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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 Mar 14. 2023

[일상] 삶을 루틴으로 채운다는 것

시간의 유한성에 관하여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일정하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theory of relativity)에 따르면 시간과 공간은 상대적이지만 모든 인류가 지구에서 거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본다면 우리는 같은 시간을 산다고 할 수 있다.


 갓 20살이 된 나는 재수를 시작하였다. 대입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때의 나는 그렇지 않았지만 그 전에 나를 본 많은 사람들과 나 스스로도 성공에 대해 미리 점지하고 있었다. 고등학교에서의 삶은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단어들로도 설명이 안될 정도로 끔찍했다. 항상 안되는 것은 없다는 신념으로 살아왔고 삶의 역경들을 나의 성공이라는 무대에서 극복하였다. 나의 사적인 삶과 공적인 나의 역할을 철저히 분리해왔는데 안일하게 둘을 합치려는 나의 생각이 가져온 불행과 같았다.

  어찌 3년을 지내고 내가 전부터 계획한 여행과 운동, 독서를 지속적으로 다시 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난 스스로에게 의사가 되려한 것 같다. 스스로를 객관화 시키려 굉장히 노력했고 나를 잘 알던 사람이 나의 모습을 봐주고 조언을 얻기를 바랐다.  정말 많은 사람을 12월부터 2월까지 만났는데 오늘은 그 중 한 분에 관해 이야기를 하겠다.

 

나의 중학교 시절 사회 선생님이신 분이다. 직책은 초라해보일지 몰라도 내 인생 20년에서 만난 분 중 가장 똑똑하신 분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이 분 때문에 독서에 대해 잠시 회의를 느낄 정도였으니 나에게 끼친 영향은 어마어마했다.

 

 만나서 초반엔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2023년 1월에 고등학교 친구들과 일본 종단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 이야기를 말씀드렸다. 우리에게 누누이 강조하신 것 중 한가지이다. 여행의 과정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이미 여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점들을 알고 계신 것 같았다. 그러면서 친한 사람과도 싸울 수 있지만 여행을 꼭 가야하는 이유를 말씀해주셨는데 그것은 여행이 주는 ‘솔직함’ 이다. 여행은 우리를 솔직하게 대한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바라볼 때 솔직하게 바라보게 하고 역경과 고난은 우리의 모습들을 드러내게 한다는 것이다.


일본 여행 중 기차역에서 찍은 사진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에 대한 이야기로 이끌어 가셨다. 내가 재수하는 것을 부끄럽게 말을 했더니 한동안 생각에 잠기신 것 같았다. 워낙에 신중하신 분이라 말씀을 함부로 하시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현재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그 분을 뵌 지 꽤 된 시점이라 정확히 기억은 못하지만 선생님은 한동안 명석하다고 스스로 여기는 아이들이 어느 순간 무너졌을 때 그것에 대처하는 것에 대해 매우 오래 고민하셨다고 한다.


나에게 직접적으로 말씀은 안하셨지만 여행의 얘기와 연관지어서 스스로 더 솔직하게 대하고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나의 꿈과 나의 현실 사이의 괴리를 좁혀야 한다고 둘러서 말씀하신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게는 혹시라도 니가 너에게 확신이 없다면 해외는 힘들더라도 혹여나 시간을 잡아먹더라도 걷기나 자전거를 타면서 스스로의 생각을 정비하는 시간을 꼭 가졌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나도 모르게 그 얘기를 듣고 누군가 나의 정곡을 찌른 느낌이었다.


현실의 인생에서 스스로를 대하는 방법에 대해서 나에게 에둘러 말씀하신 것 같다.

 



  돌솥비빕밥을 드시다가 나에게 갑자기 세계 최고의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쓸 것 같냐고 물었다. 나는 작가란 고뇌와 골방에서 씨름하는 존재로 선입견을 가졌었다.

선생님은 씩 웃으시면서 위대한 작가들은 저마다 그들의 루틴(routine)이 있다고 하셨다. 삶도 직장인과 같이 일찍 일어나고 취미 생활도 열심히 즐기고 열정적으로 산다고 하셨다. 그저 골방에서 글과 씨름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루틴에 대해서 나에게 말씀해주셨다. 그러면서


‘게으른 자는 글을 잘 쓸 수 없다’

고 하셨다.


무라카미 하루키 이야기도 해주셨는데 달리기를 하시고 하루에 20매 씩 쓰는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루틴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일깨워주셨다. 아마 재수가 힘들다는 것을 아시고 나에게 해주신 말씀 같다.


시간은 유한하고 삶은 지친다. 어머님들이 위대한 이유는 어머님들은 루틴이 있으시다.
삶이 흔들리고 변화가 생겨도 루틴이 있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으신다.


이 말씀은 통제로 날아와 내 머리 속에 꽂혔다. 나의 재수가 얼마나 힘들건 또 재수 이후에 인생을 살아가면서 삶이라는 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20살 풋내기에게 말씀해주신 것이다.  


선생님의 말씀은

인생에서 나를 어떻게 대하는가와
인생에서 나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에 대한 것이었다.


나를 대하는 방법은 스스로를 정직하게 당당하게 만나야 한다. 여행이 우리의 삶에서 필수적인 이유이자 스스로에게 질문이 주어지면 이용할 수 있는 것과 같다.


나를 다루는 방법은 루틴을 만들고 지키는 것이다. 재수가 흔들리고 세상이 변해도 나의 루틴은 변하지 않는다면 강인하게 인생에서 내가 나를 흔들리지 않고 다룰 수 있다.


시간은 유한하다. 우리의 삶도 유한하다.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로써는 구속되어 있는 삶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재수를 한다지만 누구도 나에게 구속을 가하지 않는다. 어느 날 생각이 이런 생각이 들었다.


‘ 내가 나를 통제 못해서 무의미하게 하루하루가 흘러간다면 어느새 늙고 젊음을 그리워 하는 한없이 미련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닐까. 루틴으로 삶을 채운다는 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복잡하고 급변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가 스스로의 인생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방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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