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후 죽는 너에게> 유호 나무 소설 에 대하여
주인공인 소마는 '그린 플래시'를 보기 위해 한적한 시골을 찾는다. 그린 플래시가 찍혔던 장소가 그 시골마을의 바닷가였기에 캠핑 장비와 여윳돈을 챙겨서 여행을 떠난 것이다. 그렇게 직접 마주한 바닷가에는 캠핑용 의자에다 삼각대, 카메라까지 설치한 채 앉아있는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자신을 히나호라고 밝혔고, 둘은 그린 플래시라는 공통된 주제 아래 급속도로 친해졌다. 그러나 둘 모두 왜 그린 플래시를 보고 싶어 하는 건지 확실시 하지 못한다. 이 불확실성과 3일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대한 장치가 이 소설을 리드해내간다.
그린 플래시는 태양의 가장자리가 지평선이나 수평선에 걸렸을 때,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볼 수 있는 녹색의 빛으로, 대기의 프리즘 스펙트럼에 의한 자연적인 현상이지만 굉장히 관찰이 어렵다. 주로 태양이 뜨거나 질 때 관찰된다고 한다. 또한, 그린 플래시를 보는 사람에게는 행복한 일이 생긴다는 전설이 있다.
세계적으로 생소한 현상인 그린 플래시를 소재로 사용한 것이 독특했다. 타임 루프물의 선도자이자 최강자인 일본 문학은 현실성보다는 판타지, 재미에 포커스를 맞추는 게 일반적이다. 고마츠 나나가 열연한 영화로도 유명한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나 미야키 스가루의 <스타팅 오버>, 사노 테츠야의 <너는 달밤에 빛나고>를 보면 알 수 있다. 그 덕분에 소설의 흡인력이 대단했다.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고, 이는 독서를 중간에 멈추기 힘들게 만들었다.
<3일 후 죽는 너에게>의 첫 장을 넘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지막 장을 맞이했다.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어내려갔다. 무언가를 상실했다는 것의 의미와 그 상실을 받아들이는 자세, 본인을 돌아보는 방법에 대해 아주 쉬운 표현으로 설명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꽤 높은 수위와 긴 서사로 같은 내용을 냉소적으로 전했던 명작<상실의 시대>보다 훨씬 가볍게 풀어냈다.
일본 문학 특유의 표현과 상투적인 연출, 라이트 문학의 고질적인 문제점(ex. 개연성 부족, 설명 부족)은 실재했지만 거슬리지 않는 선이었다. 특이하게도 보는 내내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았다. 머릿속에 장면들이 하나하나 그려졌다. 주인공인 소마의 얼굴과 히나호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그려졌고, 배경이나 효과음까지도 내가 스스로 창조하여 즐기고 있었다. 그만큼 아주 재미있는 감성 로맨스 소설이었다.
이 소설에서 그린 플래시라는 건, 상실의 과거를 딛고 현재와 미래를 맞이할 수 있게 해주는 정류장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어떤 상실을 겪었는지는 모르지만, 소마와 히나호처럼 인생의 그린 플래시를 찾아서 당당하고 행복하게 미래를 맞이했으면 한다.
참고로 에필로그가 제일 극적으로 연출된다. 익숙한 레퍼토리이긴 하지만, 아는 맛이 무서운 법이라고, 정말 전율과 함께 읽었다.
*도서 협찬을 해준 출판사 토마토와 yes24에게 감사드립니다.
**이 글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