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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정 Dec 26. 2024

소방관 처우에 대해서

현재, 소방 여건은 어떻게 변했을까?


 누구나 일상에서 강하게 울리는 소방차 및 구급차 사이렌 소리를 들은 적이 있을 거다. 소방 사이렌 소리만 들어도 느껴지는 급박함에 길을 걷다 멍하니 서서 바라본 적도 있다.


 그런 소방 사이렌 소리에 시끄럽다고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 사이렌 소리를 줄여달라거나 야간 출동 시 사이렌을 꺼달라는 민원까지, 소방 사이렌 소리를 소음 공해로 여기는 것이다. 소방 사이렌은 의미 없이 울리는 것이 아니다. 소방차는 빠르게 현장에 도착해야 되며, 그 과정에서 주행 중인 차량과 소방차 사이에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소방관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출동하며 우리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이다. 하지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런 민원을 포함한 크고 작은 소방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영화 [소방관]은 과거 열약한 소방관 처우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실제 2001년 3월 4일에 일어난 '홍제동 방화 사건'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실제 소방의 발전은 홍제동 사건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도 있다. 


 먼저, 홍제동 방화 사건에 대해 알아보자. 이 사건은 2층 다가구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소방관 6명이 순직한 안타까운 사건이다. 처음 화재 현장으로 가는 길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골목에 있는 불법 주정차 때문에 화재 현장까지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웠다. 예상 시간보다 늦게 도착했지만, 집주인과 2층에 사는 세입자 등 7명을 구조하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집 안에 아들이 있다는 집주인의 말로 소방관들은 다시 화재 현장에 들어간다. 1차 수색으로 아들을 발견하지 못하며 이어서 2차 수색에 돌입한다. 건물 지하 보일러실로 이동 후 수색을 마치고 지상으로 올라오려던 순간, 2층 건물이 무너지며 소방관 9명이 매몰된다. 


 붕괴된 건물 잔해를 치우기 위한 포클레인은 불법 주정차에 가로막혀 진입이 어려웠고, 직접 손으로 콘크리트 잔해를 파헤치며 소방관들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몇 시간을 거쳐 매몰된 소방관들을 구조했지만, 결국 소방관 6명이 순직하고 3명은 큰 부상을 입게 된다. 


 그리고 범인의 자백으로 이 사건의 범인이 밝혀진다. 이는 소방관들이 계속 찾았던 집주인의 아들로, 아들이 저지른 방화가 원인이었다. 사건이 일어난 그날, 술에 취한 아들은 집주인과 크게 다투면서 홧김에 불을 지르고 도주한 것이었다.



 영화 [소방관]은 홍제동 방화 사건과 더불어 불법 주정차처럼 소방관들이 겪는 어려움과 불편함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영화에서 언급한 문제점들에 대해 알아보고 싶었고, 현재 소방 여건은 어떻게 개선되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해 찾아봤다.






불법 주정차


 영화에서는 홍제동 방화 사건과 마찬가지로 다른 화재 사건으로 출동했을 때도 불법 주정차로 골머리를 앓는다. 여전히 바뀌지 않은 모습에 한숨이 나왔다. 화재 현장에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하면 소방관들은 소방 호스 등 무거운 장비를 이끌고 화재 현장까지 뛰어갈 수밖에 없다. 이는 늦은 초동 대처를 초래해 화재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들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로, 2018년 불법 주정차 강제처분에 대한 소방기본법이 개정되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훈련은 여러 번 실시되는 반면, 현재까지 강제처분이 일어난 경우는 개정 이후 4건밖에 없을 정도로 광장히 드물다. 그 원인은 사후 처리 과정에서 행정적/절차적 부담 및 민원 문제 등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실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확실하게 변화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열악한 장비 보급 및 상태


 영화에서 소방관들이 제대로 된 소방 장비를 갖추지 않은 채 화재 현장으로 가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당연한 줄 알았던 부분이 당연하지 않았던 것이다. 방화복 대신 방수복을 입고, 소방 장갑을 지원받지 못해 개별 구매를 하거나 목장갑을 착용하는 영화 속 장면은 거짓이 아니었다. 실제 홍제동 방화 사건 당시에도 소방관들은 방수복을 입었다고 한다. 이는 비싼 가격 때문으로, 방화복과 방수복은 약 15배의 가격 차이가 났다. 


 과거 이외에도 화재 현장에서 필요한 헬멧 부착 랜턴과 헬멧형 통신장비, 산소통 등이 부족하거나, 생존자 확인에 사용되는 열상 카메라가 고장 난 상태인 경우가 있었다. 또한, 소방법에 의거해 주거지역에 100m마다 설치됐어야 할 소화전은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그만큼 소방관들은 갖춰지지 않은 환경 속에서 구조 활동을 이어나간 것이다. 


 그리하여 2015년에 열악한 소방 환경을 해결하고자 소방안전교부세를 도입했다. 담배 개별소비세의 45% 중 25%는 소방공무원 인건비, 20%는 소방 및 안전시설 사업비에 쓰이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소방안전교부세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올해 소방안전교부세가 폐지될 위기에 놓였었다. 다행히 현재는 소방안전교부세 법제화가 법안 소위 통과를 하며 큰 위기는 넘긴 상태이다.






지역 간 소방 격차


 영화 마지막 부분에 소방관들의 국가직 공무원 전환에 대한 자막이 나온다. 실제 과거 소방 공무원은 국가직 공무원과 지방직 공무원으로 이원화가 되어있었는데, 대부분 지방직 공무원이었다. 이는 지역 간 소방 격차 문제점을 만들었다. 지방직 공무원일 경우, 각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상태 및 재량에 따라 받는 소방 지원이 달라진다. 지자체가 재정 여건이 어려울수록 좋은 지원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2020년 소방 여건에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소방 공무원을 국가직 공무원으로 일원화했다. 하지만 현재도 미흡한 부분이 존재한다. 여전히 예산 및 인사권 권한은 국가가 아닌 지자체에게 있다. 급식 측면에도 문제가 있는데, 예산 문제로 지역별 소방관 한 끼 급식 단가가 다르다는 것이다. 급식 단가가 3000원대인 지역도 있고, 소규모 119 안전 센터 같은 경우 급식 예산이 없어 소방관들이 직접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소방관 야간 출동 간식비는 27년째 3000원이라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소방관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문제도 심각하다. 영화에서도 한 소방관이 트라우마로 입스를 겪고 힘들어하는 장면이 나온다.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이처럼 정신적 고통을 받는 소방관이 늘어나는 반면, 현재 심리 상담 인력과 PTSD를 위한 심리 치료 서비스는 부족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것 외에도 소방 관련 문제는 더 있다.


 이렇게 영화 [소방관]을 통해 알고 있던 문제는 더 자세하게, 알지 못한 문제는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숨이 턱 막혔다. 잠시나마 화재 진압을 하는 소방관 모습을 1인칭 시점으로 봤을 때 두려움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온통 뜨거운 불길로 둘러싸인 공간, 산소통이 있지만 거친 숨소리, 산소마스크로 좁아진 시야 등 답답함이 밀려왔다. 다시 한번 사명감 없이 할 수 없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소방관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는 직업인 만큼 그 노고를 인정해야 된다. 이에 맞는 정당한 처우가 필요하다. 앞으로 더욱 처우가 개선되길 바라며, 영화에 나온 어느 소방관의 기도를 끝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는 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저에게는 언제나 안전을 기할 수 있게 하시어 가냘픈 외침까지도 들을 수 있게 하시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화재를 진압하게 하소서.

 저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케 하시고 제가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하시어,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게 하소서.

 그리고 당신의 뜻에 따라 제 목숨이 다하게 되거든, 부디 은총의 손길로 제 아내와 아이들을 돌보아주소서.


※ 영화 관람 시, 티켓 금액의 일정 부분은 소방관을 위한 기부로 이어진다. 










※ 본 글은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서 직접 작성한 글입니다.


[ 아트인사이트 원문 ]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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