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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미 Jul 18. 2024

아침부터 선생님 모드

"선생님 아니 엄마"

엄마로서 늘 주의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감정조절이다. 기복이 심한 편은 아닌데 평온하다 못해 뭐든 스무스하게 넘어갈 수 있는 상황도 급발진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이 그랬다.


날 닮아 까탈스러운 딸아이는 뭐가 맘에 안 드는지 아침부터 짜증에 짜증을 냈다. 그리고 툭하면 맘에 안 든 이유를 다 엄마 탓으로 돌리는데 참다 참다 좋게 말하며 넘어갔던 평소와 달리 오늘은 브레이크를 밟았다.


아무개!!!(아이의 이름을 크게 한 번 불렀음)

그랬더니 짜증 섞인 울음을 멈추고 그제야 엄마의 이야기를 듣는다. 화가 나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하고 상대방의 어떤 얘기도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였다.


상황 전개는 이러했다.

최근 딸 아인 스스로 만든 장난감 작품에 심취되어 있었다. 혼자서 만든 걸 늘 자랑했고 우쭐한 모습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런데 문제는 정리를 안 한다는 것. 아니 작품?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것였다.

마치 작품을 망가트리려 한다는 식의 짜증을 내며.

그랬더니 거실 전체가 장난감 작품들로 가득 차 버렸다. 정리를 해야 다음번에도 갖고 놀 수 있고 친구들이 왔을 때 역시 함께 놀 수 있을 텐데 가능할 상황이 아니게 돼 버린 것.

(어제 반 친구와 그의 엄마가 놀러 왔는데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는 수 없이 톤이 좀 높고 평소보다는 큰 목소리로 왜 정리를 해야 하는지 말해주었다. "엄마는 ○○이가 만든 작품 너무 멋있어 그런데 놀 땐 놀고, 정리할 땐 정리하면 좋을 것 같아. 그래야 다음에 더 멋진 것도 만들 수 있고 친구들 놀러 오면 함께 놀 수 있지 않을까?"

그러더니 곰곰이 듣고서 내게 건네는 말 "선생님 아니 엄마, 제가 이제 정리할게요" "친구들 초대해서 같이 놀 거예요"라고 말하며 드디어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4일 만에)


그렇게 정리 시작. 난 아침식사를 준비하러 주방으로 향했다.

발 디딜 데가 없던 거실 한쪽 부분에 공간이 생기고 여유로운 분위기마저 풍기는 듯했다. 통 안에 자리 잡은 장난감들도 제자리를 찾았다는 듯 웃고 있었다?(내 눈엔) 아이 역시 다 들어갔다며 뿌듯해하곤 아침 먹을 준비를 했다. 그리고는 급 바른 어린이 모드로 변하더니 말투도 행동도 마치 다른 아이로 바뀌어 있었다. 그렇게 웃는 얼굴로 아침을 먹고 맘에 드는 옷으로 갈아입은 뒤 현관 쪽으로 향한다.(억지로 웃는 것 같진 않았다 그냥 다른 아이가? 되어 있었다)


우린 아침부터 선생님과 반 아이가 된 것 마냥 꽤나 진지하고도 긴장상태를 보였었지만 밖을 나가 유치원에 가기까지 손잡고 흔들흔들 서로 미소 짓는 엄마와 딸이었다.


그래서일까 난 가끔 교사이면서 엄마? 란 모습에 불완전한 뭔가를 보이려 할 때마다 이 때는 교사가 되어야 하나 엄마가 되어야 하나 싶어 내겐 늘 육아는 쉽지 않다.

쉽게 생각함 될 텐데 아직은 모든 면에서 아마추어라 그런 것 같다.(교사는 4년차? 엄마는 5년차?) 하지만 이게 그저 나이고, 교사면서도 엄마인 사람이 지금의 나인지라 서로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잘 안다. 그래서 우린 여러 시행착오 속에서 함께 성장의 과정을 지나는 중이라 믿는다.


이렇게 아이가 뭔가를 배워야 할 때, 또 스스로 깨닫는 게 있어야 할 때 나에게선 엄마보단 교사모드가 먼저이다. 그럴 때 내게 "선생님 아니 엄마"라고 부르는 딸아이.

마냥 엄마의 모습만 보여 받아주려고만 할지 아님 이곳에서도 나름의 규칙이 있다며 선생님 모습도 보여야 할지 오늘도 난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다.


난 엄마일까 선생님일까?

엄마이고 싶을까 선생님이고 싶을까?

아이는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잘은 모르겠지만 엄마가 교사인 것도 알고 자신의 엄마인 것도 알기에

엄마인데 선생님, 선생님 같은 엄마? 혼란보단 유연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아이로 자라길 바랄 뿐이다.


정리한 블록들과 등윈하는 딸 아이


잘 다녀와 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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