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이륙 Oct 01. 2023

<쓰라는 대본은 안 쓰고>

(7) 나는 불꽃이 분명하다


이번 추석 연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서른을

목전에 앞둔 지인들이 이런 메시지를 보내는 걸까


"언니, 서른 되면 기분이 어때?"


도대체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서른'이란 뭘까?

몇 번 대답을 해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답변 패턴이 생겨버렸는데 대충 이런 내용이다.


Q. 서른 살이 됐을 때의 기분은?

- 어땠긴. 그냥 서른 살이군 했지 뭐. 나는 스물아홉 때, 아홉수도 딱히 없었던 거 같아. 팔자가 편해서가 아니라 20대 내내 너무 힘들어서 매년이 아홉수

같았거든. 그래서였는지 하루라도 빨리 삼십 대가 됐음 했어. 어리다고, 여자라고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그 나이쯤은 돼야 할 거 같아서. 근데 상상만큼

서른이 멋있진 않더라. 난 서른 되면 마법 처녀처럼

'짜잔!' 하고 자동으로 커리어 우먼이 될 줄 알았거든근데 그냥 나야. 더 늙은 지금도 그냥 나고.

 

Q. 10년 전으로 가기 vs 10년 후로 가기

- 닥치고 후자.  절대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그때의 나는 너무 혼란스러웠고, 뭘 몰라서 더

열심히 살았고, 누구보다 치열했고,

딱 죽기 직전까지 힘들었거든. 그래서 어느 정도

나이 먹은 지금의 내가 좀 더 여유롭고 편하게

느껴진달까? 그래서인지 나이 먹는 거에 거부감이 전혀 없더라고.


Q. 새롭게 뭔가를 하기엔 나이 제한이 있지 않아요?

- 물론 있지. 나는 괜찮은데 사회가 부담스러워한달까? 근래 나도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어서 이것저것 알아봤거든? 사실 이렇게 뭔가를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정확히 올해 6월 만 나이 통일법 시행부터였어. '이 나이에 작가 일 말고 뭘 더 할 수 있겠냐' 했는데, 막상 2살 어려지니까,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더라고? 근데 내가 그 분야에 대해 초보인 것보다 두 살 깎였어도 여전히 많은 나이가 더 문제더라. 관련 인터뷰를 봐도 내 나이엔 쉽지 않을 거라 하고. 때문에 기세가 꺾이긴 했지. 근데 내 낙관적인 부분이 스멀스멀 자꾸 고개를 내밀더라고. "쉽지 않다고 했지, 안 된다고는 안 했잖아?" 하고 말이야. 만약 지금 내 나이에 방송작가 막내를 하겠다? 그건 안 돼. 업계 특성상 불가능해.  근데 내가 해보려는 분야는 쉽지 않다는 거지, 아예 안 뽑는 건 아니더라고. 정 안되면 해외로 가는 방법도 있고.


그리고 사회 생활하는 게 나이만 문제냐? 성격도 문제고 인간 관계도 문제고. 못할 이유를 대자면 끝도 없더라. 근데 웃긴게 그와중에 하는 사람은 또 해내.

 

내 친구 엄마가 50대시거든? 근데 이번에 대학원

진학하셔서, 과제하고 시험 치느라 내 친구보다

늦게 집에 오신단다. 새로운 분야에서 일하고 싶으셔서. 엄청 멋있지 않냐? 근데 뭐? 서른? 나이 고민 할 시간에 뭘 하고 싶은 지나 고민해. 그거 다 하려면 평생이 모자랄 수도 있다? 가라! 서른몬!!!


이 사람을 보라*

그렇다! 난 내가 어디서 왔는지 안다!
나는 불꽃처럼 지칠 줄 모르고 환히 빛나며
여위어 간다.
내가 손대는 모든 것은 빛이 되고
내가 놔두는 모든 것은 숯이 되니
나는 불꽃이 분명하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즐거운 학문> / 프리드리히 니체 (번역 김인순)
작가의 이전글 <쓰라는 대본은 안 쓰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