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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브이누 Mar 29. 2023

6년 차 개발자의 삶

마지막(?) 직장을 그만두며...

나는 2달 전에 대기업을 퇴사했다


내가 퇴사를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조금 거창하고 쑥스럽지만 '주도적 삶을 찾기 위해서'였다. 나는 5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좀 더 나은 환경과 더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다소 경직된 분위기의 중소기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해서 젊은 청년들이 모인 스타트업도 경험하고, 배운 지식과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도 해보았다. 일하는 문화가 궁금했던 대기업 경험을 마지막으로 어쩌면 나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직장 생활을 마쳤다.


창업을 제외하면 3번의 퇴사를 경험했지만 이번 퇴사를 결심하기까지가 가장 어려웠다. 아무래도 금전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었고, 전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 터라 극구 말리는 주변 지인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상황들을 뒤로하고 과감하게 퇴사를 결심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1. 내가 조직 생활에 맞는 사람일까?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내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사람들이 각자 너무 다르다는 것이었다.


내가 개발자로서 가장 큰 즐거움을 느낄 때는 어떤 비효율이나 불편함을 소프트웨어를 통해 개선할 때이다. 그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몰입을 할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내가 만든 제품이 사용될 때 아주 짜릿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경험했던 주변 동료들과 얘기해 보면 개발은 단지 돈을 벌어다 주는 도구이고, 개발에 별 흥미를 못 느끼는 개발자도 많은 것 같다. 각자의 삶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잘못됐다고 할 순 없지만 이런 동료가 옆에 있다면 의욕도 조금 꺾이고, 일에 속도가 안 붙어서 굉장히 답답할 때가 많다.


또 사람이 모이다 보니 정치 싸움, 감정싸움, 뒷담화, 근거 없는 소문, 알 수 없는 신경전 등등 개발 외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물론 어느 정도는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건강한 조직 문화와는 다소 괴리가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외치고 싶었다. "그냥 일만 쫌 하면 안 돼요?"



2. 직장인이 아닌 삶은 어떤 삶일까?


나는 대학 졸업 이후에 취업을 하고 줄곧 직장인으로서의 삶만 경험해 봤다.(대부분 그렇겠지만)

가진 것이 없고, 내세울게 별로 없는 터라 직장인으로서의 삶이 당연하고 보편적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스타트업 경험이 이러한 내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내가 다녔던 스타트업은 프리랜서 마켓이었고, 마켓의 '전문가'라고 불리는 프리랜서들의 삶을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심지어 대표님이 N잡을 적극 권장했기 때문에 직장 동료들 중에서도 '전문가'로 활동하는 동료들이 꽤 있었다. 간접적이었지만 직장 외의 삶을 경험해 보면서 호기심도 생기고, 뭔가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요즘은 능력만 있다면 굳이 직장에 의존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시대인 것 같다. 사회가 삶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시대에 맞춰 기회도 늘어나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주변만 둘러봐도 직장인이 아닌 꽤 다양한 삶의 형태가 있다.


'그렇다면 나도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3. 나는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고 있는 걸까?


대기업에 입사하고 일하면서 당연하게도 제품 개발에서의 내 역할은 작아졌다. 일을 하면 할수록 내가 개발한 것들이 사용되거나 개선된 부분이 가시적으로 와닿지 않았다. 흔히 얘기하는 '대기업 가면 부품처럼 일하게 된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내가 다녔던 회사가 다소 경직된 분위기는 있었지만 적어도 우리 팀은 개인을 존중하고 팀웍과 퍼포먼스가 굉장히 좋았었다. 그럼에도 이러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이러한 느낌은 '내가 언제까지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지금 당장 직장 그만두면 뭐 하지?', '내가 진짜 잘하고 하고 싶은 건 뭘까?',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들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 책도 많이 읽고, 강연 영상도 찾아봤지만 결국 내가 깊이 사색하여 결정해야 되는 일이었다. 오랜 생각 끝에 도달한 결론은 '내가 좋아하는 일은 내 지식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과감하게 퇴사를 결심했다. 개발자에서 IT 강사로서 커리어를 전환해보고 싶었고 결심이 선 그 순간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직장 동료들은 2~3달만 더 일하고 성과급과 상여를 받고 나가라고 권유했지만 나는 최대한 빠르게 퇴사 날짜를 결정했다.(성과급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을 당시에는 조금 아쉬웠지만 지금은 빠르게 나오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인수인계를 하면서 동시에 강의 플랫폼과 컨택하고, 강의를 기획하고 만들었다. 퇴사하고 며칠은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 마음보다 빨리 강의를 만들어서 강의를 하고 싶었다. 1 달이라는 시간 동안 모든 준비를 마쳤고, 현재는 강의를 진행 중이다.




나는 현재의 삶이 너무 만족스럽고, 주도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의 내 삶의 방향이 어떻게 게 될지 알 수 없지만 계속해서 더 나은 삶을 위해 나아갈 생각이다. 이 글이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의 영감을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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