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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대 Sep 03. 2023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가 대체 뭔데!

굉장히 신기한 노래 제목에 대한 분석

이브


 일단 많은 사람들이 들어보았을 '이브'에 대해 알아보자. 이브는 성경에 나오는 최초의 여자이며, 히브리어로 읽으면 하와가 된다. 한국에서는 개신교든 가톨릭이든 모두 하와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이브는 하와(חוה)의 고대그리스어 표기인 에우아(Εὔα)의 라틴어 표기인 에바(Eva)에서 유래한 표기이다. 언론이나 대중매체에서는 '이브'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참고로 '하와'라는 이름은 에덴 동산에서 쫓겨나기 직전, 아담이 직접 지어준 이름이다.


 하와의 가장 유명한 행동은 바로 선악과를 먹은 것이다. '눈이 밝아져 선악을 알게 되어 하느님과 같이 된다'는 뱀의 꾀에 넘어가 선악과를 먹은 게 바로 하와이다. 결국 욕심 때문이었다. 이에 대한 형벌로 인류는 유한한 생명을 얻게 된다. 현대 지구의 인구 증폭을 고려해보면, 유한한 생명을 가진 게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프시케


 프시케는 어느 왕국의 막내 공주로, 무척 아름다웠다고 한다. 대중들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아프로디테보다 직접 볼 수 있는 프시케를 추앙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아프로디테의 신전에는 먼지만 쌓이게 된다. 결국 아프로디테는 격노하여 아들 에로스를 시켜 '프시케에게 금화살을 쏘아 세상에서 제일 비천한 남자를 사랑하게 만들라'고 한다.

 그런데 에로스는 모종의 이유로(이에 대해서는 수많은 설이 존재) 본인에게 금화살을 맞추게 되고, 프시케를 사랑하게 된다.  에로스가 다녀간 이후, 빗발치던 구혼 요청이 뚝 끊기게 된다. 인기는 여전하지만 구혼이 끊기자, 걱정이 된 프시케의 부모는 신전을 찾아가지만 신전에서는 프시케는 인간과 결혼할 수 없다고 전한다.

게다가 산에 버려두면, 신조차 건드릴 수 없는 괴물이 데려갈 거라고 첨언했다. 이에 부모는 슬프지만 신의 뜻을 거스를 수 없어 프시케를 산에 버려둔다.


 산에 버려진 프시케는 서풍의 신 제피로스의 안내로 무척 호화로운 저택으로 인도된다. 보이지 않는 시종들이 음식과 음악을 제공하기까지 했다. 프시케의 남편(에로스)는 밤이 되면 항상 그녀를 찾았다. 그리고 첫만남때 그녀에게 단단히 일러두었다. 절대 자신의 얼굴을 보려고 하지 말라고.


 프시케는 아주 호화로운 생활을 했지만, 외로움을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간청하여 언니들을 궁전으로 들이는데, 이때 언니들이 프시케를 시기한 나머지 걱정을 빙자한 질투가 담긴 문장들을 뱉은 게 화근이었다. 언니들은 남편이 너를 살찌워 잡아먹을 것이라고 했고, 이에 동요한 프시케는 결국 등잔과 단검을 든 채, 남편의 얼굴을 확인해버린다. 남편이 에로스임을 알아본 프시케는 놀라 등잔기름 한 방울을 에로스의 어깨에 떨어뜨리게 되고, 에로스는 아내가 약속을 저버렸음에 실망하고 명언을 남긴 채 떠나버린다.

"사랑은 의심과 함께 있을 수 없다."

 프시케는 크게 뉘우치며 아프로디테 신전을 찾아가 빌었다. 아프로디테는 프시케에게 무척 힘든 일들을 시키는데, 그 중 마지막이 바로 저승의 여신인 페르세포네에게 화장품을 받아오라는 것이었다. 프시케는 또 호기심이 도져 그 화장품이 담긴 상자를 열게 되고, 이후 영원한 잠에 빠지게 된다. 이때, 에로스는 제우스를 찾아가 프시케를 아내로 맞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결국 제우스의 중재로, 프시케는 정식으로 에로스의 아내가 되며, 마음과 영혼의 여신이 된다. 이후, 둘 사이에는 쾌락의 여신인 헤도네가 태어난다.


 사실 에로스는 제우스조차 겁내하는 권력의 소유자였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아폴론이 에로스를 깔보았다가 다프네와 엮여 평생을 후회하며 사는 일이 있으며, 만약 에로스가 금화살이 아닌 납화살만을 쏘겠다고 선언하면, 인간 세상에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푸른 수염의 아내


프랑스의 동화 작가, 샤를 페로의 동화인 '푸른 수염 (Blue beard)'에 나오는 등장인물이다. 옛날에 '푸른 수염'이라는 이름을 가진 부유한 귀족이 살고 있었는데, 여러 번 결혼을 했으나 그의 아내들이 모두 실종되었다는 특징을 가진다. 어느날, 그는 또 새로운 아내를 맞이하게 되고, 큰 성으로 그녀를 들인다. 그리고 그는 아내에게 열쇠를 주며 한 가지를 단단히 일러둔다.

  '모든 문을 열어도 좋지만, 지하실 구석에 있는 작은 방의 문은 절대로 열지 마시오.'


 그 말을 지켜오던 아내는 결국 언니의 꼬임에 넘어가 작은 방의 문을 열게 되고, 그 방 안에서 푸른 수염의 전 아내들이 죽어있는 것을 보게 된다. 충격에 그녀는 열쇠를 떨어뜨리게 되고 그 열쇠에 시체들의 피가 묻게 된다. 열쇠에 묻은 피를 본 푸른 수염은 분노하여 그녀를 살해하려고 하는데, 그 전에 잠시 그녀에게 기도할 시간을 준다. 이때, 방문이 예정되어 있는 현 아내의 오빠들이 달려와 푸른 수염을 무찌른다. 


공통점과 르세라핌의 앨범


 결국 이 세 여자의 공통점은 다른 존재의 꼬임에 넘어가 금기를 저질렀다는 데 있다. 그리고 모두 호기심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르세라핌의 앨범 타이틀 소개를 보면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I wish for what is forbidden to me)을 주제로 삼았으며 르세라핌은 금기를 깨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에 성장의 의미를 부여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잘 와닿지는 않는다.

 이브, 프시케, 푸른 수염의 아내가 금기를 깬 것신뢰를 저버린 행동이기에. 또한 세 이야기에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금기를 깨는 것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사료되기 때문이다. 에로스의 부탁으로, 마침 오빠들이 달려왔기에, 와 같은 우연한 행운으로 얻어진 긍정적인 미래인 것이지, 금기를 깼기에 동반되는 새로운 희망이 아니란 말이다.


 솔직히 관심을 끄는 곡 이름이고, 곡의 비트나 가사도 좋은 편이나 곡 소개와 실제 세 이야기와는 조금 많이 다른 것 같다. 왠지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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