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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음다움 Jul 24. 2024

아무도 보지 못한 뱅크시의 진짜 메시지

뱅크시의 진짜 메시지는 이렇게 인간이 잊어버리고 있던 본질을 일깨운다.


  아직 아무도 보지 못한 뱅크시의 진짜 모습. 인사동에서 열린 <리얼 뱅크시> 전시를 통해 작은 힌트라도 얻을 수 있을까 싶어 방문하였다. 


  뱅크시는 얼굴을 밝히지 않고, 사회의 병리적인 문제들을 그림을 통해 비추는 아티스트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그가 누구인지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커다란 창의력과 날카로운 비판력으로 사람들을 휘어잡는 뱅크시. 대체 뱅크시는 왜 진짜 모습을 감춘 채 대중들의 귀에 들어가게 된 것일까. 



  인사동 그라운드 서울 전시장에 발을 들이자마자 온 공간이 뱅크시의 미묘함으로 가득 찼다. 화려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도 아닐뿐더러, 아티스트 특성상 작품의 수가 많을 수가 없는 전시였지만 그 웅장한 공간을 다 채우고 있는 뱅크시의 그림들은 상당히 수다스러웠다. 마치 그림들이 살아 움직이는 입을 달고 나에게 속삭이는 사이렌들 같았달까. 


  그 사이렌들의 목소리에 홀린 나는 작품들의 앞으로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 가장 먼저 나를 홀린 작품은 바로 ‘Happy Choppers(2003)’다. 굉장히 유명한 작품이기도 한 해당 작품에서는 미국 육군에서 배치 중인 차세대 공격용 헬리콥터다. 실제로 베트남전쟁에서 AH-1 코브라 공격용 헬기의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1972년부터 개발을 시작하여 1984년 최초로 미국 육군에 전략화되었다. 


  이렇게 완벽한 전투력을 가진 헬기가 귀여운 핑크색 리본을 달고 있다. 내 머릿속을 하염없이 뒤집어 놓는 작지만 의미 깊은 리본. 과연 뱅크시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리본을 귀엽게 그림 속에 그려 넣은 것일까. 감히 예상해 본다면, 누구에게나 공포의 대상인 전쟁용 헬기를 보면서 인간이 웃게 되는 그 순간을 뱅크시는 지적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깊게, 더 멀리 보지 않으면 공포의 순간에도 인간은 인생의 마지막을 마주할 수도 있다. 겉보기에는 우호적인 냄새를 풍기는 순간에도 인간들은 더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고 뱅크시는 생각했던 것 같다. 



  두 번째로는 너무나도 유명한 또 하나의 작품인 ‘Girl with Balloon(2004-2005)’이다. 실제로 경매장에서 파쇄되기도 한 이 작품을 해당 전시에서 마주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작품 옆에는 경매 사건 당시의 영상도 재생되어 있어서 해프닝을 모르는 관람객들도 흥미롭게 전시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실제로는 벽에 그린 작품인데 한 소녀가 날아가는 빨간색 풍선을 잡고자 손을 뻗는 모습을 담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풍선이 하트 모양이라는 점이다. 사랑을 의미하는 빨간색과 하트, 뱅크시는 이 소녀도 사랑을 찾아 손을 뻗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뱅크시의 진짜 메시지는 여기서 다가 아니다. 전쟁을 혐오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뱅크시답게 우리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이 아니었을지 상기시키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릴 땐 사랑을 앞서 찾기라도 했던 것 같은데, 어른이 된 지금은 사랑은커녕 나 자신의 안위만 챙기기 바쁜 일상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더불어 미술이라는 분야가 상업성에 가려져 본질을 잃어버리는 현상을 극도로 싫어했던 뱅크시가 경매 현장에서 그림을 파쇄기에 갈아버렸던 것처럼, 인간의 개인적인 욕심으로 틀에 머무르지 않아야 하는 것들이 자유로워지길 바란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다가왔다. 뱅크시의 진짜 메시지는 이렇게 인간이 잊어버리고 있던 본질을 일깨운다. 이번 전시도 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드넓은 창구가 되리라고 확신하며 전시 감상을 마쳤다.


  뱅크시의 눈부신 진짜 메시지 관람을 마무리하면서, 이런 생각을 덧붙여 보았다. "뱅크시의 작품 속에는 진짜 메시지도 있지만,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새로운 메시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다. 작가의 의도와 일맥상통하지 않아도 관람객들이 새롭게 의미를 생산하는 과정조차 뱅크시는 뿌듯함을 느낄 것 같다.


  마르셀 뒤샹의 <샘>을 통해서도 현대 미술이 추구하는 바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상업성에 가려져 미술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에게 미술과 아트는 생산자의 깊은 지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관람자의 제3의 시선에서 나오는 새로운 피조물이라는 것을 뱅크시를 통해, 그리고 현재까지도 활동하는 현대 미술 작가들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 


  늘 중요한 것은 정답을 찾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 특별히 미술을 감상하고 향유할 때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 원문 링크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1073

@ 아트 인사이트 https://www.art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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