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해
오전에 잠깐 도서관을 방문하고 점심 약속을 지키러 밖으로 향했습니다. 동일하게 '느림의 미학'으로 걷기를 선택하고 먼저는 꽃집으로 향했습니다. (느림의 미학에 관한 이야기는 도서관 가는 길에 써 봤던 내용였습니다)
느리게 살아보기 프로젝트 1 https://brunch.co.kr/@027e56ebf24c40f/91
단골답게 들어서자마자 반갑게 맞아주시는 사장님, 서로의 짧은 안부를 묻고는 이내 꽃 한 송이만 포장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누군가에게 '고생했어'라는 의미의 꽃이면 좋겠다고 추천해 주실 만한 꽃이 없는지 여쭸는데 그런 의미의 꽃은 없다고 말씀하셨을 때 제 눈에 띈 노란 꽃 한 송이가 있었습니다. 바로 '메리골드'란 꽃이었습니다. 사장님께선 이 꽃말엔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란 의미가 있다고 얘기하셨는데 그 순간 선물할 사람에게 딱 어울릴 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제 남편이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고생했다는 의미로 사려했는데 다가올 행복을 빌어주는 꽃이라니 생각만 해도 너무 근사한 꽃이라고 느꼈습니다.
근데 회사 잘 다니던 남편 그만둬서 꽃을 주냐고요? 아니에요.
남편이 다니는 회사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이동하는 시즌에) 내부에서 부서 이동이란 걸 하는데 오늘이 다른 부서로 이동하기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현재는 인사팀 그리고 앞으로 가게 될 팀은 연구사업팀. 지난날의 수고했다는 의미와 더불어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곳에서의 파이팅까지 그에게 딱이라 생각되었던 꽃 바로 메리골드! 포장을 마치고 저는 남편을 만나러 회사로 향했습니다.
지금껏 아이를 키우며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있진 않은 터라 둘 만의 시간은 이렇게 평일 점심으로 때울 때가 종종 있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자연스럽게 만나 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준비한 꽃은 서프라이즈 해주려고 가방에 넣고는 태연하게 "뭐 먹으러 갈까? 묻기만 했습니다. 둘이 있음 먹게 되는 메뉴 중 하나 바로 초밥, 오늘 점심은 초밥으로 정하고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꽤 비싼 금액의 초밥세트를 시키고 음식을 기다리는 그때 "짜잔!"하고 꽃을 내밀었습니다.
당황하면서도 뭔가 이 상황이 웃겼는지 "이게 뭐야?"라고 말하는 남편이었습니다. 그동안 2년 반 넘게 고생했던 시간 이렇게라도 격려해주고 싶었다 말하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꽃만 만지작 거렸습니다. 있었던 곳 인사팀에서의 일은 꽤나 쉽지 않았었습니다. 야근하는 날도 많았고 직장 내에서 동료들 간의 일도 좀 있었고 여러모로 남편에게 있어 웃음이 지어졌던 곳은 아녔기에 언젠가부터 우리는 또 다른 변화를 바라기도 했던 곳였습니다. 그런데 그 변화의 시점은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왔던 것였습니다. 분위기가 어색해질까 남편에게 이 꽃의 꽃말이 뭔지 아냐고 물었습니다. 모르는 건 바로 검색하는 걸 좋아했던 남편은 바로 사진을 찍고 이미지 검색을 시작, 메리골드라는 꽃을 찾았고 꽃말까지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내가 당신에게 건네주고 싶었던 이 꽃의 꽃말은 바로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고 말해줬습니다. 새로운 곳에서의 새로운 시작 또 어떤 일이 펼쳐질지 당신의 평안을 바라기보다는 모든 일에 있어 당신에겐 꼭 오고야 말 행복이 있을 거라고 응원해 줬습니다. 남편은 이 같은 의미가 꽤 맘에 들었는지 난데없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말합니다. 꽃을 들고 사진 찍어달라는 남자. 저는 그렇게 사진을 몇 장 찍고 다시 폰을 건네었는데 이번엔 제게 꽃을 건네더니 저마저 찍어주는 남편 그리고 함께 찍기까지 꽤 여러 장을 남기곤 꽃을 내려놨습니다. 그리고 이어 음식이 나와 둘은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 쉽게 꺼내긴 어려웠던 이야기를 하면서 둘만의 시간을 온전히 느꼈습니다.
아이가 있다 보면 같은 이야기도 집중해서 하기 어렵고 주의 깊게 듣기도 어려울 때 많은 상황, 우리는 우리 둘만의 시간이 서로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기에 이 시간을 즐기려 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그렇게 마무리와 새로운 시작에 앞서 부부가 손잡고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어 꽤 귀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짧은 데이트를 마치고 남편은 다시 회사로 저는 또 걸어 집으로 향합니다.
오늘의 걷기는 이만하면 된 것 같아 바로 집에 와 물 한 모금 마십니다.
부부가 되어서도 우린 때로 각자만의 생각 속에 살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의 행복보다 타인의 행복을 바라는 그 순간 행복의 지경이 조금 더 넓어져 결국 내게도 전달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당신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되고 결국 우리 모두의 행복이 될 테니까 말이죠.
남편이 제게 지난 8개월간의 공부를 응원해 줬듯 저는 2년 반이란 인사팀에서의 근무를 격려해주고 싶었고 우린 그렇게 또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서로에게 얻습니다. 타인의 응원 중 가장 가까이 있는 배우자의 응원은 참 많은 것을 의미하고 있고 그 어떤 응원보다도 힘이 있으며 따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오늘 하루 생각지 못한 행복의 시간을 가꾼 채 오후가 저물어갑니다.
그리고 제 글을 읽어주시는 작가님들에게도 역시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을 전해드립니다.
오늘도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