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본 후 십오 분이 지났다.
자전거를 타고 미칠듯이 페달을 밟아 집으로 돌아왔다.
손만 씻고 바로 노트북을 들어 쓰는 글이다.
저녁을 먹지 못한 것과 내일 아홉 시 수업인 것은 중요하지 않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신이다.
이전부터 나는 지브리의 작품성에 대해서는 굉장한 의구심이 있었다.
어디선가 볼 수 있는 스토리와 어디선가 봤을 법한 전개, 결말이었기 때문이다.
이때까지 나는 지브리가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음악과 그림체, 장면전환 등의 효과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 개봉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이런 나의 편협한 사고관을 깨부숴 주었다.
지금 배고픔은 중요치 않다. 나는 지금, 하나의 영화 때문에 피어나는 수많은 질문들과 철학적인 물음에 답하기도 버거울 지경이다. 그래서 나는 살기 위해, 이 물음들에 파묻히기 전에 글을 토해내려 한다.
추신: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는 19금 딱지가 무조건 붙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양자역학처럼, 쉽게 보아서는 절대 이해하거나 해석을 내놓기 어려운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