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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쏭쏭 Nov 02. 2024

운전 473, 다른 사람의 차를 (혼자) 운전하다.

남의 차를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면 어쩌지?

    

사무실에서 회식이 있었다. 말 그대로 ‘사무실에서’ 회식을 했다. 사무실에서 먹는 것이 가성비가 제일 좋다는 주장에 의해 이루어진 회식이었다. 하아...      


여러 가지 문제 중에 가장 분명한 문제는 퇴근 문제였다. 우리 회사는 직원 대부분이 거주하는 시내와는 자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음주운전은 절대 안 될 일이었고…. 결국 술을 좋아하지 않는 직원들이 기사가 되기로 했다. 놀랍게(!) 이제 운전을 할 수 있게 된 사람에 속하게 된 나도 그 기사 중 한 명이 되었다.     

단, 한 사람만의 기사.     


내가 차를 몰고 간 것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온전한 내 차가 없는 상황이고 매번 동기 F와 카풀을 하는 상황이다. 매일 그런 은혜를 입는데 일 년에 한 두 번 대리기사 일을 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직원 대부분은 내 운전실력을 미심쩍어해서(!) 내가 운전하는 차에 타지 않는다. 술을 좋아하고, 차 없이 다니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F만이 자신의 차 키를 내게 넘기고 내가 운전하는 본인의 차에 탈뿐….  

   

그러니까 회식이 잡힌 순간부터 나는 그의 차를 대신 운전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회식이 끝나고 F의 차를 운전해야 하는 상황에서 당황한 것은, ‘나 혼자’ 그의 차를 운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저 혼자 가라고요?”   

  

나는 차 키를 넘기는 F를 보며 당황했다. F는 얼큰하게 취한 얼굴로 대답했다.     


“어. 이 차 몰고 가고, 내일 아침에 우리 집으로 나 데리러 와라.”

“아니, 그건 어렵지 않은데…. 집에 어떻게 가시려고요? 여기서 잘 거예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F가 집에 가지 않는다는 소리다! 회식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거창(!)해졌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 심하게 취해버렸다. 그 만취자 중 한 명이 “딱 한 잔만 더!”를 외쳤고. 거기에 동조하는 무리가 생겼고. F가 그 동조자였다는 것이 문제였다.     


"뭐, 어찌 되겠지."


F는 그렇게 말하고 차 문을 열어주었다. 아니. 진짜?? 내가 차를 몰고 가라고?? 혼란에 빠진 나와 달리 나머지 사람들은 2차 생각에 신남 모드였다.     


...... 아, 모르겠다. 가라는데 가야지. 알아서 퇴근하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시트 위치를 조정했다. F와 나는 몸무게는 50킬로 이상, 키는 20센티 이상 차이가 난다. 그의 차 세팅은 나와 하나도 맞지 않았다. 내 시야에서는 사이드에도 룸미러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이드를 조정하려는데 문득, 과거 그의 사이드를 만졌던 일이 떠올랐다. 그가 조금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었던 것 같다. 

    

흠….     


그래. 지금은 밤이라서 어차피 안 보이고…. 불빛 정도는 사이드에 비치니까 괜찮지 않을까? 게다가 이곳은 완전 깡촌. 이 시간에 이 시골길에는 차가 없을 테니까. 사이드는 그냥 그대로 두자. 대신 룸미러를 맞췄다.     

그래. 뭐, 별일 있겠어? 나는 크게 숨을 들이켜고 후진으로 기어를 바꾸었다.      


"비키세요. 비켜"


창문을 내린 채로 내가 뒤를 보며 소리쳤다. 술에 취해 좀비같이 흐느적거리며 직원들이 차를 피했다. 좀비 1을 겨우 탈출한 F가 교통정리(..)를 도와주며 말했다.     


"조심해서. 천천히 가라."

"네."

     

그렇게 대답하고 다시 기어를 드라이브로 바꾸었다. 그러자 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를 움직일수록 이 차에 대한 기억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우선 이 차는 내 차보다 훨씬 크다. 차폭이 훨씬 넓다는 뜻이다. 깜깜한 밤, 시골길인 덕분에 도로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이 도로를 잘 알고 있었다. 도로는 양쪽으로 위험했다. 반대쪽은 논으로 떨어질 수 있고, 이쪽은 개울에 빠질 수 있었다.     


너무 바깥으로 붙지 않게 조심해야겠는데? 개울에 빠지면 끝장이야!     


그런데 문득 떠오른 그 생각에 머리가 슬금슬금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만약에 개울에 빠지면 어쩌지? 내 차도 아니잖아. 보험이 되나? 안 되겠지? 내 돈으로 물어줘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나도 모르게 자꾸 중앙선에 붙게 되었다. 그, 그래! 차도 없는데 중앙선에 살짝 붙는 것 정도야! 애써 그렇게 생각하는데 사이드미러에 뒤차의 불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아니, 이 시간에 여기에 왜 차가 다니냐고!!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계기판을 바라보았다. 50킬로가 겨우 넘는 속도! 하지만 난 이 이상 속도를 낼 수가 없다고!! 결국, 나는 옆으로 빠져 그 차를 먼저 보내주었다. 차는 이상할 정도로 느리게 나를 지나갔다. 보내고 보니 톤백이 가득 실린 트럭. 속도가 나만큼이나 느린 차였다.     


이렇게 된 거 차라리 거리를 더 벌리는 게 안전할 것 같아 속도를 40킬로 정도로 낮추었다. 안타까운 점은 그 뒤에 또 차가 한 대 따라왔다는 점. 뒤차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데, 나는 왜 이렇게 뒤차 눈치가 보이는지 모르겠다. 나는 애써 이성적으로 생각했다. 그래 내가 너무 느리다면 알아서 추월하겠지. 이 길은 갓길도 없어서 피해줄 수도 없다고!     


밤이 되면 가장 큰 문제는 도로가 잘 보이지 않는 점, 그리고 시야가 좁아진다는 점이었다. 나는 평소에도 ‘저기서 무언가 튀어나오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을 느끼고 운전하는 편인데, 밤이 되니 그 강박은 더 심해졌다. 나는 ‘저 골목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 ‘저기에 검은 옷을 입은 어르신이 걷고 있을지 몰라’를 되뇌며 운전했다. 그러다 정말로 골목 하나에서 차가 한 대 튀어나와서 심장이 터질 뻔했다! 물론 그 차도 주변을 살피고 조심스럽게 나오던 상황이라 사고 위험은 없었지만, 그래도 놀란 건 놀란 거였다!     


만약 저렇게 사고가 났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머리가 빼꼼히 내밀어져 있던 차를 생각하며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F의 차를 운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두려움에 쌓인 건 단연코 처음이었다. 이게 주인이 옆에 있고 없고의 차이인가? 아니면 보험 유무의 차이인가? 문득, 작년이 떠올랐다. 작년 이맘때쯤, 나는 퇴근길마다 직원 P의 차를 운전하며 운전을 배웠다. 그가 아니었으면 나는 지금까지 절대 운전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나는 친오빠에게 그 이야기를 했는데, 오빠는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러냐며 펄쩍 뛰었었다. 그때 나는 ‘고맙기만 한 일인데 왜 저러지?’하고 생각했는데…. 진짜 사고 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이제는 오빠의 마음을 알 것도 같았다.      

     

그렇게 조심해서 나온 끝에 결국 어두운 시골길을 다 빠져나왔다. 아, 드디어 시내구나! 훤하고 널찍한 도로의 등장에 안도한 것도 잠시. 나는 주차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원래 주차는 집에다가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 늦은 시간에 주차 자리가 있을까 걱정스러워졌다. 게다가 이 차는 후방카메라도 안되고, 후방센서도 문제가 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사실이었다. 덜덜) 게다가 내 차보다 컸다! 차폭 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골목길, 양쪽에 가득한 불법주차 차량 사이를 빠져나갈 자신이 없었다.     


그냥 유료주차장에 주차할까? 하지만 거기도 차가 많을 텐데? 그럼 엄마를 불러서 주차하는 걸 좀 봐달라 할까? 하지만 엄마도 피곤할 텐데?     


이런저런 생각 끝에 나는 결국 시내 외곽에 있는 무료 주차장에 주차하기로 했다. 집과 걸어서 20분 정도로 떨어져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주차된 차가 거의 없다는 엄청난 장점을 무시할 수 없었다. 텅 빈 주차장에 주차하고 나니 마음이 편했다. 물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정말 길고 씁쓸하고 웃겼지만….          


다음 날 아침 나는 평소보다 훨씬 일찍 집에서 나와 외곽의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20분. 운동 삼아 걸으면 모자랄 거리건만 차를 가지러 간다고 생각하니 부끄럽고 억울하기까지 한 시간. 그 거리가 어찌나 멀고…. 바람은 또 어찌나 차갑던지….     


그런데 주차장에 도착하니. 차가 새하얗다. 어제 내린 서리 때문이었다. 하얀 얼음으로 뒤덮여 뒷유리가 아예 보이지 않았다. 아, 오늘은 룸미러도 못쓰겠구먼. 흑흑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날이 밝아서 시야가 확보된다는 점이었다. 나는 창문을 내리고 고개를 돌려 옆과 뒤를 확인하며 운전했다. 그런데 창문을 열어놓은 탓에 서리가 녹으면서 물방울이 되어 흘러내리다 창틀에 부딪혀 내게 튀었다. 아……. 지나가던 차들이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게 느껴졌지만 나는 애써 무시했다.   

  

F의 집까지 가는 길은 멀지 않았지만 나는 가능하다면 차가 많은 길은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남들은 잘 가지 않는 길을 빙 둘러서 가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사람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포장 잘 된 길? 그건 바로 주차장과 같다는 뜻이다.     


평소에도 가끔 이용하는 길이라 불법 주정차가 많은 건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아직 출근 시간 전이라 차가 평소보다 더 많이 주차되어 있었다! 양쪽에 빽빽하게 주차된 차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1년 전을 떠올랐다.     


그날은 운전 연습을 위해 새벽에 돌아다니던 중이었다. 평소에는 잘 가지 않던 길을 실수로 들어가고 말았고……. 나는 좁은 길 양쪽에 빽빽하게 불법 주차가 되어 있는 도로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멈춰 서고 말았다. 차를 버리고 싶다는 게 무슨 마음인지 알았던 그날. 정말 울고 싶었다. 조금만 집에 가까웠어도 엄마를 불렀을 텐데…. 엄마가 걸어오기엔 조금 먼 거리라 결국 차에서 내려 양쪽에 여유가 있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그럼에도 불안함이 가시지 않아서 몇 번이나 안 부딪친다, 여유가 있다를 소리 내어 중얼거리며 갔던 그날이, 완전히 잊고 있던 그날이 떠올랐다. 그때의 두려움이 나를-


아니야!!! 그때보다는 성장했잖아!!!  

   

분명 지나갈 수 있으니 이렇게 주차했을 것이다. F의 차보다 큰 차들이 얼마나 많은데! 만약 못 지나갈 폭이었으면 이미 난리가 나도 몇 번이나 났을 것이다! 나는 애써 그렇게 생각하며 급브레이크를 5초 간격으로 밟아대며 그곳을 통과했다. 그렇게 직원의 집 앞에 도착했다아아!!!!  

   

물론 주차도 쉽지는 않았다. 주차를 해야 하는데 혹시나 여기까지 와서 긁어먹을까 봐, 차를 세우고 내려서 공간을 다시 확인하고 주차했으니까. 주차가 끝나고 나는 F에게 도착을 알리고 젖은 창틀을 열심히 닦았다. 그리고 F가 나오자마자 후다닥 조수석으로 옮겨 탔다.      


"근데 이 차, 후방센서는 되어요?"

"아니, 잘 안돼."


그는 심드렁한 얼굴로 의자 위치를 조정하며 대답했다. 나는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행이다! 어제 그냥 거기 주차하길 다행이야! 집으로 끌고 왔다면 더 힘든 일이 많았을 테니까! 그나저나 센서도 없고 카메라도 없고. 뒷유리가 얼어서 보이지도 않는데 도대체 F는 어떻게 운전을 하는 걸까? 그가 믿을 거라곤 사이드뿐인데? 이게 운전 고수라는 것인가…. F가 너무 대단하고 멋져 보였다.      


하지만 내 몸에 딱 맞게 세팅되고, 후방센서와 후방카메라가 있는 내 차(?)에 타면 나도 이 정도는(?) 운전할 수 있으니까! 나도 멋진 거로!     


나는 애써 그렇게 정신 승리를 하며…. 언제나 출근을 도와주는 F에 대한 고마움으로 출근을 했다. 어찌 되었던 사고 없이 F의 차를 F에게 돌려주었다는 것에 의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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