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괜찮은가?
영국은 지금 경량기포콘크리트 문제로 한 마디로 난리가 났네요. 어제는 세종시에 자문 오가면서 BBC를 들었는데, 뉴스마다 톱으로 나오고 있고, 전문가 대담 프로그램까지 진행하는 등 온통 관심이 부실한 콘크리트 자재의 위험성으로 쏠려 이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네요.
콘크리트는 거푸집을 이용해 모양 만들기가 쉬운 장점이 있는 반면에 그 무게가 입방당 약 2.4톤(2,400kgf/m3)이나 되어 무겁다는 게 단점 중의 하나입니다.
이런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콘크리트에 기포를 생성시켜 그 무게를 1/3이하(600~800kgf/m3)로 줄인 것이 경량기포콘크리트이고, 그 콘크리트 안에 철근을 넣어 판(planks) 형태로 만든 것이 RAAC(reinforced autoclaved aerated concrete) 패널입니다. 가볍기 때문에 작업이 쉬워 많이 사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1920년대에 스웨덴에서 처음 만들어졌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벨기에와 독일이 시장을 선도하여 유럽에서 많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영국은 1950년대부터 1990년대말까지 초등학교 건물의 지붕과 벽, 바닥 등에 사용하는 등 수천 채의 건물에 이 RAAC 패널이 사용되었는데, 2018년도에 켄트지역의 한 초등학교 건물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이번에 같은 공법으로 지어진 104개의 초등학교 건물에 폐쇄명령을 내리면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이 콘크리트는 내부에 기포가 많고, 돌기(rib)가 없이 매끈한 철근이 들어가 철근과 콘크리트 사이의 부착력도 현저히 떨어지고, 굵은 자갈(조골재)도 들어가지 않아 압축강도도 일반콘크리트에 비해 많이 떨어져 1/10 이하 수준인 20~50kgf/cm2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게다가 기포로 인한 공극을 통해 수분이 침투하여 철근이 쉽게 부식이 되는 단점이 있다고 하네요. 콘크리트 표면 등에 도색 등을 해서 부식에 대비하였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 패널의 파괴 형태가 마치 전단철근이 빠진 것처럼 전단파괴에 취약해서 붕괴 전에 사전예고가 거의 없거나 아주 없다(little to no warning)고 합니다. 사람이 위험징후를 느끼고 대피할 기회조차 없는 거죠.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제품이 ALC(Autoclaved lightweight concrete) 패널이라는 이름으로 다수의 현장에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도 이 문제를 살펴보지 않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autoclave는 고온고압으로 양생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ALC 역시 내부에 aeration을 통해 기포를 형성시켜서 가볍게 만든 경량 콘크리트이고, ALC를 소개하는 글에서도 1920년대에 스웨덴에서 처음 개발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RAAC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영국과 유럽에서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경량기포콘크리트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더 이상 적용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ALC 패널의 사용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변 아파트, 단독주택 등 여러 형태의 건축물에 사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부와 콘크리트 학회에서는 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먼 산의 불보듯 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바짝 챙겨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혹시 건축전문가분들 중에 제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으면 기탄없이 지적해 주셔도 고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