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에서 쉬다 가는 날
할 일과 처리해야 할 문제가 겹겹이다.
생각이 누적되고, 부담감에 잠을 설쳤기 때문일까.
지난주 내내 머리가 지끈거리고,
눈두덩이 뜨겁게 붓는 것 같았다.
책을 읽어도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아
같은 문장을, 같은 페이지를 연신 다시 읽어야 했다.
소설을 고르든, 비문학을 고르든
재미없긴 마찬가지.
읽어야 할 책은 층층이 쌓이고, 진도는 안 나가니
대여섯 권을 펼쳤다 덮었다 하며 짜증을 냈다.
그러던 와중에 무릎에 반깁스를 했다.
에라, 모르겠다.
차라리 잘 됐다.
울적한 기분을 던져버리고
주말 동안 드러누워 티비를 보면서 깔깔댔다.
애인과 대화하고 맛있는 밥을 먹으며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쉬었다.
잠도 많이 자버렸다.
이렇게 정신까지 쉬는 온전한 휴일은 오랜만이었다.
월요일
눈을 떴는데 두통이 없었다.
레이 브래드버리 단편집을 읽었다.
재밌는데?
화요일 오전
여전히 두통이 없다.
잘 잤고, 눈도 붓지 않았다.
의욕이 올라온다.
아아.
내 몸은 생각이나 걱정, 부담까지 내려놓고
온전히 쉬는 날이 필요했던 거구나.
앉아 있다고 쉬는 게 아니다.
에라, 모르겠다! 하며
잠시라도 걱정을 던져버려야 휴식이다.
충분히 누워있다 앉으면 그만이고,
충분히 앉아있다 일어서면 된다.
그러기 위해선 지친 나날들 사이에
벤치를 설치해야겠다.
일명
벤치데이.
벤치에서 좀 쉬면 어때.
세상 안 무너진다.
오히려 벤치가 없으면 몰라도.
무너지지 않는 일상의 핵심은
몸과 마음의 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