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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 Jul 05. 2024

민물장어의 꿈

 손해사정사로 바라보는 세상은 참 치열해요. 아프거나 다친 사람의 부상 및 장해를 사정합니다. 보험금을 산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지요. 남은 자와 나누는 대화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습니다. 망자의 역사를 보험금으로 산정하고, 이 결과를 산자와 이야기해야 합니다. 보험금이라는 금전으로 유족을 위자해야 하지만 그 금액이란 것이 유족에게 만족스러울 리 없지요.


부상이 호전되지 않아 신체 남는 장해의 판정에 있어서도 늘 다툼이 존재합니다. 피해자 또는 피보험자의 불행한 경험을 계속 추적해야 해요. 사고가 지나간 처참한 기억입니다.


 환자는 본인을 치료해 준 의사를 찾아가 높은 장해 진단서를 요청합니다. 장해율과 보험금은 비례하기 때문이지요. 자신을 치료한 의사에게 환자의 몸에 심각한 장해가 남아있음을 서류로 입증해 달라고 하는 것이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높은 장해진단서를 발급해 준 의사는 자신의 실력이 좋지 못했음을 입증하는 것이에요. 또 다른 아픈 경험의 시작입니다. 불행한 경험을 극대화해야 하니까요. 세상은 늘 가지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가 공존하나 봅니다.


 아픈 경험과 사건을 두고 대화해야 하는 과정은 참 불쾌합니다. 다툼을 수반하는 과정이지요. 시청역의 안타까운 사고현장을 보면서 예전의 기억이 떠올라 몸과 마음이 경직됐습니다. 너무 안타까운 사고예요. 감히 어떻게 위로를 할 수 있을까요? 마음속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 뿐입니다.



 호흡과 호흡이 만나 하루를 이룹니다. 호흡 사이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요. 생각과 감정을 나눕니다. 찰나는 너무나 짧은데, 지난한 삶은 마치 무한할 것처럼 느껴집니다.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시간은 흐르지요. 삶에서 이루어지는 무수한 다툼도 모래시계의 모래입니다. 시간과 중력을 따라 무심하게 흐를 뿐이지요.


 네모난 하루에서 욕심과 질투, 증오와 분노의 네 군데를 잘라내면 하루가 조금 동그래질까요? 웃기만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인데요. 네모나게 각진 하루를 조금 깎아내고 싶습니다.



행복은 갖지 못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을 즐기는 것이다.

<삶의 길을 여는 여성의 지혜> -린 피터스- 중에서


 주변을 바라봅니다. 가족, 친구, 건강, 자유, 시간까지 이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꽤나 많아요. 어느 하누 버릴 수 없는 모두 소중한 것들입니다. 언제까지 제 옆에 있을지는 알 수 없군요. 더 잘해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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