주는 존재는 그들이기에 사랑을 배우는 중인 나에게 그들을 빼놓고 사랑을 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In the midst of the crowds
In the shapes, in the clouds
I don't see nobody but you
In my rose-tinted dreams
Wrinkled silk on my sheets
I don't see nobody but you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수많은 구름들 사이에서
난 너밖에 안 보이는 걸
나만의 장밋빛 꿈속에서도
침대 위 구겨진 이불속에서도
내 눈엔 오직 너밖에 안 보여



  의지와 감정은 전염된다던가.

  사실 내가 정확히 무슨 말을 하려던 건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제 새벽에 우연히 본-들었던가?- 말인데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전염이고 뭐고, 일단 그 사람의 안에 그 의지와 감정이 내재되어 있어야 방출될 수 있는 것이기에 결국엔 전염이 아니고 자신의 것이 나온 것뿐이라고.

  내 아이돌의 열정은 나를 더 열정적이게 만들지만, 그것이 내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나는 열정적인 사람이 될 수 없을 테니까.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텐데... 그냥 헛소리로 치부해도 괜찮다.

  원래 사랑이라는 것이 이성적인 사람도 감성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들 하지 않는가.

  원래도 이상한 애가 더 이상한 헛소리를 할 뿐이다.


  글과 이야기를 사랑하지만, 내가 글과 이야기를 잘 쓰는 사람은 아니다 보니 뭘 어떻게 써야 괜찮아 보이는 글이 되는지 모르겠으니까.



  이 글은 그냥... 그런 글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발견한 나의 아이돌은 나를 가득 채우는 존재가 되었다는 내용의 전해지지 않을 고백.

  이 마음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덕분에 행복했고 나라는 작은 존재가 그들에게 의미 있기를 바라는 작은 사랑.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반복되는 하루, 흘러가는 수많은 구름들 사이에서도 웃을 수 있게 해주는 나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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