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되어 원주시에 삽니다
8박 10일의 꿈같던 유럽 신혼여행을 끝으로 집으로 현실로 돌아왔다. 원주 관사에 도착했다. 초등학생, 중학생 때 수련회로 왔던 원주라니. 잠시 놀러 온 기분도 들었다. 차 타고 한 시간 반~2시간 거리인 서울 하고도 그렇게 멀지 않았다.
남자친구였던 그는 남편이 되어 평소처럼 출퇴근을 했다.
평일이면 매일 출근을 했던 나는 낯선 곳, 낯선 집에 혼자가 되었다.
너무 대책 없이 결혼한 걸까. 남편 말고는 아는 사람도 없고 어떤 동네인지 뭐가 있는 곳인지 정말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내 집이 아닌 듯 내 집에서 보낸 지 이틀이 지났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주 시청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채용란 스크롤을 내리다가 ㅇㅇ대학교 심리상담센터에서 정신보건전문요원을 뽑는다는 구인글을 발견했다. '이거다. 지원해 보자.' 전 직장에 가서 신혼여행 잘 다녀왔다는 인사와 함께 필요한 서류를 가지고 왔다. 재빨리 대학교 인사팀에 지원서류를 제출했다.
인사팀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왔다. 면접 당일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평소 나와는 다르게 크게 떨지 않았다. 그동안 했던 일과 연결시켜 3명의 면접관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했다. 며칠 후 감사하게도 합격했다는 전화가 왔다. 야호! 하늘이 무너져도 쏟아날 구멍이 있다.
출근하는 방법이 문제였다. 운전면허증은 있지만 장롱 면허였다. 남편이 군용 출근 버스를 이용해서 내가 자차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당장은 무리였다. 매번 출퇴근 때 이용했던 지하철이 원주엔 없지만 버스는 있었다. 버스를 타고 출퇴근했다. 신혼여행 다녀온 지, 원주에 살게 된 지 2주도 채 되지 않아서 출근하게 되었다.
대학교 심리상담센터에서 신입생, 재원생들 대상으로 정신건강 스크리닝 검사, 캠페인 기획 및 진행, 홍보, 양성평등과 관련된 일을 맡았다. 아직 대학교를 졸업한 지 5년이 채 되지 않아 낯선 장소이지만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여기서 나를 필요로 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기뻤다. 남편보다 1기수 선배의 와이프분도 이 대학교 다른 과에 교직원으로 근무하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감사하게도 함께 출퇴근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
주변에 맛집, 예쁜 카페도 알게 되고(자차 필수)
조금씩 내가 할 수 있는 일, 새롭게 만난 좋은 인연들이 생기면서 원주도 살만한 곳이 되어갔다. 조금씩 정을 붙일 수 있었다.
매번 집과 학교, 집과 직장만을 오갔던 내가 새로운 곳에서 일상을 시작했다. 조금씩 나의 삶을 일구어나가는 느낌도 괜찮았다. 그리고 내 편과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 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