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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 Mar 13. 2023

[독서] 다윈의 사도들 1부

리처드 도킨스편

 

도서: 다윈의 사도들

저자: 최재천

출판사: 사이언스 북스




 찰스 로버트 다윈(Charles Robert Darwin) 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생물학자다. 그는 코페르니쿠스와 아인슈타인과 더불어 과학계에서 가장 혁명적인 주장을 했던 사람이다. 현대의 생물학자들이 진화론을 부정한다는 것은 신도들이 성경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최재천 교수는 다윈의 사도들이라고 불리는 생물학자 12명(엄밀히 따지면 13명)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다윈에 대한 이해가 더 심층적으로 이루어 지기를 바라고 있다.


 이 책이 학자들과의 인터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고 내가 읽고 싶은 학자 순으로 읽어나갔다. 오늘은 생물학뿐 아니라 과학에도 관심이 없는 사람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 의 인터뷰에 대한 글이다.


최재천 교수의 핵심적인 질문들을 몇 가지 추렸다.



‘ 만들어진 신 ’ 냉정함을 잃은 것은 아닌가?


 리처드 도킨스는 아주 유명한 무신론자다. 그의 저서로 가장 유명한 것은 ‘이기적 유전자’ 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만들어진 신’ 이라는 비교적 최근에 출판된 책도 꽤나 큰 반향을 일으켰다. 도킨스는 매우 강경한 무신론자이며 기독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이는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 과의 대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윌슨은 글을 쓰고 도킨스와 연락하는 중 “ 당신은 투사와 같더이다 ” 라고 도킨스에게 전했다고 하며 도킨스는 답하기를 “ 당신은 외교관일세 ” 라고 했다고 한다. 에드워드 윌슨은 실제로 모호하게 외교적인 수사를 사용하며 글을 쓰거나 입장을 취한다 한다. 이와 대비되게 도킨스는 자신의 입장을 문장에서도 과감하고 직설적이게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들어진 신’ 이라는 책은 기독교가 인간에게 해를 끼쳤다는 점을 주장한다. 도킨스는 종교에 대해 매우 베타적인 입장이다. 인간에게 기독교가 해가 된다는 관점을 확장하여 도킨스는 종교를 완전히 제거하거나 그 역할을 매우 축소해야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주장한다. 그는 아이들에 대한 신앙 세뇌를 언급하며 가장 지양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아이들에게 ‘기독교 아이들’ , ‘ 이슬람교 아이들 ’ 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사실 종교라는 것은 인류의 매우 보편적인 현상으로써 사회학, 인류학,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도킨스도 동의한다. 이것을 ‘다윈주의적 생존 가치(survival value)가 아닌 하나의 심리적 성향의 표현 혹은 부산물로써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도 이 부분에 일부 동의한다. 종교에서 특히나 기독교에서 주장하는 ‘창조론’ 은 더 이상 생물학자들의 ‘진화론’ 과 대적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들의 수준은 조앤 K. 롤링,

J. R. R. 톨킨, 아이작 아시모프의 작품과 같다. 이들의 작품이 민중들이 아무리 많이 읽히고 그들의 작품이 문학적으로 위대하다고 한들 그저 ‘문학’ 에 귀속된 것일 뿐이다. 기독교와 종교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그것이 진실이라 믿는 사람이 있다한들 인류의 ‘문화’ 에 귀속되어 있을 뿐이다. 이러한 문화의 부속품이 과학에 도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 이상 ‘창조설’ 은 과학에게 도전장을 내밀 수 없다. 능력이 안되는데 어떻게 타이틀전 매치를 잡아줄 것인가? 이 전선에서 생물학에서 ‘진화론’ 과 동맹을 맺은 물리학과 천문학의 ‘빅뱅 우주론’ 은 수많은 타이틀 매치에서 방어전을 치뤘다. 랭킹에도 없는 선수를 타이틀 전에 붙여주는 것만으로도 챔피언에게는 수치이자 모욕이다.

종교는 문화에 귀속되어 사회학적, 인류학적,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연구되어야 할 대상이다. 상대방에 트래쉬 토킹에 굳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 그저 챔피언의 여유만 즐기면 되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일생 최대의 라이벌이었던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와의 토론도 언급한다. 그에 대해 잠시 소개를 한다면

단속평형설 (punctuated equilibria) ‘ 을 주장한 학자이며 진화론적인 측면에서도 도킨스와 평생 대척점에 있었던 인물이다. 지금은 돌아가셨다.


 도킨스와의 토론에서 굴드는 노마(NOMA)라고 하는 ‘중복되지 않는 교도권(non-overlapping magisteira)’ 을 주장했다. 쉽게 말해서 종교와 과학은 분리되어 있다는 각자의 영역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도킨스는 종교가 기적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면 그럴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종교는 과학의 영역을 잠식하려하고 있다. 또한 도킨스는 굴드가 궁극적인 질문들과 도덕적인 영역을 종교에 할양 했다고 주장한다. 쉽게 말해 ’ 왜 살인을 하면 안되는가?,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 와 같은 질문들을 종교가 답하려 한다는 것이다. 우주의 기원이나 생명의 기원 같은 문제의 답은 누구도 여전히 알 수 없다. 과학도 여전히 설명하지 못하는 처지이다. 하지만 도킨스는 과학이 이 문제에 대해 전문성을 지닐 수 있다고 본다. 나도 100% 동의한다.

 

 종교가 인정 받고 싶다면 계속해서 과학의 영역으로 잠식하려 하지 않아야 한다. 굴드가 말한 노마가 되려면 종교는 그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야한다. 앞서 말했듯 물론 종교도 문화다.


 나는 기독교 학교를 졸업했고 친가는 유교, 외가는 불교라 절, 교회, 제사 종교의 문화적인 면들을 직접적으로 경험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가진 적은 없다.

나는 내가 논리적으로 납득하는 것을 누군가 믿지 않는다면 논쟁이 일어나도 피하지 않았다. 논쟁 자체를 즐기기도 했지만 그들의 사고체계가 궁금했던 이유도 있다. 어떤 이유로그런 생각을 가졌는지 말이다. 그래서 종교를 가진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리하여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되는 것을 관찰하였다.


첫째, 절대 자신의 신념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유사과학과 논증의 오류로 범벅이 된 주장으로 그들만의 갇힌 세계에서 우리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라고 말한다. 그들은 스스로가 갇혀있는 세계에 있다는 것을 영영 깨닫지 못한다.


둘째, 상대방이 아닌 스스로 종교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나온 사람들이 있다. 모태신앙인 사람들 중에는 나에게 와서 부모님과의 갈등을 심하게 겪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존재하고 또는 스스로가 끝없이 의심하며 고민한 끝에 다윈주의자로 개종하는 사람들도 있다.


스스로가 알지 못하는 이상 그 늪에서는 빠져나오지 못한다. 난 그들이 사이비라고 말하는 종교와 자신들이 정상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나도 종교에 대해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이 커지거나 과학의 영역으로 침범하는 것을 환영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화양식인 종교의 말살을 바라지는 않는다. 인류의 문화유산으로써 우리 사회의 큰 이벤트를 오랜시간 종교가 담당하고 있었고 그에 대해 존중한다.  


종교가 과학을 적극 수용하지는 못하더라도 굴드가 말하는 노마(NOMA)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과학과 사회의 영역으로 잠식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의 횡포에 항거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리처드 도킨스는 그의 책 [이기적 유전자] 에서


                                              ‘ 모든 생물 중에서 인간만이 유일하게 유전자의 존재를 알아차렸으므로 우리는 유전자의 횡포에 항거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우리가 요즘 흔히 사용하는 ‘선전자(meme 밈)’ 는 그리스어로 모방을 뜻하는 ‘미메시스(Mimesis)’ 와 ‘유전자(Gene)의 합성어로 리처드 도킨스가 저서[이기적 유전자]에서 사용한 용어다.


그는 자연세계에서 돌연변이에 의해 진화가 일어나듯이 문화에서도 문화적 돌연변이(curtural mutation)에 의해 진화가 일어난다 말했다.


예를 들어 누군가 휘파람을 분다면 누군가가 그 곡조에 따라 부를 수도 있고 유행하는 노래나 광고가 될 수도 있다. 그는 언어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 말했다.

영어에서 나타난 ‘모음 대추이(great vowel shift)’ 를 예로 들어 한 모음의 발음이 변하자마자 다른 모음들도 혼동을 피하고자 전부 바뀌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모음 대추이‘ 란 영어 역사에서 1400년대 후반과 1600년대 전반 사이에 일어난 모음 체계의 변화다. 이로 인해 영어의 철자와 발음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 도킨스는 이러한 것이 언어학자들이 이를 기능적인 것이 아닌 생물학자들이 ‘유전적 부동’ 이라 여기는 것에 더 가깝게 여긴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랜덤이라는 것이다. progress가 아닌 evolution의 의미인 것 같다.

 

 그는 이기적 유전자의 제목의 이유를 당시 생물학계의 집단 선택설을 반대하기 위해서 선정하였다고 한다.


20세기 전반의 진화 생물학자들은 ‘집단 선택설’을 주장했다. 세월이 지날수록 비판은 거세졌다. 하나의 이기주의자가 전체 이타주의자를 제치고 크게 번식하는 경우를 들고 종족보존의 본능이라는 설명은 집단 내의 선택이 강하기 때문에 틀린 말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개체의 이타적인 행동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에 대해서 난제가 있었다. 이러던 중 윌리엄 해밀턴(William D. Hamilton)이라는 생물학자는 자연선택의 단위는 유전자라 주장하며 수학적인 개념을 도입해 포괄 적합도(inclusive fitness)라는 개념을 창시하였는데 훗날 이것이 현대 진화론에서 핵심적인 이론이 되었다.

 

 자연선택은 개체 수준도, 집단 수준도 아닌 유전자 수준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이타적인 행동도 유전자 수준에서 자기 복제를 많이 퍼뜨리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을 물려 받아쓴 것이 전설적인 책 [이기적 유전자]이다. 이 책으로 도킨스도 수많은 공격을 받았다. 책의 내용을 오해한 많은 사람들은 도킨스를 공격했다. 그는 이에 대해 자신은 집단이나 개체의 독자성, 개체의 삶의 목표가 의미 없다고 한 것이 아닌 그저 자연선택이 유전적 단위에서 이루어 진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다. 인간을 포함한 생물학적인 개체들이 자기 복제를 위하여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유전자를 위해 만들어진 맹목적인 유전자 운반체와 같이 표현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는 유전자를 ‘불멸의 나선(immortal coil)’ 이라 칭했고, 개체를 ’생존 기계(survival machine)‘ 라 일컬었다.

후에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 라는 제목을 쓴 것을 후회했다 한다.


오늘은 다윈의 사도 중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리처드 도킨스에 대해 얕은 지식으로 인터뷰이자 그의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그는 다윈의 이론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작업을 한 가장 유명한 학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다윈을 ‘우리의 존재 이유를 알려준 사람’ 이라고 표현한다. 46억년 지구의 역사에서 생명이 탄생하고 아직까지는 전 우주에서 이 행성에서 밖에 나타나지 않은 생명이라는 신비하고 위대한 현상에 대해 진화라는 개념을 이용해 우리에게 처음 알려준 사람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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