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싶었던 전공이, 결국 내 일이 되었다

“내 인생에 다시는 숫자와 씨름하는 일은 없을 거야.”


적성에 맞지 않는 경제학 전공 서적을 붙들고 있을 때도

졸업 후 기업에서 재무·회계 업무를 하던 때도

저는 몇 번이나 같은 다짐을 했습니다.


매일 숫자와 계산 속에 있었지만

그곳은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만 점점 선명해졌습니다.

결국 저는 그 일을 떠났고, 다시는 그쪽 근처에도 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저는 경제학 기반의 창의 융합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경제 이론을 가르치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한때 벗어나고 싶었던 경제학의 구조와

기업 현장에서 익힌 재무적 감각이 지금은 교육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그 시간들은 쓸모없는 우회가 아니었습니다.

경제학은 세상을 구조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주었고,

재무·회계의 경험은 좋은 생각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배우게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저는 아이들에게 창의성만이 아니라

현실을 이해하고, 구조를 읽고, 선택의 결과를 생각하는 힘까지 함께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그 시간들이 제게 맞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압니다.

버리고 싶었던 경험도 결국은 사라지지 않고

다른 모습으로 돌아와 지금의 나를 만든다는 것을요.


내가 겪은 방황과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이제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확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고민도,

지금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경험도

언젠가는 나만의 일을 이루는 밑바탕이 될 수 있다고.


오늘도 다시 생각합니다.

내 인생의 어떤 경험도

끝내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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