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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삔둥이 Mar 23. 2023

빈둥거리는 것도 소중해

삔둥이의 삶

"삔둥삔둥, 삔둥아!"


삔둥이는 엄마가 지어주신 별명이다.

삼십 대 초반의 여자가 가지기엔 제법 귀엽고 독창적인 별명이지 않을까?

침대에 누워 움직임을 최소화하고는 휴대폰만 까딱까딱 움직이는 모습에 찰떡인 별명이다.

그렇게 하루종일 누워있다 보면 하루 걸음수가 100보를 채우기도 힘들다.

이게 마냥 쉬운 일인가? 그렇지도 않다.

허리도 아프고 눈도 아려온다.

내가 움직이는 타이밍은 눕다 누워 허리가 아파 반대쪽으로 고통을 미루기 위한 미련스러운 시도를 할 때이다.

우연히 창 밖을 문득 바라봤을 때 순간 시야가 까마득해지는 느낌은 정말이지 적응이 안 된다.


마냥 시간을 죽이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 시간은 나에겐 필수적인 충전의 시간이다.

이렇게 온종일 빈둥거리고 나면 어느 순간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들이 왕왕 생각난다.

그때가 되면 더 이상 침대 속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갑자기 이불을 걷어차고 나와서는 그전과 같은 사람이라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부지런을 떤다.


그렇게 이것저것 부지런을 떨다가 에너지가 바닥나면 또다시 삔둥이 모드로 돌입하게 된다.

가끔은 하루, 어쩔 때는 일주 혹은 한 달 그 이상도.


한 때는 이 기간이 시간을 죽이기만 하는 사회 쓰레기처럼 느껴져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었다.

사실 지금도 가끔 그런 기분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나를 토닥이기 위해,

나를 받아들이고,

나를 잊지 않기 위해서,

나의 소중한 삔둥이의 삶도 기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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