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널 위한 거야
엊저녁 뜬금없이 와 있은 친구의 문자.
그럴 애가 아닌데 연락을 했다는 건 이유가 있겠다 싶어 "나 전화 가능해"라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두 시간가량 통화를 하면서
그동안 못 나눴던 이야기보따리를 풀고 또 풀었습니다.
친구는 이래저래 고민을 터놓는데
쌓여있던 화도 그 아래 눌려있던 자격지심도 지금의 대화를 통해 드러난 시간였다고 말합니다.
전 제 이야길 하며 친한 친구랍시고 돌려 말하지 않았습니다. 불만 불평 해대는 친구 귓가에 "그럼 넌?"이라 되물었고 "털어 버려"라고 말했습니다.
상대의 결점을 향해 일반적이지 않다, 상식을 벗어난다 다른 사람은 그러지 않다면서 제게 저만의 기준이란 걸 묻는데 "그런 거 다 필요 없고 네게는 그런 거 없어?"라고 다시 물었습니다.
보이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보이지 않는 것에 집중하라고, 불만일 수 있는 거 그것조차 누군가에겐 감사할 수 있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고, 우리 모두 완벽한 사람 하나 없고 그저 신 앞에선 다 똑같은 연약한 존재일 뿐이니 상처에 연연하기보다 왜 그걸 상처라 여겼는지 너 자신을 더 들여다보라고 했습니다.
"열내지 말고 너가 상처라 느꼈던 것 털어버려, 갖고 있음 오히려 너만 힘들어. 그리고 그거 너 자격지심일 수 있어, 네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봐바"
친구는 난데없이 고맙다 말했습니다.
해결되지 않았던 마음의 분노가 숨겨져 있던 자격지심이 드러나고 나니 평안한 마음이 찾아왔다, 갑자기 제게 상담 잘한다며 칭찬까지 해답니다.
오늘 문득 반찬 만든답시고 떼고 있는 멸치 대가리를 보니 어제의 대화가 또 한 번 생각이 납니다.
맛 좋을 반찬을 위해 쓰고 비린맛 나는 멸치 대가리와 똥을 떼야만 하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도 좀 더 맛깔나게 살기 위해선 그저 상처라 생각되는 것들 떨어내 버리면 더 낫겠다 싶습니다.
내가 갖고 있는 일반적이고 상식적이며 나의 기준에만 맞는 것이 옳다고 여기는 순간, 손에 힘을 주고 싸우려 하는 순간 얼마나 자신의 인생이 깜깜하다고 생각될지를 잘 알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그럴 때마다 남 탓도 멈추고 자신을 탓하기도 멈추면 그리고 털어버려야지만 그다음이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싶습니다. 털고 털어야 자신이 웃고 웃는 나를 보는 상대 역시 함께 웃는 날이 올 것임을 확실히 믿기 때문입니다.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웃는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