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나트랑을 다녀온 후
목적을 가지고 여행을 하지 않는다.
목적을 가지고 누구를 만나지 않는다.
그 놈의 목적 목적 목적..
이유가 있어야 움직이려고 하고..
이유가 있어야 만나고, 이유가 있어야 연락을 한다.
때론 존재를 부정 당하고, 존재 자체를 도구로 이용되어진
점철된 삶을 살아왔다는 걸 알았을때는..
존재한다는 그 자체만으로 인정되고
받아들여지는 삶이 무엇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이미 너무 그 삶에 절여진 나는..
떼어내서 생각조차 할 수 없었을 뿐더러..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였다.
늘 무언가를 하고, 해야만 했고..
타인 중심사고로 나 아닌 그들의 만족감을 채워줘야했고..
성취를 해야만 나라는 존재가 살아 숨쉬는 존재로써
인정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여행은..
무언가를 목적에 따라..이유에 따라..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순수하게 내 마음이 가는데로 움직였고..
이번 여행은 아이러니하게도 목적이 없는 게 목적이라는 걸 알았는지.. 톱니바퀴의 맞물림처럼 나의 의도를 읽으면서 부드럽게 나를 인도해 주었던 것 같다.
따뜻한 마음과 시선으로 모든 걸 바라보았고..
그럴려면 나의 마음을 거칠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외부의 소음이 나를 전적으로 거칠 게 만들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디에 내가 위치해있던 내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건 외부요인이 아닌 나의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되었다.
여행으로 인한 것이던 아니던..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이렇게 야금야금하게 알아차리는 알아차림은 나의 남은 여생을 정신적으로 윤택하게 만들어 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행동하지 않아도..의도와 목적 없이도..
나의 존재를 순수하게 받아주며 인정해주는 사람들과의 관계들 또한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는 걸..
그 경험이 익숙하지 않고 아직 낯설지만 여행 속에서 일상 속에서
내가 ‘그냥’ 수용되어진다는 느낌을 난 더 많은 사람들과 부딪치며 좋은 관계들로부터 주고 받는 경험들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느끼며살고 싶다.
그 어느 때보다 나의 나무는 이제 중심을 잘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밑으로 단단하게 뻗어나가는 뿌리들이 많아졌다. 때론 거친 비바람이 불어 기둥과 가지들이 흔들릴지언정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균형감과 부러지지 않을 수 있는 유연함을 가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