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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정 Nov 23. 2024

520 1314, 영원히 당신을 사랑해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 Opinion | 영화


 새로운 계절이 찾아오면 그에 맞는 영화를 찾는다. 바삭하게 마른 낙엽들에 쓸쓸함을 느끼는 가을에는 감수성이 풍부한 영화가 생각난다. 건조한 마음을 촉촉하게 만들어주기 때문.


 그렇게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계절 맞이 영화로 고른 이번 영화는 '청춘적니'이다. '청춘의 너'라는 의미로, 청춘을 바친 로맨스 영화이다.


 이 영화는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끈 웹 소설 [10년을 함께 한 여자친구가 내일 결혼한다]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실제 작가의 연애 경험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설이다. 웹 소설이 연재되면서 곧바로 영화화가 결정됐다고 한다.


 영화 '청춘적니'는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결국 한 사람만을 지독하게 사랑하는 이야기이다. 시작은 17살이 되던 해, 링이야오(여자 주인공)을 향한 뤼친양(남자 주인공)의 고백으로 두 사람의 사랑은 시작된다. 애틋한 사랑은 20대가 돼서도 계속 이어지지만, 그 사랑은 냉혹한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언제나 가난과 싸우는 뤼친양과 묵묵히 그 옆에 있어주는 링이야오. 사랑만으로 모든 걸 해결하기 어려운 두 사람의 쓰디쓴 10년의 사랑을 담았다.







돈보다 사랑, 사랑보다 돈


 '청춘적니'는 사랑에 대한 2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돈보다 사랑을 택한 링이야오와 사랑보다 돈을 택한 링이야오 친구. 링이야오는 뤼친양과 가난의 늪에 빠진다. 하지만 링이야오는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그와 함께 한다면 버틸 수 있다. 반면, 링이야오 친구는 링이야오처럼 가난으로 고생하며 살고 싶지 않다. 그래서 관심 없던 자신을 오랫동안 좋아한 남자가 비싼 반지와 함께 재력과 능력을 보여주니 그와 결혼을 결심한다.


 사랑을 대하는 태도를 극명히 대비되게 함으로써 링이야오와 뤼친양의 사랑이 얼마나 애틋한지 보여줬다.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순수한 애정의 깊이를 느낀 대목이었다.







답답함을 넘어선 먹먹함


 '청춘적니'는 겹겹이 쌓이는 슬픔의 단계를 보여준다. 그 슬픔은 주로 뤼친양을 향해 있다. 직장 내 부조리, 믿었던 친구의 배신, 링이야오 엄마의 반대 등 계속해서 힘든 상황은 찾아왔다. 특히, 친구의 배신으로 빚더미에 앉은 후 홀로 체념한 채 거대한 시멘트를 옮기는 뤼친양의 뒷모습은 답답함이 치솟는 장면이었다.


 답답함에 휩싸인 마음은 마지막 장면에서 먹먹함으로 변했다. 링이야오를 위해 그녀를 떠난 뤼친양은 링이야오의 결혼 소식을 듣고 다시 한번 링이야오에게 고백하고자 그녀와 만나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링이야오를 만나기 위해 폭설 속에서 무리하게 일을 한 뤼친양은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충격적인 결말이다.


 마지막 동상에 걸린 뤼친향의 희미한 미소와 눈물 한 방울은 깊은 먹먹함을 자아내 짙은 여운을 남겼다.







가난하지만 가난하지 않은 사랑


 뤼친양의 삶은 팍팍하고 가난할지라도 사랑만큼은 가난하지 않았다. 링이야오의 사랑은 거친 사막 같은 뤼친양의 삶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링이야오를 사랑하는 마음은 삶을 살아가게 해준 버팀목이었다. 비록 결말은 좋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누구보다 정직하게 사랑했다. 밀당 없는 사랑, 앞뒤 재지 않고 좋아하는 만큼 서로 아껴주며 진심으로 사랑을 주었다. 사랑하는 동안 부족하지 않게 넘치는 사랑을 했다.


 모든 걸 걸고 다한 사랑이었다.







 이처럼 '청춘적니'는 애절하고 절절한 사랑으로 마음속에 아린 감성을 전했다. 사랑 그 자체인 영화이다. 이는 중국에서 청춘적니 개봉일과 첫 상영 시간이 '5월 20일 13시 14분'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520 1314'는 '영원히 당신을 사랑한다'는 의미 있는 숫자로, 청춘적니가 사랑에 진심이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해 준다.


 또한, 이 영화는 사랑 하나가 얼마나 거대한 힘을 가졌는지 말해준다. 사랑하고 사람 받는 삶은 찬란하고 아름답다. 그 어떤 삶보다 마음을 풍족하게 만들어준다. 영화는 새드 엔딩이지만 이것은 영화일 뿐. 모든 사람의 사랑은 해피 엔딩이길 바라며,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자. 정직하게 꾸밈없이 사랑하자.










※ 본 글은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서 직접 작성한 글입니다.


[ 아트인사이트 원문 ]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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