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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미 Aug 28. 2024

일과 공부

아직 내게 남아있던 열정아, 고마워.

올 해가 되면서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갔습니다. 다니던 어린이집을 계속 다닐 수도 있었는데 우리 부부는 모험을 해보기로 결정하고 지원서를 신청했습니다. 경쟁률이 있다 보니 사실 가능성을 낮춰 기다렸었는데 1순위로 합격, 얼떨떨한 반응을 보이며 모험을 떠난 지도 벌써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그러면서 어느새 살림과 육아를 또다시 도맡아 하게 된 저는 풀타임 직업을 구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적응기간 3개월 동안만큼은 아이 기관 적응에 힘써야 했기 때문였습니다.(아이는 절 닮아 섬세한 성격였고 뭐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또 4시까지 꼭 맞춰 가야 했던 상황) 그 이후로 다시 일을 구해볼까 싶었는데 이번엔 급하게 도와달라는 프리랜서식 요청까지 들어드려야 했습니다. 이 같은 삶이 불편했던 건 아녔습니다. 가족을 돌보며 시간이 날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남는 시간은 하고픈 것 주로 운동이나 자기 계발을 할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새로이 하고픈 것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할 만한 경제적 여유와 시간적 여유가 생긴 올해였습니다. 이때쯤이면 꽤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쓰라고 준 꽤 큰 금액의 용돈을(100만 원) 다른 것 다 제치고 공부하는데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1월부터 시작해 온라인 수업을 듣기 시작했고 매주마다 올라오는 강의를 들어야 했습니다. 중간중간 리포트를 쓰고 다른 선생님들과 토론에 참여했으며 퀴즈와 중간, 기말고사 등 시험까지 쳤습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녔습니다. 욕심였을까 싶었는데 매일 직장에 나가시는 분들에 비하면 이 정도는 할 수 있어라고 말하며 임했습니다. 공부하는 것은 이전 글 몇 개에서도 언급했듯 '장애영유아 보육교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우연찮게 자폐영아를 만나면서 이 아이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자신을 보며 생겨난 숨겨진 열정이었습니다. 해주고 싶은 게 있는데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몰라 답답해하고 있던 그때 그 순간 제게 불어넣어 진 소명의 바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전 그 바람에 올라타기로 했습니다. 


수업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키워 갈수록 꼭 제게 필요한 공부였음을 느꼈습니다. 심지어 정신적으로 불안함을 갖고 있던 제겐 더더욱 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그래서 이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공감해 줄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부하다 보면 '정서장애'라는 부류가 나오는데 이 부류에 포함된 '불안장애' 내용을 공부할 땐 자신을 더더욱 이해하고 나의 주변을 살폈을 정도의 깊이 있는 시간마저 보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더더욱 제 자신을 돌보기 위해서라도 병원에 다시 가봐야겠다 다짐했던 계기가 되어줬습니다. 

이후 [나는 불안장애 엄마입니다]라는 글까지 연재할 수 있었네요.


제 나이 37세, 다시 뭘 배우고 할 열정이 아직까지 남아있을까 싶었는데 살아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열정을 끓어 모아 8월 끝자락 월요일 마지막 시험까지 치르고 모든 과정을 마쳤습니다. 8개월 간의 긴 여정 끝에 숨 돌릴 수 있다는 여유가 이제야 생겼고 요즘은 그 여유를 만끽하며 누리는 중입니다.


참 쫓기듯 살아왔었습니다. 공부가 단순한 나만을 위한 공부가 아녔기에 누군가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해야 할 공부였어서 책임감이 더했었습니다. 더불어 나 자신을 함께 알아가며 배우게 되는 시간였어서 그런지 이 긴긴 시간이 제겐 쉽지는 않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을 인정해야 했고 자신의 삶을 직면하는 시간이 되었으니까요. 당연히 긴장의 연속였고 새로 생겨난 긍정의 불안은 힘들면서도 열심을 내게 해줬습니다. 그리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게끔 도와주었습니다.


공부하면서 남편의 도움이 컸고 아이 역시 그런 엄마를 응원해 줬습니다. 참 고맙고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먼 미래의 자신에게 그리고 나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는 그 누군가에게 지금껏 노력하며 공부했던 시간들 언젠가 기회로 닿길 바라며 지난 8개월이란 시간 제겐 의미 있었다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제게 남아있던 열정이란 녀석에게 적어도 나의 유익을 위해서만이 아닌 타인의 유익을 위해서 쓰인 시간였어서, 맘껏 뽐내줘서 너무 고마웠다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이제 모든 절차가 끝날 때까지 겸허히 기다리려 합니다. (자격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네요)

어디로 가게 될지 또 어떤 인생이 펼쳐질지 지금은 모르겠지만 이러한 저마저도 누군가의 발판이 돼줄 수 있다면 그곳을 향해 가보려 합니다.


8개월간의 시간을 다 기록할 순 없겠지만 지금의 이 시간만큼은 제게 너무 남기고 싶은 순간였기에

브런지 이 공간 속 살포시 남겨놔 봅니다.


읽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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