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영국 고전 괴기소설 모음집을 읽다!
서양 공포 소설은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정말 오랜만에 한 권 집어들어보았다. 개인적으로 호러 모음집 중에 가장 좋아하는 책은 2009년에 세시 출판사에서 출판된 '토탈호러'로 지금은 구하기가 어려운 도서이다. 내 서재의 몇 안 되는 자랑 중 하나이다. 아무튼, 간만에 집어든 서양 공포, 게다가 고전 공포소설은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우선, 내가 살고 있는 동양이 아닌 서양의 소설이기에 몰입도가 조금 떨어질 수 있으며 이해하기 어려운 유머나 표현들도 더러 있다는 것을 언급한다. 그럼에도 서양 공포는 서양 공포만의 재미가 있다. 동양 공포에 익숙해진 나 같은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흔히 '한'과 '무당'등의 토속적인 부분과 엮는 동양 공포와는 달리, 오래된 저택이나 인간의 잔혹성에 더 무게를 실으며 철학적인 메세지를 더하는 서양의 공포 소설은 간만에 먹는 군것질처럼 맛있게 읽혔다.
평소에 알고 있었던 서양의 신화와 문화들이 공포를 느껴지게 하는 소재와 적절히 맞물려서 시너지를 내는 것도 볼 만 했고, 결말이 정해진 이야기보다는 열린 결말로 놓아두는 작품이 많아서 좋았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달랐다면 어땠을까, 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도 많았다.
<스모킹 호러>를 읽으며 느낀 것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유명한 작가의, 잘 알려지지 않은 소설을 실어준 것이다. 솔직히 대한민국 사람들 중에 '찰스 디킨스'가 쓴 공포소설인 '황혼 무렵에 읽을 것'을 아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찰스 디킨스하면 올리버 트위스트밖에 떠오르지 않을 것이 확연하다. 나도 그랬으니까.
<스모킹 호러>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작품인 '황혼 무렵에 읽을 것'은 단편 소설인데도 그 안에서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특이하고 과감한 형식을 띤다. 그리고 굉장히 상투적이지만, 효과적인 마무리 장면이 인상적이다. 다만 일정 부분의 번역이 조금 딱딱하고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니 그 부분은 유의해서 읽길 추천한다.
<스모킹 호러>는 19세기 영국 고전 소설을 다룬다. 그렇기에 한국에 사는 우리의 주위에서는 보기 힘든 소재들이 등장하고, 그로 인해 신선함과 흥미를 느낄 수 있다. 서양식 저택의 구조에 대한 설명과 파이프 오르간에 대한 특징, 대리석상의 조각 양식과 그리스 신화 속 이야기 등 익숙하지 않은 소재들이 잘 짜여진 이야기 서사에 얹어져 빛이 난다. 만약 이러한 익숙하지 않은 소재들이 느슨한 플롯에 더해진다면 오히려 재미를 반감시키고 흥미를 쉽게 잃게 만들었을 것이다.
집어든지 하루 만에 모음집 속 단편들을 모조리 읽어버렸다. 아무래도 오래된 소설들이다보니, 현재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람이 읽기엔 가독성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그렇더라도 굉장히 신박한 이야기들이 많고, 전개방식과 등장인물들이 독특해서 꼭 추천한다. 내가 읽은 것 중 제일 재밌었던 건 '고르곤의 머리'라는 이야기이다. 공포소설을 좋아하는 여름의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도서 협찬을 해준 출판사 크로노텍스트와 yes24에게 감사드립니다.
**이 글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