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
책상 위에 책과 서류철과 노트북을 올렸다.
죄다 펼쳐 놓고선 옆자리 선생님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웃었다.
다시 책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악! 깜짝이야! “
문장 위에 큰 파리가 앉아 있었다.
큼직한 벌레인 줄 알고 비명이 터져 나왔다.
방금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순간 까먹어버렸다.
“저도 걔 때문에 아까 놀랐어요.”
덤덤하게 말하는 옆자리 선생님.
아.
오늘 하루 꽤나 유명세를 떨친 파리였구나.
나랑은 초면인데.
내가 소리치는 모습을 본 파리의 기분은 어땠을까. 뭐 저렇게 호들갑 떠는 인간이 다 있어,
혹은 내가 이 정도는 아니지 않나,
이런 반응이었을까.
쿨하게 자리를 뜨는 줄 알았던 파리는
내 위성 마냥 자꾸 머리 주위에서
웽웽 궤도를 돌고 있었다.
파리의 기분은 어떨지 모르지만
제발 궤도 이탈 좀 해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