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계절은 여름 Jun 12. 2023

휴일

벤치에서 쉬다 가는 날

할 일과 처리해야 할 문제가 겹겹이다.

생각이 누적되고, 부담감에 잠을 설쳤기 때문일까.

지난주 내내 머리가 지끈거리고,

눈두덩이 뜨겁게 붓는 것 같았다.

책을 읽어도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아

같은 문장을, 같은 페이지를 연신 다시 읽어야 했다.

소설을 고르든, 비문학을 고르든

재미없긴 마찬가지.

읽어야 할 책은 층층이 쌓이고, 진도는 안 나가니

대여섯 권을 펼쳤다 덮었다 하며 짜증을 냈다.


그러던 와중에 무릎에 반깁스를 했다.

에라, 모르겠다.
차라리 잘 됐다.



울적한 기분을 던져버리고

주말 동안 드러누워 티비를 보면서 깔깔댔다.

애인과 대화하고 맛있는 밥을 먹으며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쉬었다.

잠도 많이 자버렸다.


이렇게 정신까지 쉬는 온전한 휴일은 오랜만이었다.

​​


월요일

눈을 떴는데 두통이 없었다.

레이 브래드버리 단편집을 읽었다.

재밌는데?​


화요일 오전

여전히 두통이 없다.

잘 잤고, 눈도 붓지 않았다.

의욕이 올라온다.​



아아.

내 몸은 생각이나 걱정, 부담까지 내려놓고

온전히 쉬는 날이 필요했던 거구나.​


앉아 있다고 쉬는 게 아니다.

에라, 모르겠다! 하며

잠시라도 걱정을 던져버려야 휴식이다.​


충분히 누워있다 앉으면 그만이고,

충분히 앉아있다 일어서면 된다.

그러기 위해선 지친 나날들 사이에

벤치를 설치해야겠다.


일명

벤치데이.

벤치에서 좀 쉬면 어때.

세상 안 무너진다.

오히려 벤치가 없으면 몰라도.

무너지지 않는 일상의 핵심은

몸과 마음의 휴일.

매거진의 이전글 땅을 보고 걸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