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영부영하게 잘 못 끼여진 첫 단추는 그 자리가 아니지만 계속 끼워지고 있었다. 연애 겸 결혼준비를 같이 하는 게 옳은 건지도 모른 채, 파도에 탄 나는 자의 반, 타의 반 흘러가고 있었다. 내 나이 스물아홉, 뭐가 그리 급했던 걸까? 나는 그때로 돌아가 나에게 말하고 싶다. 스물아홉에 무언가 성취하려고 조급해하지 말고, 인생 숙제 따위는 없으니 연연해하지 말고 너의 길을 가라고 말이다. 부모가 인정한 남자와 결혼하는 게 그동안 내가 부모에게 그토록 바라던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부모의 사랑도, 인생 숙제도 하나 해결하는 것 같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겠구나라는 안일한 생각에 사로잡혀 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삐걱거리며 잘못 끼워진 단추는 결혼을 준비하면서도 나에게 외치고 있었다.
콧속으로 바람이 제법 차가워지는 겨울 들목에 우리는 가구를 보러 가구점에 들렀다. 거기서 배우자는 가구점 직원에게 그 특유의 조소 섞인 냉소적인 말투로 "이런 값싼 재료를 쓰면서 가격이 이렇다고요?" 라면서 가구를 신랄하게 가구점 직원 앞에서 직원을 까는 건지, 가구를 까는 건지 아리송하며 말리지 못한 채,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 상황을 보고 있는 나의 낯빛은 점점 붉으스렘해지면서 쪽팔림과 미안함 감정이 교차한 채, 가구점을 나와 배우자에게 말했다. "아니, 가구가 마음에 안 들면 나와서 나에게 이야기하면 되잖아, 그걸 왜 틱틱거리면서 그 가구직원에게 말을 그렇게 하는 거야?" "안 사면 되는 거고, 굳이 그런 말들을 그 직원에게 했었야 했어?" 라며 나는 화를 내면서 그 자리를 박차고 혼자 집으로 왔다.
그렇다. 나는 결단력도 냉정할 정도로 빠른 편이었다. 그리고 신속한 추진력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집으로 오자마자 부모님들에게 이 결혼은 못할 것 같다면서 파혼하고 싶다고 전했다. 부모님들은 나에게 이유를 물었고, 오늘 있었던 일과 그 전의 여러 가지 일들을 토로했지만 부모님들은 내 편에 서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서였을까? 시가 부모님들이 우리 집에 찾아와서 시어머니가 식탁에 앉아 울었다. 첫째 장가보내고 10년 만에 이루어지는 집안 잔치라고 이미 청첩장을 동네사람들에게 다 뿌렸는데, 파혼하게 되면 당신 명에 못 산다면서 떨어져 죽어버릴 거라면서 내 부모님과 내가 보는 앞에서 펑펑 우시는 거였다. 난 참 많이 어렸나 보다. 나의 앞으로의 인생보다 내 앞에서 펑펑 울고 있는 늙은 여자의 모습이 안쓰러웠으니까 말이다. 그런 폭풍 이벤트가 내 집에서 이루어지고 난 지금의 배우자를 차 안에서 만났다. 배우자는 나에게 말했다. '그 말투' 자기가 고치도록 노력해 보겠다면서 말이다. 배우자의 부정적인 틱틱거리는 말투가 나에게는 파혼의 이유였다. 그리고 결국 그 말투로 인해 우리는 결혼 생활 내내 많은 부부싸움을 했고, 결국 그 말투로 인해 우리의 사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달콤하게 내 마음에 드는 사탕발린 말로 고쳐보겠다고 말했던 거는 상황을 모면하는 말로 이용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십여 년을 넘게 살면서 알게 된 건, 사람의 언행은 절대 변할 수도 고칠 수도 없다는 걸것, 또한 부모, 가족의 영향을 받은 거기 때문에 말투는 변할 수 없다는 것, 시가 어르신들의 언행을 매우 닮았다는 걸 결혼 생활 내내 엿볼 수 있었다. 가부장적이며, 여자를 하대하는 말투, 깔아뭉게고 누르는 말투, 말에 '니가'라는 말을 붙이면서 "니가 그걸 할 수 있을 것 같아?" 라며 시작하기도 전에 사기를 깎아내리는 말투들, 그건 그 집안의 내력이었던 것이다. 초반에 느낌적으로 알고, 파혼을 선언했지만, 신이 나에게 주신 마지막 기회였지만, 난 내 뜻을 밀고 나갈 힘이 없었던 것이다.
부모가 드디어 나를 인정해 주며, 부모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좋았다. 부모가 원하는 사위, 부모가 원하는 남자와 결혼을 결정하고 나서 나를 대하는 태도가 180도 달라졌으니까 말이다. 난 처음 느끼는 잘못된 부모의 자식사랑에 도취되어 빠져 있었던 것이다. 이건 나와 부모와의 잘못된 관계에서 비롯된 부분이고, 현재는 이런 부모와도 손절을 해 연을 끊은 상태이다.
인생을 배우는 과정에서 난 많은 손실을 겪었고, 많은 비용의 수업료를 지불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